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줄어들고 있다.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소청과 전문의들은 초저출산이라는 대외 환경 변화와 낮은 보험수가 등으로 인한 열악한 처우 등으로 전공의 기피과로 전락한지 오래라며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이날 오전 서울 이촌동 소재 대한의사협회에서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의 해법 마련을 촉구했다. 과연 국내 소아청소년과는 어떤 상황에 처해있길래 의사들이 기자회견까지 연 걸까.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 따르면, 내년 전국 전체 전공의 지원자 207명 가운데 소청과에 지원한 전공의 수는 33명에 불과하다. 최근 5년간 소청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9년 80% ▲2020년 74% ▲2021년 38% ▲2022년 27.5% ▲2023년 15.9% 등 계속 줄어들었다.
전공의 부족이 심화되면서 아예 소청과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수련병원은 3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 내년에는 필요한 전공의 인력의 39%만 근무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는 게 학회의 설명이다. 때문에 의사들은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이른바 ‘진료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24시간 소아청소년 환자에 대한 응급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은 전국에 36%밖에 없고, 입원전담전문의를 한 명 이상 운영하고 있는 병원 비율도 27%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공의 부족으로 진료 축소를 고려하고 있는 병원들도 7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정은 지역일수록 더 열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에 위치한 한 대학병원은 지난 9월 소아병동을 폐쇄했다. 교수 한 명이 건강상의 이유로 퇴직한 이후 전공의를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또 대구 경부 지역 소재 대학병원에서는 소청과 전공의 지원자가 없어 소청과 운영이 사실상 중단될 처지에 놓여 있다. 지역의 대학병원 응급실 3곳에서도 의사 부족으로 소아과 접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의사들은 소청과의 수가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린다. 학회는 “어린이에서의 치료 시술은 성인보다 더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며 “보험수가는 이러한 요소를 전혀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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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특별법을 통해 근본적인 개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가칭 ‘양육보건의료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긴급예산을 투입해 고용 지원을 늘리는 등의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나영호 대한소아청소년학회장은 “지방 소재 의료기관의 경우, 일손이 부족해 학회 참석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 소아청소년 학문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부족 현상 심화 시 국민들이 전문화되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