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산화수소는 반도체 세정 및 식각 공정의 핵심 소재이며, 소독과 산화, 펄프 제조 등에 폭넓게 쓰이는 주요 산업 원료다. 하지만 값비싼 팔라듐 촉매를 써야 하는데다, 공정에서 에너지 소모가 크고 탄소 배출량이 많다는 문제가 있다.
국내 연구진이 광촉매를 사용해 과산화수소를 싸고 깨끗하게 생산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은 고온·고압 에너지가 필요한 열역학 공정 대신 태양광에 반응하는 광촉매로 고농도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빛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촉매 작용을 촉진하는 광촉매는 친환경적이지만 효율이 낮아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다. KIST 물자원순환연구단 변지혜 박사와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이동기 박사 연구팀은 광촉매 재료와 함께 쓰이는 반응 용액을 새롭게 설계, 반응 용액이 단순 용매가 아니라 촉매로도 작용하게 해 효율을 높였다.
현재 과산화수소는 열역학적 공정에서 안트라퀴논 유기 분자가 반복적으로 산화와 환원 반응을 하며 만들어진다. 연구진은 이에 착안, 광촉매를 물이 아니라 새로 설계한 유기 용액에 담가 반응이 일어나게 했다.
그 결과 유기 반응 용액에서 광촉매의 산소 환원 능력이 향상돼 과산화수소 생산이 크게 늘어났다. 또 유기 반응 용액 자체가 빛을 흡수해 광화학적인 반응으로 과산화수소가 생성됨을 최초로 규명했다.
연구진은 광촉매 소재와 반응 용액을 제어, 태양광을 이용해 단위 시간 및 광촉매 1그램 당 5만3천ppm 농도의 과산화수소를 생산했다. 농도 5.3%의 과산화수소에 해당한다. 이는 과산화수소 생산 산업 기준인 최소 1만ppm, 즉 1%를 5배 이상 초과한 성과다. 기존 광촉매 기술이 수십~수백 ppm 수준의 과산화수소 생산에 그치는 것에 비해 획기적 성능 수치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 기술은 광촉매와 광화학 두 광반응의 시너지로 태양광-화학변환효율 1.1%를 기록, 기존 광촉매 최고 효율인 0.61%를 깨고 세계 최고 효율을 경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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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연구진은 "이 연구는 태양광을 이용한 저탄소 친환경 기술로도 산업 핵심 연료를 높은 농도와 순도로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며 "생산된 과산화수소를 리터 규모로 정제하는 공정도 연계해서 기술의 완성도를 확인했고, 향후 대용량 실증을 거쳐 기술이 상용화되도록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을 받아 KIST 미래원천국가기반기술개발사업, 우수신진연구사업, 나노및소재기술개발사업,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및 선행융합연구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에너지 앤드 인바이런먼탈 사이언스(Energy & Environmental Science)' 최신호에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