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샘 뱅크먼-프리드 전 최고경영자(CEO)가 미국으로 송환돼 검찰 수사를 받는다. 미국 당국은 수사 과정에서 FTX가 테라-루나 시세 폭락을 유도했을 가능성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뱅크먼-프리드는 21일(현지시간) 바하마에서 미국으로 송환됐다. 뱅크먼-프리드가 미국 송환에 동의하는 서명을 함에 따라, 법원은 이날 열리는 심리에서 미국 검찰이 청구한 뱅크먼-프리드의 신병 인도를 승인할 수 있다.
뉴욕 남부연방지방검찰청은 뱅크먼-프리드에 형법 상 사기와 인터넷 뱅킹 사기, 돈세탁, 불법 선거자금 공여 등 8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뱅크먼-프리드가 FTX 및 알라메다리서치를 비롯한 자회사들을 운영하면서 이런 위법 행위를 저질러왔다고 보고 있다. FTX와 알라메다리서치 간 자산이 분리되지 않고 운영돼왔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이런 혐의를 받게 됐다.
FTX가 받는 혐의 중에는 이익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고객 자산을 유용, 테라-루나 폭락을 유도했다는 것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7일 미국 연방 검찰이 이런 혐의를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테라-루나 폭락이 일어난 지난 5월 당시 단시간에 테라 대량 매도 주문이 이뤄지면서 테라와 연계된 코인인 루나 가격이 하락했다. 이런 추이를 본 투자자들이 테라와 루나에서 자금을 빼면서 코인 가격 하락이 지속되는 '뱅크런'이 발생했다. 이 대량 매도의 주체가 누구인지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았는데, FTX가 그 배후일 수 있다는 추정이다.
현재까진 테라-루나 공격 배후를 FTX로 확정할 만한 근거는 없다. 다만 테라에 디페깅(고정 가치 붕괴)을 유도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 동원이 필요했다는 점에서 공격 배후가 개인이 아닌 기관일 것으로 업계는 추측해왔다. 이런 시각에서 가상자산에 대해 회의적인 전통 금융업계 헤지펀드가 공매도 차익을 노려 이런 공격을 했다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당시 공격 주체로 의심을 받은 헤지펀드들은 테라 폭락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이런 가능성을 전면 부정했다.
그런 와중에 FTX가 이용자 자금을 알라메다리서치에 빌려줬고, 알라메다리서치가 이 자금으로 거래를 해왔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막대한 자금력을 활용해 테라 폭락도 유도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관련기사
- FTX 창업자, 가입자 계좌에 80억 달러 숨겨 운용2022.12.19
- FTX 창업자, 곧 미국으로 송환…최대 115년형2022.12.18
- '블록파이' 끝내 파산...FTX 후폭풍2022.11.29
- FTX 위기 징후, '테라' 폭락에서 시작됐다2022.11.18
실제로 FTX가 유용한 고객 자금 규모는 막대하다. 뱅크먼-프리드는 FTX 파산 전 부족한 자금 80억 달러를 구하기 위해 투자자에게 연락을 취한 바 있다.
뱅크먼-프리드는 이런 혐의에 대해 부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