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음극 사이에 있는 기공 크기가 배터리 성능 열화를 가져오는 음극 소재의 팽창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소재를 설계할 때 기공 크기를 조절해 배터리 성능을 개선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윤석진)는 자체 구축한 배터리 분석 플랫폼을 활용, 리튬 이온 이동에 따라 배터리 내부 음극 소재가 팽창 및 열화되는 과정의 실시간 관찰에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리튬 이온 배터리의 성능과 수명은 충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부 전극 물질의 다양한 변화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배터리 속 전극과 전해질 등 주요 소재는 대기에 노출되면 순식간에 오염되기 때문에 작동 중의 물질 이동과 소재 변화를 관찰하기 어려웠다. 리튬 이온 이동에 따른 전극 물질의 구조 변화를 정확히 관찰해 분석하는 것이 성능 및 안전성 향상의 관건이다.
KIST 연구진은 최근 배터리 충전 용량을 높일 방법 중 하나로 주목받는 실리콘-흑연 복합 음극 소재의 실시간 관찰에 성공했다. 이론상 실리콘의 충전 용량은 기존 음극 소재인 흑연보다 10배 높다. 하지만 충전할 때 리튬 이온을 받아들이면서 실리콘 나노입자의 부피가 4배 정도 팽창하면서 내부 구조를 손상시키기 때문에 성능과 안정성이 떨어진다.
흑연과 실리콘 사이에 기공을 넣으면 실리콘의 부피 팽창을 수용해 배터리 부피 변화를 줄인다고 알려져 있으나, 전극 소재 물질의 이동을 직접 관찰해 증명하긴 어려웠다.
KIST는 배터리 분석 플랫폼을 활용, 리튬 이온이 흑연, 나노기공, 실리콘 순서로 주입되는 현상을 관찰했다. 기공 크기가 마이크로 단위일 경우엔 기존에 알려진 대로 실리콘의 부피 팽창을 완화했다. 하지만 나노 크기 기공은 실리콘의 부피 팽창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리튬 실리콘 입자보다 먼저 리튬 이온을 저장하는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음극 소재를 설계할 때 실리콘의 부피 팽창을 완화해 소재 안전성을 높이는 한편, 마이크로 및 나노 크기의 기공들을 적절히 분배하는 설계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KIST가 자체 구축한 배터리 분석 플랫폼은 여러 분석 장비를 특수한 방식으로 연결, 시편이 각 장비를 오갈 때 대기 노출과 그로 인한 오염을 막아준다. 여러 장비를 하나의 실질적으로 하나의 장비처럼 쓸 수 있어 소재를 대기오염 없이 분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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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평 KIST 연구자원·데이터지원본부장은 "제임스웹 천체 망원경이 우주 탐사의 신기원을 열었다면, KIST 배터리 분석 플랫폼은 배터리의 구조 변화 관찰을 가능케 함으로써 소재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라며 "향후 대기 노출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배터리 소재의 구조 변화 관찰을 통해 배터리 소재 설계 혁신에 필요한 추가 연구를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KIST 연구자원·데이터지원본부 안재평 본부장과 특성분석·데이터센터 김홍규 박사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학술지 'ACS에너지레터스(ACS Energy Letters) 최신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