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케이블TV 인수해서 잘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가장 먼저 인력과 지역채널 투자를 늘렸다.”
지난해 10월 KT그룹에 편입된 HCN의 홍기섭 대표는 지난 1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 온 과정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직원들의 주인의식을 심어주고, 케이블TV만이 가진 지역성 구현을 끌어올리면서 “보람을 느꼈다”는 말부터 꺼냈다.
KT스카이라이프에서 대외협력총괄을 지낸 뒤 HCN의 CEO 직을 맡은 홍 대표는 “1년 전에 와보니 케이블TV는 가입자가 줄어드는 걸 당연시하는 풍토가 있었다”며 “(현대백화점에서) KT그룹의 일원이 됐으니 자신감을 가져보자는 뜻에서 가입자를 늘려보자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14년 7개월 만에 가입자 순증을 기록했고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면서 “12월까지 결산을 해봐야겠지만 올해 1년으로 따지면 가입가구 1만 순증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 “KT그룹 가족 된 직원들, 자신감부터 갖게”
유료방송이 IPTV와 OTT에 밀려 어려움을 겪는 과정이란 점을 고려하면 가입자 순증은 그 자체 만으로도 주목받을 만하다. 그는 이 같은 공을 직원들에게 돌리면서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는 “KT그룹의 가족이 됐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주려고 KT의 ‘1등 워크샵’과 법무 컴플라이언스 체계를 도입하고 주니어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제안하는 업무방식을 수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무실 집기를 새로 바꾸면서 유선 환경의 근무 환경을 코로나 시대에 맞게 모바일 환경으로 업그레이드했다”면서 “과거 백화점 그룹 계열사였을 때의 근무방식도 유연근무제로 바꾸고 복지제도도 개선했다”고 덧붙였다.
직원들 사기 의식 고취와 함께 지역성 강화에 기울인 노력도 눈길을 끈다.
홍 대표는 “지역중심의 보도 역량과 지역채널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에 집중하려고 했다”며 “8개 권역의 지역채널 역량을 하나로 결집하기 위해 미디어전략TF를 신설해 지역 밀착 콘텐츠의 기획과 제작을 총괄하게 했다”고 밝혔다.
언론인 출신으로 대표가 된 이후 가장 먼저 내린 업무지시는 지역채널 보도본부의 기자 인력 충원이다. 또 분기마다 기자와 PD는 물론 특수제작을 맡은 모든 직원들에 자긍심을 갖게 하기 위해 사내 시상제도도 만들었다.
■ 지역채널 위상 강화...케이블TV 첫 자체 여론조사
홍 대표의 그런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케이블TV 최초로 자체 여론조사를 진행한 일이다.
그는 “지역의 가장 큰 행사는 지방선거인데 여기서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해보기 위해 지방선거 특별취재팀을 만들고 여론조사를 해보자고 했다”며 “직원들이 비용 문제로 걱정했지만 지역채널 보도역량 고도화를 위해 도전했다”고 말했다.
케이블TV 지역채널에서 자체 여론조사를 한 점은 상징적인 시도다. 하지만 단순 상징성에만 머물지 않고, 중앙정치 중심의 지상파방송과 서로 다른 결과를 예측해 실제 개표결과를 적중시키는 등 지역에서는 화제가 됐다. 이는 결국 지역채널의 위상을 높이는 힘이 됐다.
홍 대표는 “지역채널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니 우선 SO 기자들이 가장 좋아했고, 비용 문제로 걱정부터 했지만 생각했던 목표와 성과도 얻었다”며 “케이블TV에서 없던 일을 해낸 만큼 여론조사를 진행하면서 얻은 것과 개선할 점을 백서로 만들고, 4년 후의 정치 축제가 열릴 때 더 잘해보자는 뜻을 공유했다”고 말했다.
집무실 한 켠에서 꺼내온 ‘선거방송 90일의 기록’ 책자는 지난 1일 발간됐다. 얇은 책자 한 권이지만 그토록 공들인 지역성 강화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 “SO 발전에 무거운 책임감”
홍 대표는 취임 1년이 되기 직전인 지난 8월 케이블TV 회사들을 대표하는 SO협의회장에 선출됐다.
이를 두고 “회사를 맡은 지도 얼마 지나지 않았고, 더 큰 회사도 있고, 인수 이후에 할 일도 많았기 때문에 고사했었다”며 “하지만 유료방송 업계 전체의 발전 의지를 높게 평가해 SO협의회장으로 추대됐고 큰 책임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SO협의회장으로서 묵은 현안의 해결 과제도 갖게 됐고, 규제기관이나 국회와 소통해야 할 일도 늘었다. 당장 콘텐츠 대가 산정 문제가 당면한 숙제고, 새 정부의 비대칭 규제 혁신에 대한 기대와 함께 논의를 이끌어야 할 임무가 주어졌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SO 지원 조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홍 대표는 “부산에서 시작된 SO 지원 조례가 경남도의회에서도 만들었다”면서 “지역에서 멀어지고 있는 지상파와 달리 더욱 지역에 밀착하는 케이블TV를 위해 서울이나 다른 광역단체에서도 이런 조례가 도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역채널 포털 서비스인 가지(Gazi)를 새해에 선보일 수 있게 됐다”며 “스마트폰 앱에서 GPS 기반으로 지역채널 프로그램은 물론 각종 지역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HCN 내에서 진행하는 사회공헌활동이 다른 SO 회사에도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도 내비쳤다. 지역 소규모 농가 생산물을 회사가 구매하고 이를 꾸러미로 만들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웃에 전달하는 ‘촌데레 밥상’ 이야기다.
홍 대표는 “의미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싶어 전 직원 상대로 상품을 내걸고 제안을 받았다”며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어야 하고 지역성과 부합하는 조건을 달아 공모한 뒤 모두 다 같이 선택한 게 촌데레 밥상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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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역과 지역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가장 케이블TV 회사다운 방식의 사회공헌활동을 만들어 낸 셈이다.
홍 대표는 “농가에서는 안정적인 판로가 생기고, 농산물을 받아보는 이들의 만족도도 매우 높다”며 “앞으로는 수혜자를 더욱 늘릴 계획이고, 다른 SO 회사에서도 같은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