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헬스케어는 해외시장을 가지 않고선 생존할 수 없다.”
디지털헬스케어 업계에서 만난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이 말은 두 가지 의미다. 열악한 국내 시장 대신 더 큰 해외 시장에서 돈을 벌라는 조언이자, 해외 시장을 찍고 국내 시장으로 역진출하라는 사업전략의 차원으로써 말이다.
전 세계 최대 정보기술 가전 박람회인 CES 2023(Consumer Electronics Show 2023)은 세계로 나가려는 우리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의 ‘동아줄’이나 마찬가지다. 행사 자체의 유명세도 있지만, 참여를 통해 각국의 바이오와 사업 미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CES 디지털헬스 섹션이 신설되면서 헬스케어 기업들의 기술과 제품에 관심이 쏠렸다. 국내 중소 및 스타트업 기업들도 CES 2023 참여를 계기로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에 나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 디지털치료제(DTx) 개발사인 ‘하이’는 이번 CES 2023에 단독부스를 마련하고 ▲경도인지장애 선별을 위한 ‘알츠가드’ ▲불안·우울장애 치료제 ‘엥자이렉스’ ▲뇌졸중 후 언어 마비말 장애 치료제 ‘스트록케어’ 등 3종의 DTx를 공개했다.
특히 알츠가드는 지난해 6월 BIO USA에서 해외 시장에 소개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이는 행사 기간 동안 글로벌 기업 및 연구 기관들과 임상 진행과 공동 사업에 대한 미팅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는 이번 CES 2023 참여를 계기로 미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달 내 미국 법인 설립을 포함해 올해 상반기 알츠가드 글로벌 버전 출시를 비롯해 미국 플로리다대학과의 공동연구로 개발된 스트록케어에 대한 미국 임상시험도 연내 돌입할 예정이다.
김진우 대표는 “이번 CES 2023은 글로벌 진출 전에 해외 참여자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밝혔다.
또 국내 디지털헬스 전문기업인 라이프시맨틱스는 행사 기간동안 호흡재활 DTx인 ‘레드필 숨튼’을 공개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전시부스는 개막 첫날부터 레드필 숨튼 체험을 위해 찾아온 방문객들로 붐볐다는 후문.
주요 기능은 ▲산소포화도 및 보행능력 검사를 통한 환자의 운동능력 실시간 체크 ▲재활 중 위급상황 및 운동량 부족 시 자동 알람 및 문자 기능 ▲메트로놈을 통한 환자 건강상태에 따른 운동량 조절 ▲의료진에게 환자의 실시간 데이터 전송 등이다. 이 제품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호흡재활 분야 처방형 디지털치료제로 확증 임상을 승인받았다.
회사 관계자는 “글로벌 바이어들로부터 제품 수요를 확인했다”며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 전략 수립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 인공지능(AI) 플랫폼 전문기업 딥노이드는 행사 기간 동안 글로벌 기업 및 바이들에게 자사 의료AI와 산업AI기술을 홍보하며 해외시장 진출에 자신감을 얻은 분위기다.
회사는 전시 홍보관을 통해 ▲의료영상 AI솔루션 ‘딥AI’와 자체 개발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딥팍스프로’ 연동을 통한 다질환검출 솔루션 ▲AI 엑스레이 영상 자동판독시스템 ▲‘딥시큐리티’ ▲노코드 플랫폼 ‘딥파이’ ▲ AI관리 플랫폼 ‘딥탭’ ▲AI융합 불법복제품판독시스템 등을 공개했다.
최우식 대표는 “글로벌 잠재 고객 발굴과 미국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자신했다. 관련해 현재 회사는 주요 의료AI솔루션에 대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준비 중이다.
AI 신약개발 기업인 히츠도 행사 기간 동안 AI 신약개발 플랫폼인 ‘ONE 플랫폼’을 공개했다. ONE 플랫폼은 신약개발 연구자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 연구 협업 툴이며, 올해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연구자는 해당 플랫폼을 통해 약물-단백질 상호작용 예측과 약물 구조 설계 AI 기술을 웹상에서 조작해 연구에 활용할 수 있다.
또 예측 및 실험 데이터의 디지털 자산화를 통해 더욱 효율적인 연구가 가능하고,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공유를 통해 연구원 간의 협업 능률을 높였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아직 회사는 ONE 플랫폼의 글로벌 버전 출시 계획을 밝히진 않았다. 그렇지만 AI를 신약 개발 과정에 적극 도입 중인 글로벌 제약사 및 연구자들에게 해당 플랫폼은 매력적인 선택지로써 눈도장을 확실히 찍는 기회가 됐다.
회사 관계자는 “ONE 플랫폼이 신약개발 연구 경험을 어떻게 바꾸는지 글로벌 시장에 홍보함으로써 신약개발의 미래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