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이 피프스시즌을 인수한지 1년이 다 되어가는 가운데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피프스시즌이 새해에 10억 달러 이상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만큼 실적 개선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여전히 '오버 페이 인수합병'이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미국 현지에 자사 콘텐츠를 유통하기 위해 지난해 초 9천337억원 가량을 지불하고 엔데버콘텐트를 인수했다. 이후 9월 엔데버콘텐트의 사명을 피프스시즌으로 바꾸고 CJ ENM과의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프스시즌은 '라라랜드',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을 제작한 제작사다. 연간 30편 이상의 콘텐츠를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피프스시즌 인수 당시 피프스시즌을 CJ ENM의 전문적인 글로벌 콘텐츠 제작 스튜디오로 키운다는 포부를 밝혔다. 피프스시즌을 베이스캠프로 삼고 미국 현지에서 CJ ENM의 콘텐츠를 제작·유통한다는 계획이다.
피프스시즌 인수 1년, 아직 부진한 실적
CJ ENM의 피프스시즌 인수 효과가 아직 실적으로는 이어지지 않는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진행된 3분기 실적발표에서 CJ ENM은 매출액 1조1천785억원, 영업이익 255억원, 미디어부문 영업손실 141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3분기 CJ ENM은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와 피프스시즌의 영업손실이 반영되며 전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CJ ENM은 티빙과 피프스시즌의 영업이익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추정하고 2022년 실적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영업이익 2천700억원에서 1천550억원으로 낮추는 내용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티빙과 피프스시즌의 합산 손실 규모를 약 1천300억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피프스시즌을 인수할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CJ ENM이 오버페이 인수합병을 진행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당시 CJ ENM은 피프스시즌의 경영권을 포함해 지분 약 80%를 7억8천538만 달러에 인수했다. 피프스시즌의 전체 기업가치를 8억5천만 달러 정도로 추정했다. 특히 CJ ENM은 피프스시즌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9천억원을 추가 차입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피프스시즌을 인수할 당시 인수 효과를 판단할 정보들이 공개되지 않았고, 인수 이후에도 피프스시즌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CJ ENM은 연간 손익분기점(BEP) 달성은 물론 중장기 가이던스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피프스시즌, 올해는 적자 벗어날 수 있을까
CJ ENM은 올해 피프스시즌과 협업을 강화하고 더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이는 방식으로 적자폭을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황득수 CJ ENM 경영지원실장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당시 올해 피스스시즌에서 24편 이상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히며 "한국과의 협업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피프스시즌이 단기간에 흑자 전환을 이뤄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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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피프스시즌과 티빙에서의 턴어라운드가 시급하다"며 "올해는 당연히 개선된 모습을 보이겠지만 단기간에 흑자 전환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한 단계 도약을 위해 필요한 투자와 그에 따른 성장통은 이해하지만 꾸준한 투자가 이뤄지려면 캐시카우 역할을 해줄 커머스 부문의 회복이 전제돼야 한다"며 "피프스시즌 인수를 위한 단기차입 만기 시점을 올해로 연장해 급한 불은 껐으나 금융비용이 증가하며 재무부담이 지속되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