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진 후 인류는 서둘러 mRNA 방식 백신을 내놓아 대응했다. 모더나는 그전까지 거의 쓰이지 않았던 mRNA 백신을 빠른 시간에 개발해 대량 생산까지 했다. 이는 mRNA 백신 원료를 만들기 위한 인공 미생물을 설계하고 제조하는 합성생물학 기법과 생산 효율을 높이는 바이오파운드리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생명과학에 공학 개념을 도입해 인공적으로 생명체의 구성 요소와 시스템을 마치 부품처럼 필요에 따라 설계·제작·합성하는 합성생물학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유전체를 읽고 해독하는 단계에서 새롭게 쓰고 창작하는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질병을 감지해 약물을 분비하는 의약품 기능의 장내미생물을 만들거나 우주의 극한 조건을 견디는 물질을 합성하는데 활용될 수도 있다.
합성생물학은 제약·에너지·화학·농업 등 바이오 관련 다양한 산업의 향후 성패를 가름할 기술로 평가된다. 속도가 느리고 규모를 키우기 어려운데다 불확실성이 크다는 바이오 연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미래 첨단 바이오의 핵심으로 떠오른 합성생물학 육성에 나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경기도 광교 CJ제일제당에서 '국가 합성생물학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합성생물학을 키워 바이오제조 혁신 역량을 강화한다는 목표다.
정부는 지난 10월 발표한 12대 국가 전략기술 중 하나인 '첨단바이오' 분야에서 합성생물학을 중점 기술로 선정하기도 했다.
합성생물학 분야 기술 우위 확보를 위해 DNA와 RNA 디자인, 대사경로설계, 미생물 기반 화학소재 동물세포 기반 백신 등 6대 전략 분야를 선정해 집중 육성한다. 또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합성생물학 연구 과정을 고속자동화하는 바이오파운드리 인프라를 구축한다. 바이오파운드리는 반도체 생산을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파운드리처럼 바이오 관련 합성과 제조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2028년까지 3천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R&D 예비타당성 조사를 추진한다.
합성생물학 진흥법 등 법·제도 정비와 인력 양성, 협력 촉진 등 지속가능한 생태계 조성 계획도 담겼다.
이같은 전략을 통해 2030년까지 국내 합성생물학 기술 수준을 세계 최고 대비 90%까지 끌어올리고, 10년 내 제조산업의 바이오 전환 30%를 달성한다. 세계 수준의 국가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하고 합성생물학 전략 분야를 집중 육성한다.
이날 이종호 장관은 광교에 있는 CJ제일제당의 바이오파운드리를 방문해 국가 합성생물학 이니셔티브 주요 내용 및 활용 사례를 공유하고, 산학연 전문가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들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서울대, KAIST 등 연구계·학계를 비롯해 CJ제일제당, GS칼텍스, 제노포커스 등 산업계에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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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장관은 "국가 합성생물학 이니셔티브가 기술패권 경쟁에서 선제적·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라며 "합성생물학을 기반으로 하는 바이오 혁신 생태계 조성 및 국가 바이오제조 역량을 극대화해 미래 바이오산업 우위를 확보해 가겠다"라라고 밝혔다.
국가 합성생물학 이니셔티브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달 6일 열리는 생명공학종합정책심의회에서 확정·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