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수율에 발목 잡힌 SK온…경영 셈법 복잡해지나

프리 IPO서 2조8천억원 유치 그쳐 자금 조달 절실…수율 문제 안정화 시급

디지털경제입력 :2023/01/18 11:31    수정: 2023/01/18 16:09

SK온과 포드의 튀르키예 현지 합작법인(JV) 설립이 결렬될 것으로 보이면서 대내외 악재를 풀어갈 SK온의 경영 셈법도 복잡해졌다. 특히 이번 JV 결렬 우려도 인해 자금 조달과 수율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부각된 점은 더욱 뼈 아프다. SK온의 향후 기업공개(IPO) 과정에도 영향을 줄 거라는 이유에서다.

설상가상으로 포드의 새로운 파트너로 업계 1위로 평가받는 LG에너지솔루션이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자존심에도 상처를 받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이 포드의 새 파트너 자리를 꿰차게 되면 고심은 더 깊어지는 셈이다.

포드발 악재의 원인에는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으로 인한 자금 조달과 수율 문제가 꼽힌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 보급의 확대에 따라 기업들간의 경쟁이 극에 달한 시점이다. 향후 완성차 업체와 손을 잡고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자금과 능숙한 숙련 인력 확보를 통한 안정적 수율이 핵심이다.

■ 자금경색 우려되는 SK온…프리IPO로 2조대 확보에 그쳐 

당초 SK온은 프리 IPO(상장 전 투자유치)를 통해 4조원을 수혈하려 했지만 한투PE등 외부 기관으로부터 약 8천억원을 유치하는 데 그쳤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은 같은해 유상증자를 통해 SK온에 2조원의 재원을 조달했지만 여전히 자금 조달은 절실한 상황이다.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배터리 공장 (사진=SK온)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온의 지난해 3분기까지(연결기준) 총 차입금은 9조9천388억원으로 10조원에 육반한다. 프리 IPO가 지연되면서 단기차입금이 4조5천억원까지 불어났다. 반면 상환한 차입금은 96억원에 그쳤다. 최근 김경훈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영입해 재무조직을 확충한 것도 자금 조달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다.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지만 SK온은 신규 투자 설비 등을 대거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SK온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5년까지 총 23조원의 지출 계획을 잡고 있다. 이중 이미 지출한 금액은 9조2천억원 수준으로 남은 투자 금액만 약 14조원에 달한다. 다시 말해 투자 자금은 천문학적인 수치지만 재원마련 방안은 뾰족한 방안이 없는 셈이다. 포드와의 JV 설립에 소요될 재원 마련이 요원한 것도 이 문제와 무관치 않다.

■ 화재에 취약한 파우치형 배터리…수율 안정화 절실

SK온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하고 있지만 수율 문제도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SK온은 헝가리와 미국 조지아주 등지에서 다수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이들 공장 모두 수율이 안정화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실적 문제 역시 수율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정준용 SK배터리아메리카(SKBA) 법인장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덜루스의 한 컨벤션센터에서 배터리 산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SK온 제공)

통상적으로 해외 공장의 수율은 최소 3년에서 5년 정도 기간이 지나야 안정화 된다고 본다. SK온의 코마롬 제2공장과 미국 조지아주 제1공장은 지난해 가동을 시작하면서 좀처럼 수율 안정세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SK온의 연쇄적인 실적 부진도 불안정한 수율 문제를 반증한다. 더군다나 SK온이 주력 생산 중인 파우치형 배터리는 화재 취약성을 보완키 위해 더 많은 공정을 필요로 한다. 단기간 양품을 생산하기 어려운 구조일 수밖에 없다.

다만 정준용 SK배터리아메리카(SKBA) 법인장은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예측한 범위 내 수율이 확보되고 있고, 2공장은 1공장에서 힘들었던 부분을 반영해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고 반박했다.

■IPO 2026년 못박은 SK온… 자금·수율 안정화 없이 요원

SK온과 포드의 JV 설립 결렬에 이같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기업공개(IPO)도 연쇄적인 영향권 아래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SK온은 당초 기업가치를 40조원으로 책정했지만 프리 IPO에서조차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인정 받지 못했다.

예비 투자자들은 기업가치가 과대 책정됐다며 난색을 표하자 SK온은 기업가치를 20조원대로 낮춰 프리 IPO를 재추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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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글로벌 생산기지 현황

SK온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 당시 오는 2026년으로 IPO시기를 못 박았다. 만일 SK온이 약속한 기한까지 IPO를 추진하지 못하면 투자기관이 투자액보다 비싼 가격으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즉 오는 2026년 IPO 추진 전까지 수율 안정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달성하는 동시에 글로벌 경기 흐름도 순풍을 따라줘야만 하는 상황이다.

SK온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7월 유럽 공적수출신용기관으로부터 2조6천억원을 확보했고 이미 기확보한 재원을 모두 합산하며 6조원에 달한다"면서 "이 외에도 통상적인 기업 자금 조달방안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금 조달에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