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인증중고차 사업 하반기로…고금리·경기침체 탓

"시장 여건 보면서 신중히 접근"...중고차 가격 상승 부추길 수도

디지털경제입력 :2023/01/09 16:31    수정: 2023/01/10 10:54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증 중고차’ 사업이 하반기로 늦춰질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중고차 시장에 고금리와 경기침체 등 반도체 수급 악재에 이은 난항에 잠시 숨 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새해부터 시작하려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증 중고차 판매가 하반기로 연기됐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권고에 따라 올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중고차 판매 사업에 나설 예정이었다. 새해부터 4월까지 시범 판매를 거칠 수 있었으나 재정비에 중점을 두면서 예상보다 더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현대기아차)

현대차의 이런 결정은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 중고차 시세 하락세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리가 오르자 치솟았던 중고차 금리도 눈에 띄게 올랐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연 2.9%였던 할부금리가 현재는 10%대까지 오른 상태다. 현재 중고차의 평균 대출 금리(36개월 할부 기준)는 약 18%다. 법정 최고 금리인 19.9%에 육박하는 업체도 나왔다.

신차 출고 기간이 짧아지면서 중고 수요도 분산되고 있다. 할부 금리가 오르자 소비자들은 차량 계약을 취소했다. 취소분이 늘자 최소 출고 대기기간이 평균 10개월 이상 걸리던 모델들은 짧게는 3개월까지 출고 기간이 앞당겨졌다.

중고차 가격은 1월 수요가 가장 많은 시기임에도 하락했다. 케이카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유통되는 출시 12년 이내 차량 중 1천만원대 모델의 시세가 평균 10%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도 작년 중고차 업체에 발생한 물량은 11만2천554대로 지난 2021년 발생한 재고 물량(6만3천840대)의 1.8배로 역대 최대라고 밝혔다.

신차 출고 대기 시간이 길어져 신차급 중고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 중고차 시장이 커진 주요한 요인인데, 신차 출고가 빨라지면서 신차 할부 금리보다 중고차 할부 금리가 높아 금전적으로나 시간상으로 매력을 잃은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중고차 사업 진출에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기부 권고안에 따라 올초부터 시범운영이 가능했지만 하반기 정식 판매 일정에 맞춰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고차 업계 안팎에서는 현대차·기아가 연초에 중고차 시장에 진입해도 큰 이익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출고 5년 미만에 누적 주행거리 10만㎞ 이내인 품질 보증 차량을 판매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가격대가 높아 할부 구매 시 고금리 영향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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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 자체가 영세사업자가 주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최근 중고차 시장이 침체돼 있는만큼 새해부터 시작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경쟁 업체들은 다양한 브랜드의 차를 소유하고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자사 브랜드로만 경쟁해야 하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 시기에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면 소비자들이 현대차와 기아가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 뒤 중고차 가격대가 높아졌다는 반응을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도 진출 속도를 조절해야 할때”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