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실리콘 기반 음극재 배터리 수명 감소 메커니즘 규명

흑연-SiO 혼합 이차전지 노화 현상 원인 찾아..."고용량 배터리 상용화 기여"

국내 연구진이 실리콘 기반 음극재를 쓰는 배터리에서 수명이 자연 감소하는 '노화'의 과정을 규명했다. 

고려대학교는 화공생명공학과 유승호 교수 연구팀이 리튬 이차전지의 흑연-산화실리콘(SiO) 혼합 음극재에서 나타나는 고온 저장 노화 현상의 원인을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기존 흑연 음극재보다 배터리 에너지 용량을 높이는 실리콘 혼합 음극재의 상용화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다.  

배터리는 충방전을 거듭하며 수명이 감소하는 사이클 노화와 충반전 없이도 시간 흐름에 따라 자연이 수명이 줄어드는 저장 노화를 겪는다. 기존 흑연 음극재를 쓰는 이차전지의 노화 현상은 전해질과 음극 사이의 부반응 때문으로 밝혀져 있다. 하지만 실리콘 기반 배터리에서는 사이클 노화에 관한 연구가 대부분이며, 충·방전과 별개로 일어나는 저장 노화 현상의 메커니즘이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유승호 교수 연구팀은 전기화학 분석을 통해 고온에 저장된 흑연/SiO의 용량 저하 현상을 확인하고, 이러한 용량 저하가 리튬 손실 때문임을 밝혔다. 또 가시광선과 X레이를 이용한 실시간 이미징 분석 기법을 통해 SiO에 의해 흑연의 리튬 탈리가 고온 저장 중에 가속화되는 것을 관찰했다. 다양한 분석을 통해 흑연 전극과 달리 고온에 저장된 흑연/SiO 혼합 전극 내의 SiO 표면에서 전해질과의 부반응으로 인하여 저장 중 부가적인 피막(SEI)이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고온에 노출된 흑연/SiO 혼합 음극에서 나타나는 전자 에너지 변화 모식도 (자료=고려대)

이러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고온에 노출된 흑연/SiO 혼합 음극에서 SiO 표면의 부반응으로 리튬이 고갈되고, 이후 흑연과 SiO의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더 높은 전자 에너지를 가지는 흑연이 SiO에게 전자를 제공하면서 흑연에서 리튬 탈리가 발생하는 것이 흑연-실리콘 음극재 배터리의 저장 노화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유승호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제시된 고온 저장 메커니즘을 통해 리튬 이온 이차전지 음극 노화 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발견해 에너지 밀도가 높은 흑연/SiO 혼합 음극의 설계 및 상용화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우수신진연구자 지원사업 및 LG에너지솔루션의 지원으로 수행됐드며,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Nature Communications)'에 11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