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금개혁을 가속화하고 필수의료지원 대책 및 신약 및 의료기기 수출 5위 달성 등 신년 계획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9일 2023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미래 도약을 위한 튼실한 복지국가’ 핵심 추진과제로 ▲촘촘하고 두터운 약자복지 확대 ▲필수의료 강화 ▲지속가능한 복지개혁 추진 ▲보다 나은 미래 준비 등을 제시했다.
정부는 건강보험·국민연금·복지지출 개혁의 당위로 지속가능한 재정을 내세운다. 건보지속가능성제고대책을 통해 ‘공평한’ 건강보험료를 부과하고 재정누수를 방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의료적 필요도 기반 보장 ▲공정한 자격·부과제도 ▲합리적 의료이용 유도 ▲불법행위 엄단 및 비급여 관리 등을 강화키로 했다.
관련해 올해 하반기 복지부는 ‘건강보험 개혁대책’도 마련할 예정이다. 이는 고령화 등 의료수요 급증에도 적정한 의료 질과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혁신적 지불 제도를 도입하고 비급여 관리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초미의 관심사는 연금개혁이다. 복지부는 연금개혁 논의의 기초가 되는 국민연금 재정추계 일정을 당초 3월에서 이달로 앞당겨 시산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오는 10월 국민연금 제도개선과 기초연금과 연계한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의 높은 관심도를 반영, ‘투명한 정보공개’, ‘의견수렴’ 등을 약속했다.
윤석열 정부는 ‘촘촘하고 두터운 약자복지’를 강조한다. 이를 위한 복지사업 효율화의 핵심은 불필요한 지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복지부는 중앙부처 사회보장사업의 유사·중복성을 검토해 통합 정비 및 편중·누락 조정안을 마련해 이행할 예정이다. 또 사회보장제도 DB도 구축과 맞춤형 서비스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약자 복지는 강화
수원 세모녀 사망 등 복지 사각지대 가구가 지속 발생하자, 복지부는 재난적의료비 지원 이력과 수도・가스료 체납 등 위기정보 활용을 기존 39종에서 44종으로 확대키로 했다. 이를 위해 지자체·의료사회복지사·통·이장·국민 등 민관 합동으로 위기가구를 발굴한다는 것. 또 신속한 소재 파악을 위해 연락처를 연계하고 긴급 상황 시 비상개문 절차도 마련키로 했다.
생계급여 등 각종 복지사업의 선정기준이 되는 기준중위소득이 5.47% 인상되면서 생계급여 선정도 4인 가구 기준 154만원에서 162만 원으로 완화된다. 복지부는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중위 30%에서 35%로 상향하는 한편,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 등을 포함해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도 수립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복지부는 국제 표준에 맞는 입양체계로 개편하고, 시설 중심의 보호체계를 단계적으로 가정형으로 전환하는 로드맵과 ‘아동기본법’ 제정도 추진하기로 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긴급돌봄 시범사업을 오는 4월부터 운영하고,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일대일 통합돌봄서비스 도입을 추진키로 했다. 관련해 장애인연금은 매월 최대 40만3천원으로 인상되고 장애수당도 6만 원으로 오른다. 복지부는 개인예산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새로운 복지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도 눈에 띈다. 복지부는 자립준비청년에게는 소득·사례관리 지원을 확대하고, 학교·지자체 등을 통해 가족돌봄청년을 찾아 가사·간병·휴식 등 맞춤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고립·은둔 청년 표적 심층조사를 통해 실태를 파악하고 자립지원전담기관에 고립·은둔 자립준비청년 전담인력을 배치해 고위험군을 발굴·지원키로 했다. 청년내일저축계좌 가입 인원도 지난해 4만2천명에서 올해 11만9천명으로 확대하고 예산도 289억 원에서 1천574억 원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 복지부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고독사예방기본계획’을 수립해 대응하고 지난해에 이어 상병수당 시범사업도 계속 실시키로 했다.
아울러 사회서비스 지원 대상을 중산층까지 확대, 긴급한 돌봄 공백을 채우는 틈새돌봄과 생활형 사회서비스 등도 시행된다. 특히 신규 및 미흡기관 컨설팅과 규모화‧조직화 지원을 통해 영세한 민간기관의 역량을 강화키로 했다. 이를 통해 민관 복지기관의 인건비 가이드라인 준수 노력 등 근로여건을 지속 개선할 예정이다.
관련해 ▲돌봄로봇·보조기기 등 R&D 확대 ▲140억 원 규모 투자펀드 조성 ▲범부처 ‘제1차 사회서비스 기본계획’을 통한 사회서비스원도 확대·개편 등도 예정돼 있다.
민간 복지기관 지원과 관련해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노인 장기요양보험 같은 경우도 99%가 민간에서 다 하고 있고 나머지도 민간에서 많이 하고 있다”며 “공급기관은 상당히 영세해 논의를 해서 또 크게 규모를 만들고, 또 조직화하는 방안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중증·응급·일차의료 분야 소아진료 지원 강화된다
복지부는 ‘필수의료지원대책’을 통해 중증·응급·분만·소아 진료 강화체계를 구축하고 공청회 의견 등을 반영해 소아진료 지원방안을 보완할 예정이다. 중증·입원과 관련해 어린이병원 사후적자보상과 응급 분야는 소아응급체계 강화를, 일차의료는 아동 심층상담 시범사업 등이 실시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올해 하반기 필수의료지원 추가대책을 통해 진료환경·전문인력 부족으로 적정 치료가 곤란한 분야의 지원도 강화키로 했다.
이밖에도 ▲병상수급시책 ▲전문의 중심 인력 개편 ▲응급의료계획 ▲심뇌혈관질환계획 ▲국립중앙의료원 이전·신축 ▲중앙감염병병원 건립 등의 전방위 정책도 마련된다. 특히 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의대정원 증원 등은 의료계와 상시 협의체를 통해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생애주기 및 스마트 건강투자도 늘어난다. 복지부는 영유아 건강검진을 내실화하는 한편, 청년기 정신건강검진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어르신 건강관리사업 확대 등을 통해 생애주기별 건강관리 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 ICT 기반 건강관리 플랫폼을 통한 일차의료 중심 만성질환 관리도 강화하기로 했다.
세월호 및 이태원 참사 등을 통해 재난 대응의료체계의 체질 개선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사전대비 ▲소통체계 ▲소방·보건소·DMAT 등 합동훈련 등 역량 강화 측면에서 응급의료 체계를 개선키로 했다. 또 재난 트라우마 대응을 위해 권역 트라우마센터를 시·도 단위로 확대해 현재 4개소에서 최대 17개소로 늘릴 예정이다. 정신건강복지센터 기능·인력도 센터당 2명으로 확대키로 했다.
코로나19 등 신변종 감염병 대응 대책도 마련됐다. 현재 정부는 방역대책을 지속 완화할 계획이다. 실내 마스크 착용은 유행 안정화 및 지표 충족 시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하고, 코로나19 감염병 등급도 현재의 2급에서 유행 패턴 발생 등 엔데믹 수준 진입 시 하향 조정할 예정이다.
다만, 현재 중국발 확진자 유입이 늘고 있어 당분간을 이에 대한 검역 강화 등은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원스톱진료기관 추가 확보 등 치료병상도 충분히 확보한다는 것. 아울러 고령층은 예방접종을 강화하고 먹는 치료제를 적극 처방해 중증화를 예방하고, 요양병원 등 감염취약시설에는 특별 방역·의료 지원을 병행키로 했다.
부모급여·노인 일자리 확대도
1월부터 최초로 0세에게는 월 70만 원, 1세는 월 35만 원의 부모급여가 지급되며, 육아종합지원센터·어린이집을 활용해 육아교실 등을 운영하는 ‘육아쉼표’ 시범사업도 추진된다. 가정양육 부모의 긴급·일시적 돌봄수요 충족을 위한 시간제보육도 확대키로 했다. 또 복지부는 보육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 어린이집 평가제를 컨설팅 중심으로 개편하고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등 국가책임을 강화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노인을 위한 소득·일자리·여가 지원도 늘린다는 계획이다. 소득은 기초연금을 기존 월 30만7천500원에서 32만3천180원으로 인상하고, 노인일자리는 민간형·사회서비스형 중심으로 기존 84만5천개에서 88만3천 개로 늘릴 예정이다. 이밖에도 복지관·경로당 프로그램, 냉·난방비 지원도 확대키로 했다.
재택의료센터는 현재의 28개소에서 오는 2026년까지 80개소로 늘리기로 했다. 이와 함께 올해 하반기 ‘치매안심주치의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한편, 3월부터 의료-요양 통합판정 시범사업을 통해 노인의료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통합재가서비스도 현재의 31개소에서 50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대상자는 55만 명으로 늘리고, 30만 가구를 대상으로 IoT 기반 응급안전안심서비스도 펴기로 했다. 아울러 가칭노인 친화형 공동주택 등에서 돌봄·의료·여가 등 복합서비스를 누리는 지역사회 거주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신혼부부에게 주택자금 같은 목돈을 빌려주고 아이를 많이 낳을수록 이자와 또 원금까지 탕감하는 헝가리의 예비부모대출 지원제도를 제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기일 복지부 제2차관은 “초저출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응을 위해서는 우리가 여러 가지 총력을 기울일 필요는 있다”면서도 “새 제도의 도입을 위해서는 효과성이라든지 타당성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돼야 되고 한편으로는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바이오헬스 ‘드라이브’ 지속
바이오헬스 분야의 정부 목표는 오는 2027년까지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 개발과 의료기기 수출 세계 5위다.
이를 위해 정부는 2025년까지 제약산업에 25조원을, 의료기기는 2027년까지 10조원의 연구개발 민간투자를 확대키로 했다. 관련해 K-바이오백신 펀드 본격투자 및 추가 펀드도 2025년까지 누적 1조 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수입에 의존하는 필수백신을 국산화를 위해 오는 2029년까지 2천151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차세대 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해 올해 mRNA백신 개발에 210억 원을, 항바이러스제 개발은 2029년까지 464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27년까지 방역·의료안전 기술고도화에 857억 원을, 2027년까지 감염병유행 대비 비대면 진료 기술 개발에 288억 원의 예산을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관련해 희귀질환 치료기술 등 목적지향적 전략형 R&D 과제에 대한 혁신적인 지원 체계, 일명 ‘한국형 ARPA-H’도 눈에 띈다. 인공혈액 개발에는 471억이, 이종장기 기술 국산화에는 380억 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건강정보 고속도로’ 시스템을 본격화하는 한편, 공공·민간병원에서의 맞춤형 스마트화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100만 명 임상·유전체 데이터뱅크 구축과 암 등 주요 질환 극복 위한 빅데이터 활성화와 동시에 안전한 연계·활용 위한 법적 기반도 마련키로 했다.
특히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거론되는 바이오헬스 육성·수출 지원 대책도 눈에 띈다. 복지부는 올해 상반기 생산·연구인력 11만 명 육성방안을 수립하고, 세계보건기구(WHO) 인력양성허브 운영 및 국내외 기업 간 파트너십 촉진으로 국내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또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제도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확대 ▲기초 R&D에서 제품화까지 지원 범부처 거버넌스도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