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둔화에 따른 투자시장 침체로 예전부터 수익성을 챙긴 스타트업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매출을 늘리면서도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이익을 낼 수 있는 사업구조를 갖춘 스타트업들이 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성장에 초점을 두고 사업 확장에 주력했던 기업들은 추가 투자 유치를 위해 투자사의 ‘문’을 두드리거나, 그동안 확대한 사업과 조직을 축소하는 모양새다.
29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올해 상반기 5천3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체 실적(7천800억원)의 70%가량을 6개월 만에 달성했다. 지난 8월에는 기업가치 9조원을 바탕으로 2천300억원의 투자금을 추가 유치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계열사 지배력을 높이고, 재무안정성을 다지기 위한 자본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11월 초 전자결제(PG) 계열사인 토스페이먼츠 지분 12%를 추가 매입했다. 인터넷 은행 계열사인 토스뱅크는 지난 8월 재무안정성을 다지기 위해 3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상업용 부동산 데이터 전문 회사 알스퀘어는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알스퀘어는 올해 1~7월 수주매출 1천200억원을 돌파하며 지난해 전체 수준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50%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알스퀘어는 지난해 소폭이지만,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프롭테크 기업 중에선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베트남과 싱가포르에 이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진출하며 해외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지난 8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쏘카도 최근 흑자를 내며 수익성 중심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쏘카는 지난 3분기에 1천17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865억원)보다 35.3% 늘었다. 영업이익도 116억원으로, 전년(15억원)보다 8배 가까이 증가했다. 쏘카는 올해 1~9월 누적으로 4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과 비교해 흑자 전환했다.
앞선 사례처럼 순항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투자시장 침체에 난항을 겪고 있다. 2016년 설립된 국내 1호 미디어 스타트업 닷페이스와 뷰티숍 예약 결제서비스 라이픽, 빅데이터 기반 모바일 사용자 분석 유저해빗, 패션 플랫폼 힙합퍼 등은 최근 폐업을 결정했다.
오늘회를 운영하는 오늘식탁은 9월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후 다시 서비스를 재개했지만, 경영 체질을 타이트하게 바꾸고 있다. 적자 규모를 키우지 않고 영업이익을 낼 수 있도록 회사 비즈니스모델, 조직, 재무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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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는 최근 서울회생법원 자율적 구조조정지원 프로그램(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ARS)을 신청했다. ARS 프로그램은 법인회생절차의 한 종류로 법원의 보전처분·포괄적금지명령(채무변제, 강제집행 등 원칙적 금지) 하에 최대 3개월간 회생절차개시를 보류하고 있다가 채권자 채무자간 협의가 이뤄지면 회생신청을 취하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 유정범 의장의 경영권과 회사 매각을 두고 OK캐피탈 등 채권단과 법적 다툼을 벌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투자시장 ‘거품’이 꺼지면서 스타트업이라도 당장 이익을 낼 수 있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경영할 수 있느냐에 관심이 쏠린다”며 “호황에 가려졌던 스타트업의 진짜 실력이 경기 침체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