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장관이 사업장이 아프면 쉴 수 있는 근로 환경 조성 노력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두고 보건의료노동계가 구호성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조규홍 장관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코로나19 재유행 대응 사업장 조치사항 논의 계획을 밝혔다. 조 장관은 “각 사업장은 재택근무와 연가 사용을 독려하는 등 아프면 쉴 수 있는 근무 환경 조성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자체도 관할 사업장에 대해 여건에 맞게 휴가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독려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재택근무 도입을 원하는 사업장에 재택근무 적합 직무 진단, 인사·노무관리, IT 인프라 구축방안 등에 대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고, 재택근무에 필요한 프로그램과 장비 등 인프라 구축비용도 지원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러한 조 장관의 발언을 두고 노동계는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박민숙 보건의료노조 부위원장은 “사업장이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장관의 발언은 구호성에 지나지 않는다”며 “아파도 눈치 보지 않고 쉬려면 대체인력이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법적으로 정해진 휴가도 제때 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대다수”라고 비판했다.
특히 보건의료 분야의 경우,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박 부위원장은 “병원 사업장의 경우, 현재 인력으로는 연차 사용도 녹록치 않아 노동자들이 아파도 쉴 수 있는 구조 자체가 아니다”라며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하려면 실효성 있는 인력 수급 및 지원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지부는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확진된 의료 인력의 최소 일주일 격리도 5일로 줄이라고 하지 않았느냐”며 앞선 복지부 장관의 말에 대해 “면피성 발언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추진 중인 향후 노동개혁정책은 사실상 주52시간 근무시간제 폐기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현재의 주52시간제는 일주일 기준 연장근로 12시간을 허용한다. 하지만 정부의 노동개혁을 논의 중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최근 권고문에서 이 기준을 30일~1년까지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권고대로 주 단위에서 최소 월 단위로 초과근무 기준이 바뀌면 월 69시간까지 근로가 법적으로 허용된다. 노동자의 과로 등 건강권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면 쉴 권리를 허용해야 한다는 복지부 장관의 발언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민숙 부위원장은 “거론되는 연장근로 확대 방안은 일을 몰아서 하고 몰아서 쉬라는 취지인데, 사람의 몸은 기계가 아니다”라며 “산업재해·중대재해·과로사 등을 유발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를 역행하는 노동정책이 추진 중인데 복지부 장관이 사업장이 알아서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말은 구호성 발언에 불과하다”면서 “복지부 장관의 실효성 없는 말 몇 마디로는 아파도 쉴 수 있는 근무환경이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