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첫 삽 11년 7개월 만에 준공…신한울 1호기, 겨울철 전력피크 책임진다

시간당 1400MW 전기 생산…경북지역 연간 전력소비량 23% 커버

디지털경제입력 :2022/12/14 12:12    수정: 2022/12/14 12:51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를 출발한 버스가 경부고속도로와 당진영덕고속도로를 타고 동쪽 끝으로 3시간여 달려 나가자 동해가 펼쳐졌다. 쪽빛 바다를 옆으로 7번 국도를 타고 올라가다 보니 한적한 마을에 목적지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가 취재진을 맞았다.

한울원자력본부에는 한울 1호기부터 6호기, 그리고 신한울 1호기가 7일 상업운전에 돌입, 준공식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바로 옆에 건설 중인 신한울 2호기도 내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했다. 신한울 1·2호기 옆으로는 신한울 3·4호기가 들어설 용지에 기초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지난 7일 상업운전에 돌입한 신한울1호기 전경

한울 1~6호기가 생산하는 전기는 경상북도가 1년 쓰는 양의 75%에 이른다. 신한울 1호기가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한울원자력본부의 발전량은 경북도가 1년 쓰는 전기량과 같아졌다. 내년 신한울 2호기까지 가세하면 120%에 이른다.

국가안보시설답게 출입 절차는 까다로웠다. 사전 출입 신청은 물론이고 현장에서 신분 확인과 얼굴인식, 지문 등록까지 마치고서야 신한울 1호기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휴대폰이나 노트북PC·저장매체 등은 반입을 금지하고 있어 들고 들어갈 수 없었다. 오랜만에 쥐어보는 볼펜 그립감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원자력발전소와 석탄화력발전소가 다른 것은 딱 하나다. 터빈을 돌리는데 필요한 증기를 어떤 연료로 어떻게 만들어내느냐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석탄을 때서 증기를 만드는 커다란 보일러라면 원자력발전소는 우라늄 원자에 중성자를 충돌시켜 핵분열이 일어나면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물을 증기로 만들어낸다.

석탄화력발전소는 대부분 네모반듯한 건물에 굴뚝이 있다면 원자력발전소는 원자로가 있는 반구형 돔 구조물과 옆에 주 제어실·터빈·발전기 등이 있는 보조건물이 붙어있다.

■ 신한울 1호기, 경북도 1년 쓰는 전력 4분의 1 책임…7일 상업운전

차세대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을 적용한 신한울 1호기는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노형과 같은 기종으로 국내 원전 기술 우수성과 원전건설 능력을 세계적으로 알리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신한울 1호기 주 제어실
홍승구 한국수력원자력 신한울1발전소 기술실장(맨 왼쪽)이 신한울 1호기 주제어실 관람창에서 설명하고 있다.

직원 안내로 보조건물 안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으로 올라가자 관람창 너머로 4층에 있는 주 제어실(MC)이 눈에 들어 왔다. 주 제어실은 ‘원전의 두뇌’ 역할을 하는 곳이다. 기존 원전 주 제어실은 아날로그형 제어판으로 이뤄졌지만 신한울 1호기 주 제어실은 컴퓨터 제어판을 적용했다. 커다란 모니터로 이뤄진 디지털 제어판으로 원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제어판이 디지털화한 것은 첫 APR1400 노형인 새울 1호기(옛 신고리 3호기)부터다. APR1400 노형은 디지털 작동에 문제가 생길 때를 대비해 아날로그 방식 백업시스템도 마련해뒀다.

주 제어실 안에는 모두 6명의 직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6개 부서가 5조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는 체제다. 운전원들은 근무시간 동안 주 제어실을 벗어나지 않는다. 식사도 배달 음식으로 해결할 정도다. 방문 당시인 5일에는 상업운전이 임박해 관람창 너머 주 제어실에 긴장감이 도는 분위기였다.

다음으로 터빈룸을 둘러봤다.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원전 핵심 설비들이 존재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이곳 터빈룸에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원자로에서 데워진 물이 증기발생기로 이동해 열교환을 통해 생성된 증기가 육중한 터빈을 돌리는데 사용된다. 증기가 터빈 날개를 돌리고 터빈 옆에 있는 발전기가 돌아가면서 전기가 생산된다. 고압터빈부터 발전기까지는 약 70m 한 축으로 이뤄져 있다.

기자들이 신한울 1호기 터빈룸 관람창에서 터빈룸 설명을 듣고 있다.

터빈룸은 1분에 1천800회를 회전하는 터빈 날개가 내는 ‘웅웅’거리는 소음으로 가득 찼다. 52인치에 이르는 저압 터빈 날개 끝 회전 속도는 마하 1.4에 이른다. 날개가 회전하며 발생하는 열기 때문에 한겨울에도 실내 온도 30도 가량을 유지한다고 한다.

홍승구 한수원 신한울1발전소 기술실장은 “APR1400 노형인 신한울 1호기는 시간당 1천400MW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 터빈룸에서 연간 1만424GWh, 경북지역 연간 전력소비량의 약 23%를 생산하게 된다”며 “올겨울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신한울 1호기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동한 곳은 전기 생산을 위해 사용하고 난 연료를 보관하는 대형 수조인 사용후연료저장조였다. 중성자를 잘 잡아먹는 붕산수가 가득 차 있어 핵분열을 억제하고 뜨거워진 연료를 냉각하는 역할을 한다. 물이 가장 뛰어난 방사선 차폐체 역할을 해서 물 안에 보관한다.

기자들이 관람창을 통해 신한울 1호기 사용후연료저장조를 살펴보고 있다.

홍 실장은 “사용후연료저장조는 20년 동안 사용한 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라며 “이곳에서 6년 정도 저장한 후 건식 저장소에 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전 연료인 펠릿은 우라늄을 농축시켜놓은 것으로, 손가락 한마디 정도 크기다. 홍 실장은 “이렇게 작은 펠릿 하나가 약 1천800kWh의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데, 이는 4인 가구가 6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강조했다. 1개의 연료봉에는 펠릿 350여 개가 들어가고, 연료봉 236개가 모이면 연료 다발이 된다. 연료 한 다발이 원자로에 들어가면 약 4년 6개월간 사용되고, 연료 역할을 다 하면 이 수조로 들어온다.

홍 실장은 신한울 1호기가 일본 도쿄전력 후쿠시마 원전과 차별화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가 격납건물 안에 있는 원자로를 순환하는 1차 계통(방사성 물질을 포함한 물)과 터빈을 순환하는 2차 계통(방사성 물질을 포함하지 않은 물), 복수기를 순환하는 순환수 계통(방사성 물질을 포함하지 않은 바닷물)이 완벽하게 분리돼 있어 방사성 물질 외부 유출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 신한울 2호기, 운영허가 취득 준비 잰걸음

신한울 1호기에서 나와 공정률 99%에 이르는 신한울 2호기로 이동했다. 신한울 1·2호기는 2010년 4월 착공했다. 2호기는 내년 9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기종 한수원 신한울제1건설소장은 “신한울 1·2호기는 건설하는 10여 년 기간 매일 약 3천명에 이르는 작업자가 현장에 출입했는데, 이들 모두가 우리나라 사람”이라고 했다. 국산 기술 보호를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신기종 한수원 신한울제1건설소장(맨 왼쪽)이 비상냉각수 외부 주입 및 비상원자로 건물 살수 계통을 설명하고 있다.

산한울 2호기에서 가장 먼저 살펴본 것은 원자로냉각재펌프(RCP)다. 뜨거워진 원자로를 식히기 위해 냉각재를 순환시켜주는 설비다. 한 호기당 4대의 RCP를 갖추고 있다. 신한울 2호기에는 연료가 들어가지 않은 상황이지만 운영허가를 받으면 연료를 장전해 시운전할 수 있도록 막바지 테스트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이어 살펴본 비상디젤발전기와 대체교류발전기는 발전소로 들어오는 외부 전기 공급이 끊긴 비상 상황에 발전소로 전기를 공급해주는 설비들이다. 발전소에 전기가 끊기면 가장 먼저 비상디젤발전기가 자동으로 작동하고, 그마저도 동작이 안되면 대체교류발전기가 투입된다. 안전설비들을 다중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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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2호기에 구축된 비상디젤발전기.

신기종 소장은 “신한울 2호기는 현재 운영허가를 위해 규제기관이 심사를 하고 있다”며 “제때 운영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신한울 1·2호기는 수출 주력 노형인 APR1400으로, 이들 원전을 잘 운영하고 건설하는 데 전 세계 이목이 쏠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신한울 1호기가 국내에서는 전력피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고, 해외로는 수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안전하게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