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웹툰 작가 대상 표준계약서 개정안 원점부터 재논의해야"

웹툰 창작자들 "현장 목소리 반영되지 않아…소통창구必"

인터넷입력 :2023/01/11 17:03    수정: 2023/01/11 17:18

문화체육관광부가 급성장한 웹툰 생태계 발전을 도모하면서 작가 권익 증진을 목적으로 최근 마련한 표준계약서 개정 초안을 놓고, 창작자들은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반쪽짜리’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문체부가 업계 실정에 걸맞은 계약서를 내놓기 위해선 소통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웹툰작가노동조합과 한국여성만화가협회, 문화예술노동연대 등은 서울 마포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체부의 표준계약서 개정안에 대해 원점부터 논의돼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앞서 문체부는 웹툰 작가와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회사, 제작사(CP) 등으로 구성된 웹툰상생협의체와 협의 끝에 계약서 초안을 비롯한 상생 협약문을 작년 12월 발표했다. 휴재·저작권 보장 강화 등 작가들의 근로 환경 개선이 골자다.

11일 웹툰작가노동조합과 한국여성만화가협회, 문화예술노동연대 등은 서울 마포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체부의 표준계약서 개정안에 대해 원점부터 논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작가들 의견 수렴되지 않은 일방적인 계약서"

창작자들은 그러나 문체부가 공개한 초안이 웹툰 시장을 이끄는 이들의 기대를 배신한 동시에, 불리한 독소조항으로 가득 찼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하신아 웹툰노조위원장은 “작가들 의견이 수렴되지 않은 일방적인 계약서”라며 “문체부는 기본 틀을 수정할 생각이 조금도 없다는 의지를 수시로 내비쳤다”고 했다.

김현희 한국여성만화가협회 이사는 “지난 한 해 동안 상생협의체 회의에 참석해 작가로서 고충을 전달했으며, 계약서에 반영하겠다고 약속받았다”면서 “우리 입장이 철저히 외면된 개정안으로,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작가들이 지적한 내용은 이렇다. 현재 웹툰 산업은 창작자를 필두로, 플랫폼과 CP 세 축으로 나뉜다. 하지만 초안엔 3자간, 그리고 플랫폼과 제작사간 계약서는 물론 창작자 오리지널 작품에 대한 저작권 문제에 대한 내용이 없다는 것.

(사진=지디넷코리아)

"남용된 '합의' 개념과 정산정보 공개 의무 모호성"

‘합의’ 개념을 지나치게 남용한 부분도 문제시됐다. 가령 초안 중 웹툰연재계약서엔 창작자가 플랫폼이나 CP에 계약기간 대상 저작물의 서비스 연재에 대해 배타적발행권을 부여하도록 했는데, 이때 양방 간 합의할 수 있다고 추가로 명시됐다.

이처럼 합의를 전제로 한다면, 계약 방향이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조항이 부지기수라는 게 창작자들 공통 의견이다. 하신아 위원장은 “문제 소지가 없도록 명확해야 하는 계약서가, 합의에 떠밀려 유야무야되는 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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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작가 휴재권을 협의 후 결정해야 한다고 제시됐으며 무엇보다, 정산정보 공개 의무를 모호하게 언급한 점을 개선사항으로 꼽았다. 하 위원장은 “그간 정산서에 유·무료 조회수나 코인당 금액 등 정산 근거가 되는 자료를 요구해왔다”면서 “개정안엔 작가가 요청해야 정산 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고만 기재됐다”고 지적했다.

작가들은 문체부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위한 창구를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 위원장은 “창작자 조직들의 연구용역 참여와 간담회를 개최하고, 미조직 근로자들을 위한 비대면 테이블을 포함한 폭넓은 ‘거버넌스’를 꾸려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