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르헨티나, 승부처는 인공지능이었다

얼굴과 공 못가리던 AI, 이젠 오프사이드 막는다

컴퓨팅입력 :2022/11/23 12:49    수정: 2022/11/23 13:00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첫날부터 피파 랭킹 51위 사우디아라비아가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를 잡는 이변을 일으켰다. 특히 이번 이변은 새롭게 도입한 IT 기술에 의한 점이라는 면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2일 카타르 루사일의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C조 1차전에서 아르헨티나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경기에서 주목받은 것은 선수나 플레이가 아닌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SAOT)'이었다. 올해 월드컵에서 처음 도입된 SAOT는 오프사이드로 아르헨티나의 골 4개 중 3개를 오프사이드로 무효화시키며 사우디아라비아의 2:1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주목 받은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SAOT)(이미지=피파)

검토 과정에서 확인 결과 SAOT가 발견한 오프사이드 중 2종은 육안으로 파악이 불가능할 정도로 미세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 전문가들은 SAOT의 활약에 대해 축구 규칙 중 가장 판단이 어려운 오프사이드 관련 논란을 효율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미쳤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이번 성과는 스포츠 테크 분야, 특히 비전AI(컴퓨팅 비전)의 발전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비전AI는 영상에서 사물을 인식하고 분석하는 AI로 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도입되고 있다. 많은 스포츠 분야 기업과 관련 조직도 비전AI를 적용하고, AI의 성능을 높이기 위해 딥러닝 기반의 학습과 추론을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딥러닝을 활용하는 이유는 빠르게 움직이는 선수들의 경합으로 인해 끊임없이 상황이 바뀌고 변수도 다양해 규칙 등을 사전에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딥러닝 학습 과정에서 제공되는 학습과 데이터 제공이 AI의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충분한 수준의 학습이 이뤄지지 않은 AI의 경우 예상치 못한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2020년에는 비전AI에 적용된 카메라가 오작동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버네스 칼레도니안 시슬과 에어 유나이티드를 경기를 중계하는 상황에서 축구공과 심판의 얼굴을 구분하지 못하고 경기 중 플레이와 상관없이 심판의 모습만 계속 비춰 빈축을 샀다.

SAOT는 기존 비전AI나 비디오 보조 심판(VAR)과 다르게 실시간으로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해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딥러닝과 다양한 데이터로 한 카타르 월드컵에서 오프사이드 논란을 최소화한 SAOT (이미지=피파)

월드컵 경기장 지붕 아래 설치된 12대의 전용 추적카메라를 통해 공과 선수의 위치정보와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인 아디다스의 알 리흘라(Al Rihla)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공의 궤적을 분석한다.

이를 통해 데이터 간 발생할 수 있는 오차를 최소화하고 선수들의 최종 위치와 공의 궤적을 파악해 오프사이드가 벌어지는 순간을 최대한 정확히 파악한다.

비전AI 전문 기업인 스누아이랩의 유명호 대표는 “SAOT의 활약으로 이번 월드컵 대회에서 업사이드로 인한 논란을 거의 없애 버리다시피 했다”며 “이미 수년 전부터 유럽에선 AI 심판이나 자동 중계서비스를 하며 쌓은 데이터와 노하우가 이번 월드컵에서 성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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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외에도 다양한 프로스포츠에서 AI 심판을 도입하거나 고려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KBO가 스트라이크·볼 판정 논란을 해결하기 위해 2024년 로봇 심판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20년부터 2군 경기에 로봇 심판을 적용해 기술적 오류나 문제점 등을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며 시범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