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화물연대가 28일 첫번째 협상에 나선다. 오는 30일 서울지하철과 2일에는 철도까지 파업이 예고돼 있어 이번주가 노동계 동투(冬鬪)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화물연대와 교섭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다른 현장에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대치와 파국 대신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하지만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노동계는 물러설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고, 정부 역시 '원칙'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경제계는 물론 시민단체들도 정부와 노동계가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며 성실한 교섭을 촉구하고 있다.
◇대화 나서는 정부·화물연대 실마리 찾나… 결렬시 '업무개시명령' 갈등 고조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총파업 사태와 관련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식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까지는 양측의 입장차가 극명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화물연대는 오는 12월31일 종료되는 안전운임 일몰제의 폐지 및 안전운임 품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일몰제 3년 연장 및 품목 확대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만약 이날 교섭이 무산될 경우 29일 개최 예정인 국무회의에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업무개시명령(운송개시명령)이 상정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전날 "어명소 국토부 차관과 화물연대 위원장 간 월요일 세종청사에서 만나기로 했다"며 "만나게 되면 조건 없이 업무에 복귀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화물연대는 "노정 만남은 사전에 약속된 바 없었다"며 "일방적인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 만나겠다는 발언을 한 이상 정부가 우리와 만나 대화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업무개시명령은 지난 2003년 화물연대 총파업을 계기로 2004년 도입된 제도로, 국무회의 의결이 현실화하면 명령이 내려진 첫 사례가 된다.
명령이 내려지면 운송사업자·종사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고, 거부 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명령 위반 시에는 화물차운송사업·운송가맹사업 허가 정지 및 취소까지 가능하다.
◇30일 지하철, 2일 철도 파업 예고…화물이어 출퇴근 대란도 오나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오는 30일부터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 총파업이 예고되어 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서울시와 공사의 인력 감축 기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예고된 총파업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꺽지 않고 있다.
앞서 서울교통공사의 노사는 지난 9월부터 임금협약 및 단체교섭을 진행해왔지만 12차례 교섭에도 결국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지난 4일 서울지방노동위의 조정이 결렬됐다. 이에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를 통해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파업이 개시되면 노조가 지정한 필수 유지 인원만 근무를 하게 되고 그 외 모든 조합원은 파업에 참여하게 돼 출·퇴근길 대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파업 시 노조가 예상한 호선별 운행률은 평일 기준 1~4호선 65.7%, 5~8호선 79.9%다. 휴일에는 운행률이 평소 대비 50%로 줄어든다.
여기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철도노조도 내달 2일 총파업에 돌입한다. 철도 인력의 65% 이상이 소속된 철도노조는 총파업을 개시하면 철도 운영 및 화물 운송 등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하다.
철도는 필수공익사업으로 파업과 같은 노동쟁의행위 기간에도 평시 대비 60~70%의 운행을 유지해야 한다. 국토부는 앞서 관계기관과 비상수송계획을 수립했다.
◇'화물연대 파업 5일차' 산업계 피해 현실화…대화 타협 호소
주말까지 총파업 사태가 이어지면서 이미 산업계 피해는 현실화되고 있다. 이번주 초부터 철강 등 타 산업까지 피해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계는 노정 대화에서 양측간 타협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와 관련한 애로사항을 접수한 결과 23일부터 25일 오후 6시까지 총 31개사로부터 53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신고 유형을 살펴보면 '납품지연으로 인한 위약금 발생 및 해외 바이어 거래선 단절'이 24건 접수돼 45%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건설업계에서는 시멘트 운송 차질로 레미콘 품귀현상이 발생하면서 골조공사가 중단되는 현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완성차 업계에서는 현대차 울산 공장 등 자동차 생산공장 카캐리어가 대부분 운행을 중단하면서 로드탁송(판매용 차량을 운전해 운송)을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화물차를 이용한 출하는 거의 진행되지 않고, 철도·해상운송만 진행 중이다. SK·GS·S-OIL·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는 차량 중 70~80%가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사태 장기화 시 주유소 휘발유·경유 등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
총파업에 수출도 차질이 생겼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장치율은 62.6%로 평시(10월 기준 64.5%) 수준이다. 일부 주요 항만에서는 적체된 컨테이너를 선박으로 옮겨 해상 운송을 하고 있다.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 집계된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6208TEU(1TEU는 20ft짜리 컨테이너 1대)다. 평시(3만6824TEU) 대비 17%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LG화학과 GS칼텍스의 경우 탱크로리 차량으로만 운송이 가능한 석유화학제품이 나흘째 반출되지 못하면서 공장 가동 중단될 우려까지 나온다.
피해가 누적되자 정부는 화물연대와 철도·지하철 노조에 대화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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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노동동향 점검 주요 기관장 회의'에서 "화물연대와 철도·지하철 노조가 대화를 통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면 정부도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해법 모색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화물연대는 운송거부를 중단하고 대화의 장에 나서달라. 또한 파업을 계획하고 있는 철도·지하철 노조도 교섭 과정에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것을 우선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