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28GHz 투자, 안 한 건가 못 한 건가

[이균성의 溫技] 뫼비우스의 띠

데스크 칼럼입력 :2022/11/22 14:23    수정: 2022/11/23 08:17

통신사에 대한 5G 28GHz 주파수 할당 취소 사전처분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투자 미비의 원인을 놓고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이 조치가 향후 28GHz 주파수 생태계를 더 활성화시킬지 아니면 더 퇴보시킬 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워낙 전문성을 요하는 일이라 쉽사리 판단하기 어렵지만 정부와 사업자 사이에 이견이 있는 건 만은 분명하다. 핵심은 이견을 어떻게 좁힐 것이냐는 문제인 셈이다.

팩트는 28GHz 주파수 대역에 대한 통신사 투자가 미비했다는 것이다. 투자 문제를 놓고 정부와 통신사는 그동안 긴 줄다리기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더 신속한 투자를 요청해왔고, 통신사는 사업 성숙도 문제를 들어 투자시기를 최대한 늦춰왔다. 그 줄다리기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했고, 참다못한 정부가 철퇴를 휘두르고 만 것이다. 문제는 그 철퇴가 28GHz 생태계에 최선이냐는 점이다.

이 문제를 제대로 고민하기 위해서는 통신사가 5G 28GHz 투자를 안 한 것인가, 혹은 못 한 것인가에 대한 과학적인 판단이 먼저 있어야 한다. 정부는 통신사가 눈앞의 이익만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안했다는 생각이고, 통신사는 장비를 설치해봐야 아직 쓸 데가 없기 때문에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얼핏 보면 정반대 주장 같지만, 진실은 ‘뫼비우스의 띠’와 같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5G(제공=이미지투데이)

뫼비우스의 띠에서 안팎을 구분하는 일이 의미가 없는 것처럼, 정부와 사업자 가운데 누구 주장이 더 진실한 것이냐를 묻는 것도 의미는 없어 보인다. 어느 하나가 진실이고 다른 하나가 거짓인 게 아니라 하나의 팩트(28GHz 사업의 성숙도)가 교묘하게 꼬여있을 뿐인 것이다. 그 꼬임의 원인을 찾고 가닥을 푸는 게 정책이고 정치다. 이번 정부의 조치가 박력 있어 보이지만 아쉬운 게 그 대목이다.

28GHz 대역 주파수 생태계를 활성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히 국가적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통신을 위한 장비 투자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주파수는 유한한 국가 자원이고 민간 특정 사업자가 이를 할당받을 때는 반드시 대가와 의무가 주어져야 하는 것도 맞다. 2018년 이후 지금까지 정부와 사업자가 해온 일이 그것이다. 문제는 ‘사업 성숙’에 관한 논란으로 그 일이 뜻대로 진행되지 않은 것.

사업자의 행태만 보면 정부가 화날 만도 하다. 정부 발표를 보니, 사업자들은 딱 할당이 취소되지 않을 정도만 투자한 게 사실이다. 주파수 할당 취소 조건은 ‘장비 구축이 의무 수량 대비 10% 미만이거나, 평가 결과가 점수 30점 미만’이다. 사업자들은 이에 맞춰 10.6~12.5%만 투자했다. ‘최소 의무 방어’만 한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사업들이 투자할 마음이 별로 없다고 판단을 내린 듯하다.

‘최소 의무 방어’는 어찌됐든 취소 사유 하나를 헷지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조건은 하나 더 있다. 평가 점수 30점. 평가는 장비 구축 이행 정도(정량 평가 60%)와 향후 구축 계획(정성 평가 40%)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정량 평가에서는 취소 사유를 이미 헷지했으니, ‘2개 사업자 할당 취소와 1개 사업자 할당기간 6개월 단축’이라는 이번 사전처분은 향후 계획에 대한 정성 평가로 판가름 난 셈이다.

3사 점수가 나란히 30점 안팎이라는 사실이 묘하기는 하지만 평가는 엄정하게 선정된 평가위원들이 객관적으로 했을 것이라고 믿자. 문제는 그 평가가 객관적이라 해서 28㎓ 사업 성숙도가 어느 날 갑자기 바뀔 수 있느냐는 데 있다. 사업자들이 다소 엄살을 부렸다 할지라도 엉뚱한 근거로 떼를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28GHz와 함께 할당된 3.5GHz에서는 3사가 지금 경쟁적으로 투자하고 있지 않은가.

사업 성숙도 문제는 그렇게 간단한 사안이 아닐 수 있다. 정부는 투자 미비가 결국 3사 독과점 구조에 따른 것이고, 이 시장에 ‘메기’를 풀어놓으면 투자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본 듯하다. 이론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이 꼭 이론대로 되는 건 아니다. 특히 엄연히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업 성숙도 문제’를 외면하면 그 이론은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결과가 허망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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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성숙도와 투자 시기 조율은 테크 비즈니스의 핵심적 경영 과제다. 너무 늦으면 시장 진입의 시기를 놓치고 너무 이르면 캐즘(chasm)에 빠진다. 정부라고 해서 이를 하찮게 생각해선 안 된다. 그에 대한 객관적이고 전문가적인 판단을 잘 해줘야 한다. 그게 ‘뫼비우스의 띠’의 문제를 푸는 길이다. 정부는 그러나 이번에 ‘뫼비우스의 띠’를 ‘고르디우스의 매듭’ 문제로 착각했을 수 있는 것이다.

사업자와의 실랑이에 지쳐 단칼에 해결하고 싶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맞으려면 통신 3사 외에 지금 당장 28GHz에 대규모로 투자를 하겠다는 곳이 줄을 서 있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