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이어 토스도…알뜰폰업계, "금융권 밀려온다" 우려

통신업계는 "과다 경쟁 유발 우려" 주장

방송/통신입력 :2022/12/13 14:05    수정: 2022/12/13 16:31

인터넷전문은행 토스가 내년 초 알뜰폰 서비스 출시 계획을 밝힌 가운데, 금융사의 비금융업 진출을 막고 있는 금산분리 제도 개선안도 조만간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금산분리 완화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은 물론 시중은행의 알뜰폰 진출이 가시화되면서 중소 알뜰폰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열린 제4차 금융규제혁신회의서 금산분리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금융위는 금산분리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금융사의 부수 업무와 자회사 출자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두 가지 안을 선보였다. 

현행 은행법은 시중은행이 자회사로 둘 수 있는 업종을 은행업, 금융투자업, 상호저축은행업무 등 15개로 제한하고 있다. 이날 금융위가 선보인 1안은 인수 가능한 업종을 열거하는 포지티브 방식을 유지하되 업종을 확대하는 것이며, 2안은 제조업·건설업 등 상품 제조·생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전면 출자를 허용하는 것이다. 

KB국민은행에 이어 토스도 '알뜰폰' 진출

현재 시중은행 중에서는 KB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에 진출해 있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혁신금융서비스를 승인받고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을 선보였다. 리브엠은 지난해 사업특례 기간을 2년 연장받아 내년 4월 승인 만료를 앞두고 있다. 

알뜰폰(배경=이미지투데이)

KB국민은행은 리브엠을 토대로 통신과 금융을 결합해 양쪽으로 소비자를 확보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사용하거나, 카드 실적이 있는 경우 통신요금을 할인해주는 식이다. 리브엠은 서비스 출시 2년 만에 가입자수 35만명을 돌파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도 지난 7월 알뜰폰 사업자 머천드코리아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며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토스는 현재 요금제 등 세부적인 내용을 조율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내년 1월 알뜰폰 서비스인 '토스모바일'을 선보일 예정이다. 토스 앱 내부에서 토스모바일 가입부터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구상이다. 

다만 토스는 아직 금융상품과 알뜰폰을 연계할 계획은 없다. 요금제의 종류 자체도 다른 알뜰폰 사업자들에 비해 비교적 적은 숫자로 선보일 예정이다. 토스 관계자는 "과도한 출혈 마케팅은 지양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금산분리가 완화되면 KB국민은행과 토스에 이어 다른 금융사들도 알뜰폰에 진출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은 알뜰폰 시장에 진출해 통신상품과 금융상품을 결합해 소비자 이탈을 막는 '락인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통신데이터를 확보해 마이데이터 시대에 대비하고, 신용평가 고도화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모두가 휴대폰을 사용하는 만큼 신용평가 대안으로 통신데이터를 활용하기 좋다"며 "요금제 종류, 통신비 연체 여부 등으로 신용평가를 고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시중은행들은 알뜰폰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최근 KT엠모바일, 스카이라이프, 스테이지파이브, 세종텔레콤 등과 손잡고 제휴요금제 12종을 출시했다. 신한은행 가입자는 모바일뱅킹 앱 '쏠'에서 요금제에 가입할 수 있다. 

금융권 "빅테크와 차별 그만" vs 알뜰폰 업계 "살려달라"

금산분리 완화와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을 두고 각 업계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빅테크와 공정하게 경쟁하기 위해서는 금산분리 완화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금산분리 규제로 인해 2년에 한 번씩 리브엠 재허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반면 전자금융업자로 분류되는 토스는 알뜰폰 사업 진출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 가운데 빅테크와 다르게 시중은행에만 과도한 규제가 씌워져 있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도한 규제는 곧 시중은행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통신업계는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이 통신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닌 만큼, 과도한 출혈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통신업이 주가 아니라 단순히 금융상품을 판매하기 위해 통신상품을 판매한다면, 시장을 혼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융사업을 통해 얻어진 자본으로 알뜰폰 시장에서 적자를 감내하며 금융 가입자 지키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나오고 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에서 184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KB국민은행은 리브엠에서 망 도매대가 이하의 저렴한 요금제를 판매해 손실이 큰데도 영업방식을 고수해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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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최근 성명을 통해 "금융위가 알뜰폰 사업을 은행의 부수업무로 지정하게 되면, KB국민은행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자본력을 갖춘 여러 시중은행이 우후죽순 알뜰폰 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며 "중소 유통업체들과 직원들은 거대 금융기관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으로 인한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도 "금융업계에서 알뜰폰 사업에 진출한다면 시장 자체가 활성화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서도 "과다경쟁, 망 도매대가 이하로 판매하는 요금제 등 야기될 수 있는 부작용이 많을 것 같아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