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트렌드와 전망을 발굴해드립니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 ⑨ 모비젠 김태수 대표

중기/스타트업입력 :2023/01/02 13:11    수정: 2023/01/02 13:48

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빅데이터로 트렌드와 전망을 발굴해드립니다”

김태수 모비젠 대표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는 하루 평균 약 3천개의 로그(log)를 남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로그는 사용자의 이용 흔적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사용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무엇인가를 하게 되는데, 그 흔적이 로그로 남는 것이다. 이 수치는 정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 한 이동통신사업자의 빅데이터 DB에는 현재 하루 약 1천억 건, 분기에 약 10조 건 가량의 로그가 생성되고 있다. 이를 한 사용자 당 로그로 환산하면 하루 3천 건 가량이 되는 것이다.

로그는 그 자체로 큰 가치를 갖지는 않는다. 모든 스마트폰 사용자가 하루에 3천개 가량의 로그를 생성하면서도 그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까닭이 거기에 있다. 하지만 그것이 축적되고 분석되면 사정은 달라진다. 무엇보다 트렌드가 생기고 전망이 가능해진다. 새로운 비즈니스 토대가 마련되는 것이다.

모비젠 김태수 대표

김태수 대표와 모비젠이 하는 일은 그 무심한 로그를 축적하고 살펴서 새로운 물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아이리스 DB'란 이름의 빅데이터 분산 DB를 통해서 로그를 축적하고, ‘아이리스 VDAP'라는 이름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통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위한 물길을 찾아내는 일이 그것이다. 물론 이 모든 작업은 방대한 양의 빅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는 고객 기업들을 돕는 데 활용되는 것이다.

김태수 대표의 꿈은 그러므로 ‘전망의 발굴자’인 셈이다.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창업에 나서다

2000년은 모두에게 꿈으로 가득한 한 해였다. 새로운 천 년이 열리는 해라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모두의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특히 비즈니스 하는 사람에겐 더 그랬다. 무엇보다 기술 친화적인 사람들에게는 미국 서부시대의 골드러시를 방불케 했다. 미국에서도 그랬지만 국내도 닷컴 열풍이 몰아쳤다.

KAIST에서 전산학을 전공한 김태수 대표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김 대표에겐 그런데 창업의 계기가 하나 더 있다. 1994년 신세기통신에 공채 1기로 입사했던 김 대표는 신세기통신이 매각되자 ‘어떤 통증’을 느끼게 됐다. 회사와 직원의 관계에 관한. 김 대표는 그 통증 끝에 신세기통신 선후배들과 공동으로 창업을 하게 된다. ‘모바일로 일을 내고 말겠다’는 의미를 담아서 ‘모비젠’을 설립하게 된 것.

김 대표는 창업 당시 연구소장을 맡게 됐다.

■실패로 끝나고 만 첫 사업 ‘크레디폰’

첫 사업은 그러나 크레바스에 빠지고 말았다. 카드 없이도 휴대폰 번호 만으로 결제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일명 ‘크레디폰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너무 일찍 나선 게 문제였다. 5~6년 뒤에는 비슷한 서비스가 많이 나왔지만 모비젠이 이 사업을 시작한 2000년 만 해도 대중을 이해시키기는 어려움이 많았다.

2019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 전시회 모비젠 부스

“휴대폰을 기반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창업을 했지만 크레디폰 서비스를 내놓고 1년 동안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요. 이 사업을 시작하기에는 환경이 아직 성숙되지 않았던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그때는 금융에 대한 제재가 아주 많았습니다. 그래서 캐즘(chasm)에 빠진 것이지요.”

구원의 손길은 역시 모비젠 답게 이동통신에 있었다.

■이동통신사 로그 정보 사업을 수주하다

크레디폰 사업이 실패하면서 고전하던 와중에 김 대표가 찾아간 곳은 고향이라 할 수도 있는 국내 굴지의 이동통신사다.

휴대폰 이용자가 급증하던 시기였고, 이 때문에 이동통신 회사 사이에 통화품질 경쟁이 치열하던 때다. 품질 개선을 위해서는 사용자의 로그 분석이 필수였다. 당시만 해도 하루 로그 정보는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적은 2~3억 개에 불과했지만 문제는 그마저도 해결할 방법이 별로 없었다는 데 있다.

모비젠 관계자가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제품 발표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모비젠은 다행스럽게 이 회사의 로그 분석 사업을 수주했고, 이를 기반으로 국내 빅데이터 1세대 기업이 될 수 있었다.

“이 사업 덕분에 이동통신 망 품질 분석과 가입자 데이터 분석에서 노하우를 쌓고 회사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빅데이터 회사로 다시 태어나다

빅데이터 뉴스를 보려면 한 가지는 꼭 이해해야 한다. 데이터는 소중하지만 모든 데이터가 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또 덜 중요한 모든 데이터까지 다 처리하려면 비용이 엄청나다. 그래서 기업들은 중요한 데이터만 분석하는 데 집중했었다. 그런데 덜 중요한 데이터도 버릴 수 없는 시대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비용은 낮추고 효율은 높이는 데이터 처리 방법이 필요해진 것이다. 굳이 데이터라 하지 않고 빅데이터라고 하는 까닭의 핵심이 그것이다. 이른바 하둡(Hadoop)은 그 대표적인 해결책이다. 거칠게 정리한다면, 고가의 컴퓨팅 장비 대신 저렴한 컴퓨터를 묶어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분산시스템이란 말도 그런 의미를 갖고 있다.

“2008년에 처음으로 리눅스 서버 10대를 묶어 ‘아이리스 DB'를 개발했어요. 하루 10억 건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이었죠. 지금은 이것이 발전해서 한 이동통신사에서 ‘아이리스 DB' 70여대로 하루 1천억 건, 한 분기 10조 건의 데이터를 처리합니다. 단일 프로젝트로는 국내에서 최대 규모입니다.”

■이동통신의 품을 떠나 전방위로 확장

이동통신 관련 사업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접어들면서 회사의 진로를 놓고 사내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동통신 관련 사업에 더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빅데이터 사업을 기반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인가.

결론은 후자였고, 그게 ‘2기 모비젠’이라 할 수 있다.

모비젠 아이리스(IRIS) 제품군 개념도

“모비젠은 창업 이후 10여년 동안 ‘이동통신 협력사’의 성격을 갖고 있었습니다. 매출의 대부분이 이동통신사에서 발생했죠. 하지만 2008년 ‘아이리스 DB'를 개발하고 이후 사내 토론을 통해 빅데이터 회사로 거듭났습니다. 4개의 솔루션으로 구성된 ’아이리스 VDAP'까지 개발하면서 고객이 크게 늘었습니다.”

실제로 모비젠의 지난해 매출은 330억 원이며, 코트라, 한국전력, 국토안전관리원 등 이동통신사 이외 매출이 70% 가량 된다.

■“‘3기 모비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와 모비젠은 또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가 말한 것은 아니지만 ‘3기 모비젠’이라 부를 만한 가치가 있다.

“현재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클라우드입니다. ‘아이리스 DB'와 ’아이리스 VDAP'가 클라우드 기반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이리스 DB'를 일본 제2 이동통신사인 KDDI에 수출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 클라우드를 통해 우리 솔루션을 해외 기업들이 사용하는 것을 꼭 보고 싶습니다.”

모비젠 빅데이터 기업 실습 프로젝트 이미지

모비젠은 이를 위해 제2 판교에 사옥도 마련했다. 1분기 중에 입주할 예정이다.

■‘지속가능’과 ‘축적’이 경영의 좌표

김 대표는 2000년 공동창업에 참여했지만 그때 대표를 맡지는 않았었다. 연구소장이었다. 대표를 맡게 된 것은 2017년이다.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기면서(지란지교시큐리티에 회사가 매각되면서) 대표가 됐다. 지금은 전문경영인이다. 김 대표는 그래서인지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와 현재 CEO인 팀 쿡을 존경한다고 한다. 

“기업가로서 존경한다기보다 그 기업의 산출물과 결과에 대해 존경한다는 게 맞을 지도 모릅니다. 특히 천재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잡스와 조력자로서 시스템을 만드는 쿡은 상반된 성격의 리더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서로 다른 리더가 조화롭게 회사를 발전시켰다는 점을 놀랍게 생각합니다.”

모비젠 개발그룹 워크샵 장면

김 대표는 현실적인 입장에서 ‘지속가능성’과 ‘축적’을 중요한 경영좌표로 삼고 있다.

“새로운 사업이나 제도를 만들 때 최소한 5년 이상 지속가능할 지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완전히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생각보다는 경험을 지속적으로 축적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고 보니 빅데이터 사업의 속성이 그러하다. 작은 것 하나라도 버리지 않고 쌓아 그 토대로 새로운 물길을 내는 일. 그것이야말로 모비젠이라는 회사가 나아가는 길이고, 그 고객사에게도 존재 의미를 알려주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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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쌓이다보면 전망이 될 것이다. 그게 김 대표의 꿈일 테다.

덧붙이는 말씀: 김태수 모비젠 대표가 추천한 다음 인터뷰 대상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전문기업인 와이즈넛의 강용성 대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