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새해는 국내 배터리 업계에 위기이자 기회가 되는 한 해라는 전망이다. 미국이 내년에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강한 보호무역주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배터리 기업들의 북미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움직임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만 중국 위주의 원자재 공급망을 재편하기 위한 노력 역시 선행돼야 하는 상황이다.
29일 글로벌 리서치 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내년 국내 배터리 3사의 수주잔고는 1천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차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데다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친환경을 골자로 한 모빌리티 산업 개편도 거세게 일고 있다.
보수적인 중국 시장을 공략할 수 없는 국내 업계로서는 북미 시장 지배력 확대에 기업의 성패가 달려있다. 특히 중국 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주도권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1위를 고수하는 등 국내 3사는 경쟁력을 키워 나가고 있다.
관건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다. IRA는 국내 3사에 위기이자 기회다. 해당 법안은 미국이 중국을 배제하겠다는 목적이 담겨있다. CATL과 BYD와 같은 중국 기업을 막고 자국 중심의 산업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한국 배터리 기업 3사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 업체를 제외한 상태에서 미국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이는 국내 업계에 큰 호재다. 실제 오는 2030년이면 미국의 배터리공장 70%를 국내 3사가 점유하게 된다.
다만 중국 중심의 원자재 공급망을 탈피하는 게 선결 과제다. 배터리에 필수적인 리튬, 니켈 등 원자재는 까다로운 정제 제련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국내 3사는 중국에 과잉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중국 중심의 공급망에서 탈피하는 것이 내년 국내 업계의 최우선 목표라고 진단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중 간의 경제 갈등으로 원자재 공급망 역시 탈중국화가 가속화 되는 양상"이라며 "IRA 세액공제 조항을 만족하기 위한 공급망 확보가 내년 업계의 핵심 관건"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이어 "세계 전기차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어 배터리 공급량은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면서 "다만 단순 물량 작전이나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 뿐만 아니라 북미 시장 확보 전략을 더욱 꼼꼼하고 세심하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내년 역대급 경기 위축 전망에도 이차전지 업계는 큰 호황을 맞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2023년 산업리포트에 따르면 미 금리인상에 따른 강달러 기조, 인플레이션 등으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으나, 세계 배터리 수요는 여전히 공고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해당 보고서는 내년 국내 이차전지 합산 매출액은 약 15%이상 확대되는 가운데 대형 업체를 중심으로 제품가격 등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성훈 중앙대학교 융합공학부 교수는 "IRA로 인해 공급망을 재편하는 게 내년 배터리 업계의 숙제다"면서도 "IRA는 2024년 시행예정이기 때문에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다만 윤 교수는 "IRA로 인해 단기간은 국내 업계가 호황을 보겠지만 단순하게 장및빛 미래로만 보는 건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CATL, BYD도 IRA법안에 따른 정교한 전략을 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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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CATL이 생산하는 LFP(인산철)배터리는 이미 가격 경쟁력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CATL이 더욱 강화된 저가화 공세로 북미시장을 공략하게 되면 IRA의 세액조항은 무력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테슬라와 포드 등은 LFP배터리를 자사 전기차에 채택하기로 한 바 있다. 또 기술 진보로 LFP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는 점점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