정보통신 기술에 힘입어 보건의료 영역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전 세계는 디지털 헬스케어(Digital Healthcare)를 통한 신종 감염병, 초고령화 시대, 지역 간 건강격차 해소 등 우리 앞에 놓인 적대적 환경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를 디지털 헬스케어 원년으로, 지디넷코리아는 ‘미래의료’ 연재를 통해 국내·외 디지털 헬스케어의 산업 동향과 가능성 및 역작용을 분석함으로써 가장 정확한 전망을 제시할 것이다. [편집자 주]
‘굿닥’이 무엇이냐고 묻자, 대표와 직원 모두 병원과 환자를 연결하는 디지털 플랫폼이라고 입을 모았다. ‘매출 100억 스타트업, 11년차 스타트업’이란 소개도 함께.
쉽게 말해 굿닥은 환자가 어떤 의료기관을 선택할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를 두고 굿닥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서비스가 일반인이 잘 알기 어려운 의료기관 정보의 비대칭성을 극복하는 도구라고 말한다. 이밖에도 모바일 접수 예약과 비대면 진료. 약 배송 등도 한다.
굿닥. 디지털 의료플랫폼을 자청하는 이 회사는 현재 병원과 환자 사이 ‘어디쯤’에 위치해 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양쪽 정중앙에 ‘대체 불가능한’ 자리를 잡는 것이다. 영역과 사업 방향은 다르지만 쿠팡이나 무신사처럼 말이다. 때문에 앞으로 굿닥이 하려는 것들은 거칠게 말하면 ‘자리 선점’과 연관이 깊다. 기자의 이런 진단이 마냥 허튼소리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의 케어랩스 건물 내 굿닥 사무실에서 만난 임진석(40) 대표는 “전선이 넓다”고 했다.
“급여·비급여 항목·치과·한의원·병원 등을 모두 연결하고 있어요. 통합해서 의료기관과 환자를 대거 연결하는 업체는 굿닥 뿐이죠. 여기에 진료접수와 예약, 비대면진료, 비급여 정보제공까지도 모두 하고(하려고) 있어요. 환자에게 서비스 제공을 하려면 우리 사업은 선택적일 수 없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한시적으로 비대면진료를 허용했으며, 이제 제도화를 추진 중이다. 제도화 이후 디지털헬스케어 시장이 법·제도적으로도 본격화되면 결국 네이버, 카카오 등 공룡 포털이 비대면진료를 비롯해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을 주도하리란 전망도 나온다.
비록 굿닥이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리는 ‘흔치않은’ 의료플랫폼이라지만, 네이버·카카오의 자금동원력 및 영향력과 비교하면 굿닥은 아직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임 대표는 이런 전망을 믿지 않았다. 재밌는 것은 그도 ‘다음’ 출신이라는 점이다.
“과거 빅테크 앱들이 유저를 빼앗아 간 반면, 현재는 다른 흐름이 나타나고 있어요. 버티컬 경제에서 자신감이 있습니다. 결국 네트워크 임팩트와 선점밖에 없습니다.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죠. 에어비앤비가 아니라면 대체가 안 되는 시대가 온 겁니다.”
회사 안팎서 굿닥의 자리
굿닥에 대해 알기 위해선 모회사인 케어랩스의 지배구조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상장사인 케어랩스는 비급여 병원 CRM 서비스 사업자인 위버소프트와 디지털 마케팅 사업자 바이브알씨를 운영하고 있다. 자회사로는 굿닥을 포함해 바비톡·메디잡리더스·나인커뮤니케이션·유노고·공간소프트·뷰티소셜·이디비 등이 있다.
케어랩스의 사업부문은 ▲헬스케어 미디어 ▲헬스케어 솔루션 ▲디지털 마케팅 ▲헬스케어 네트워크 등이다. 순서대로 쉽게 설명하면 헬스케어 플랫폼, IT 분야인 고객관리 및 처방전보안시스템 사업, 온라인 광고 사업, 커뮤니티 사업 분야 등이다.
자회사인 굿닥과 바비톡은 헬스케어미디어 사업 영역애 속한다. 이디비·공간소프트는 위버CRM 사업부에서, 유노고·나인커뮤니케이션은 바이브알씨 사업부가, 헬스케어네트워크는 메디잡리더스 운영에 관여하는 구조다. 이밖에도 병원정보시스템 분야 사업체인 병원과컴퓨터, MDIT는 굿닥과 연결돼 협업이 이뤄진다.
지난해 9월 30일 기준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48.77%)은 디지털 마케팅 분야로 325억9천406만3천원으로 나타났다. 이어 굿닥 등 헬스케어 미디어 사업부문의 매출액은 215억74만원이다. 작년 11월말 원익홀딩스는 지능형교통시스템(ITS) 전문기업 시티랩스가 보유하고 있던 케어랩스 보통주 423만8860주(23.27%)를 647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하며 케어랩스를 인수했다. 현재 케어랩스의 시가총액이 1천275억 원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이었다.
케어랩스는 지난 2021년 4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굿닥에 대한 분할계획을 의결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케어랩스는 굿닥의 물적분할과 동시에 투자 유치 작업에 착수했고, 기업공개(IPO) 목표 시점을 3년 후인 올해로 전망했다.
임진석 굿닥 대표는 물적분할 결정에 대해 “효율과 영업이익이라는 상장사의 딜레마에 빠졌다”며 “성장으로 돌아가야 했고, 효율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적분할 이전의 굿닥을 ‘재부팅을 하지 않은 데스크톱’에 빗댔다. 그는 “과거 프리첼의 실패를 답습하고 싶지 않았다”고도 했다.
“굿닥은 2012년 창업한 이후 이듬해에는 사업이 매우 어려웠어요. 절치부심 이후 2017년까지 별다른 투자를 받지도 않고 매출이 2억 원에서 100억 원으로 급상승했어요. 그렇지만 제품 경쟁력으론 이어지지 못했어요. 물적분할 이후 지난해 5월 시리즈A 투자를 받았습니다. 재기동을 선언했고, 제품이 이끄는 성장을 추구했습니다. 조직도 개발자 중심 조직으로 바꿔 현재 굿닥 전체 인력의 절반은 개발자예요. 완전히 싹 갈아엎었죠.”
굿닥은 물적분할 방식으로 법인분리를 했지만, 케어랩스는 굿닥의 지분 83.27%를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굿닥의 경영은 케어랩스와 이를 인수한 원익홀딩스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 임 대표는 크게 문제를 삼지 않는 눈치였다.
“자유도는 있지만, 그렇다고 아주 독립적인 스타트업처럼 운영되진 않습니다. 상호보완하고 있는 사이랄까요.”
비대면진료, 약배송은 과금 고려 안 해
임진석 대표는 상장은 그리 크게 고려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는 “자금 조달력이 우선”라고 했다.
“연매출 1000억 원이 된다면 상장을 추진해도 괜찮다고 봐요. 그렇다면 유니콘 기업이라고 할 수 있겠죠.”
작년 굿닥의 매출액은 125억 원이었다. 매출은 주로 비급여 광고와 굿닥스토어를 통한 건강기능식품 판매로 올린다. 현재 헬스케어 솔루션(EMR)과 비대면진료 및 약배송에는 과금을 하고 있지 않다. 굿닥스토어를 통한 커머스 사업은 올해부터 사업 비중을 줄일 예정이다.
“플랫폼 사업은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시장 신뢰를 얻습니다. 비급여 진료 분야는 정보 비대칭이 큽니다. 라식·라섹·임플란트와 같은 비급여 시술은 기준은 모호한데 정보는 적습니다. 비급여 진료 정보는 의료소비자의 알권리이죠. 소비자가 경제적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더 편하고, 더 빨리, 그렇지만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면 소비자들은 더 저렴하게 의료를 이용할 수 있어요.”
굿닥은 급여진료 항목으로 수익을 올릴 생각이 없다. 비급여 정보 전달·건강기능식품 커머스 판매·제휴마케팅, 즉 ‘광고매출’이 이들의 주 수입원이다. 임 대표는 “의료 분야에서는 미디어 콘텐츠로 돈을 벌 수 없다”고 했다.
“커머스는 마진이 낮고요. 결국 미디어 광고 비즈니스가 더 효과적입니다. 구글·페이스북·네이버·카카오 모두 사실상 디지털 광고회사로 볼 수 있어요. 굿닥이 올린 100억 원대의 매출은 바로 디지털 광고 덕분이었습니다. 여기에 환자들의 디지털 수용도는 올라갔고, 과거 관심이 없었지만 현재는 병·의원은 경쟁이 과열됐어요. 비대면진료에 대해서는 과금을 고려하고 있지 않아요.”
비대면진료가 법제화되고, 의료데이터의 상업 활용이 현재보다 더 편해지면, 굿닥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임 대표는 “매출에 긍정적 영향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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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트래픽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임 대표가 사업의 지속가능과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지금까지의 인터뷰가 굿닥의 과거와 현재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어질 내용은 미래, 지속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