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린이들의 생명안전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아동병원협회, 소청과 폐쇄 가속화…소방서는 있지만 불 끄는 소방관이 없다

헬스케어입력 :2022/12/16 14:38    수정: 2022/12/16 15:15

# 2010년 11월21일 대구에서 4세 여자아이가 사망했다. 갑자기 복통을 느낀 아이가 경북대병원을 비롯해 대구시내 총 5곳의 병원을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어 치료를 요청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이다. 같은 해 12월 보건복지부는 경북대학교의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 취소를 밝혔다가 논란에 다음 해 1월 지정취소를 철회했지만 당시 응급실에 있던 소아청소년과 인턴과 레지던트(전공의) 2명에 대해서 면허정지 처분을 내렸다.


# 지난 8월25일 수도권에서 5세 여아의 응급상황이 발생했다. 하지만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진료를 받을 상황이 안 돼 일산 A병원 응급실에 연락했으나 받아줄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이후 서울 B대학병원에 연결됐지만 CPR 후 소생되면 타 병원 전원을 조건으로 환자를 받겠다고 했으나 골든타임이 지난 환자는 사망했다. 현재 병원에 대한 민형사 소송이 제기됐다.


# 11월28일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수년째 전공의 수급이 안돼 4년차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준비에 들어가면 2년차 전공의 한명만 남아 더 이상 입원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 2022년 12월부터 잠정적으로 2023년 2월 말까지 소아청소년과 병실 임원환자 진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라고 안내했다.

“대한민국 어린이들의 생명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소방서는 있지만 불 끄는 소방관이 없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대한아동병원협회 등 소아청소년 전문의사 단체들은 16일 오후 대한의사협회 4층 대강당에서 고사위기에 놓인 소아청소년에 대해 정부의 지원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전공의들의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에 대해 조목조목 지적했다.

은호선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부총무이사(연세대 의대 교수), 나영호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회장(경희대 의대 교수),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연세대 의대 교수),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 회장(서울아동병원 대표원장), 정성관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

이와 관련해 대한아동병원협회(이하 협회)는 이 자리에서 다양한 정책제안을 발표했다. 우선 협회는 어린이 진료 안전망 유지를 위한 ‘양육의료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일본의 경우 2018년 일본소아과의사회의 제안으로 시행중인 ‘육성의료기본법’에 의거해 재정적 지원을 받아 소아 진료시스템 안정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응급의료 체계 재정비도 필요하다고 밝혔는데 우서 유명무실한 달빛병원 제도를 폐기하고, 1~3차 의료기관이 수용 가능한 응급의료전달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응급의료전달 치스템의 경우 부족한 의료장원을 보완하기 위해 전문 의료인들과 의사소통 방법을 개선해 의료자원의 배정, 병원간 이송체계 1319제도의 부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가 정상화도 거듭 강조했는데 ▲연령병 소아 가산 세분화 등 진찰료 현실화 ▲야간 휴일 진찰료 현실화 ▲소아 기본 술기 300% 가산(IV, 진정, 경련처치 등) ▲호흡기 클리닉 제도 유지 및 소아감염 수당 증액 ▲기존병실 5대5 비율에서 2대8로 개편(필수의료 개선안 중 산부인과 동일 조건으로 개편) 등이다.

이외에도 소아응급‧소아중환자‧신생아전담‧입원전담의 고용지원을 위한 긴급예산의 투입, 무과실 의료사고 면책범위 확대적용, 소아청소년과 필수의료 전담 정부실무자 선임 및 협의체 구성, 저출산고령위원회 민간위원회 참여 요청 등도 제안했다.

협회는 어린이 진료가 소방서처럼 필수영역이지만 현 상황이 이어지면 향후 2~3년 내 ▲대학병원 소아청소년 응급실 및 입원실 폐쇄 가속화 ▲대학병원 소아청소년 응급환자 진료 및 입원 난민 현상 초래 ▲소아청소년 응급환자에 대한 비소아청소년 전문의 진료 팽배 ▲아동병원 소아청소년 중증 환자 진료 일반화 부담 가중 ▲전문의 감소로 회복 불가능한 어린이 진료시스템의 붕괴 가속화 등이 예측가능하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