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국내 첫 피해 나오나...'고파이' 예치금 증발 우려

상품 운용사 제네시스, 투자 유치 실패…24일 입장 발표 '촉각'

컴퓨팅입력 :2022/11/22 14:51    수정: 2022/11/22 19:04

글로벌 3, 4위권을 오갔던 가상자산 거래소 FTX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FTX에 투자했거나 투자를 받는 등 관계를 맺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연쇄 피해를 받고 있다. 국내 사업자 중에선 처음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고팍스가 제네시스트레이딩의 상품을 중개해 제공하고 있던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고파이'가 영향권에 놓였기 때문이다. 제네시스가 FTX 파산 이후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자금 인출을 제한함에 따라 고파이에 가입한 투자자들도 예치금이 원치 않게 묶였다. 제네시스가 파산에 이를 가능성도 점쳐져, 최악의 경우 예치금을 끝내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제네시스는 지난 17일 인출을 일시 제한한 지 한 주 뒤인 24일 서비스 운영 계획을 발표한다고 했다. 고팍스는 제네시스와 수시로 소통하며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고파이가 아닌 고팍스 서비스에는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인출을 제한하기 전 10억 달러 자금 유치를 모색했으나 현재까진 성공 소식이 없다. 모회사인 디지털커런시그룹(DCG)과 자매회사 그레이스케일에 대해서도 재무 위기가 불거지는 등 FTX발 연쇄 파산에 대한 시장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고팍스, FTX에 돈 떼인 '제네시스'에 떼이나

고파이는 특정 가상자산을 일정 기간 동안 예치할 경우 운용사가 이자수익을 지급하는 서비스다. 모집 및 예치 기간 없이 입출금이 자유로운 '자유형', 미리 정해진 만기일에 원금과 이자수익이 지급되는 '고정형'으로 제공되고 있다.

고팍스에 따르면 협력사인 제네시스의 상환이 지연됨에 따라 고파이 자유형 상품의 원금과 이자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 만기를 앞둔 고정형 상품에 대한 상환 역시 현재로선 불확실하다. 

고파이에 예치된 가상자산 규모는 밝히지 않고 있다. 사업 관계 상 대외비라는 설명이다. 단 고정형 상품의 경우 고파이 사이트에 게시된 예치 수량을 종합하면 약 2천300만 달러(약 311억원) 수준이다. 고파이 누적 예치금은 4만4천457 비트코인(약 9천520억원)으로 기재돼 있지만, 고팍스 관계자는 이미 예치 기간이 종료된 금액 비중이 상당하다고 해명했다.

고파이

고팍스는 제네시스의 인출 제한 발표가 있기 전 자산 보호를 위해 모든 자산에 대한 상환을 요청했다. 제네시스는 최대 3일 내로 상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답변했지만 이행이 되지 않았다.

제네시스가 인출을 제한하게 된 것은 FTX에 보관한 자금을 돌려받을 길이 요원해져 재무 상의 피해를 입은 점이 작용했다. 제네시스는 FTX에 1억7천500만 달러(약 2천367억원)의 자금을 보관하고 있었다. 여기에 FTX 파산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되면서 늘어난 출금 요청을 감당할 수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FTX 파산에 따른 여파가 고팍스까지 닿게 된 것이다.

고팍스는 예치금을 지급받기 위해 제네시스, DCG와 지속적으로 소통 중이라고 밝혔다. 제네시스가 오는 24일 발표하는 서비스 운영 계획을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FTX 연쇄 유동성 위기 겪을까…고팍스 "글로벌 기업과 긍정 협의 중"

가상자산 업계와 당국은 만약 제네시스가 고파이 예치금을 상환하지 않아 고팍스가 실제 피해를 입는 경우 나타날 여파에 주목하고 있다. 

고팍스는 고파이 예치금과 고팍스 이용자 예치금이 분리 보관돼 있고, 고팍스 이용자 예치금 이상으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제네시스가 파산하더라도 고팍스 이용에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우려되는 부분은 있다. 결국 자산 손실이 발생하면 고파이 가입자 또는 상품을 중개 판매한 고팍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고팍스는 지난해 9월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이 시행되고 한동안 제휴 은행을 구하지 못하면서 거래량이 급격하게 줄었고, 지난 4월 말부터는 원화마켓 운영을 재개했으나 9월까지는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실시하는 등 약 1년간 매출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고파이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회사 손실로 돌아갈 경우 재무 상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거론된다. 고팍스는 제네시스 파산 시 손실 처리 방침에 대해 "다양한 상황을 보고 보수적인 대응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고팍스는 시장에서 연쇄 피해 우려를 내비치는 점을 감안해 21일 "유동성 공급을 위해 글로벌 블록체인 인프라 업체와 긍정적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세부 내용을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네시스의 모회사인 DCG가 고팍스의 2대 주주인 점도 관심을 끈다. 제네시스가 파산할 경우 DCG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 현재 DCG는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에 대해 13.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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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미 주주 구성 내역

DCG 자회사인 가상자산 전문 투자 회사 그레이스케일마저 가상자산 시장 침체로 비트코인투자신탁(GBTC) 상품이 비트코인 현물 대비 45%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고, 준비금 정보도 보안을 이유로 들며 공개하지 않자 위기론이 나타나고 있다.

반면 제네시스를 비롯한 DCG가 고파이 예치금을 상환하지 못할 만큼 자산 유동성이 부족하진 않다는 시각도 있다. 단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발표한 GBTC 관련 수탁 물량만 봐도 63만5천235 비트코인(약 15조 9천285억원)에 이른다. 이는 그레이스케일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보고한 내용과도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