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어떻게 월드컵 첫 경기 오프사이드 잡아냈나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FIFA가 도입한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

데스크 칼럼입력 :2022/11/21 17:02    수정: 2022/11/22 08:5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전반 3분. 에콰도르 공격수 에네르 발렌시아가 헤딩한 골이 카타르의 골문을 갈랐다. 월드컵 첫 골. 하지만 오프사이드 판정. ‘오일 머니’를 등에 업은 홈 어드밴티지를 의심하기 딱 좋은 상황이었다. 

곧바로 이번 대회에 처음 도입된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SAOT)을 활용한 판결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논란은 금방 가라앉았다.

SAOT(Semi-Automated Offside Technology)는 이번 대회 개막 전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던 기술이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때 처음 도입한 비디오 판독(VAR)을 좀 더 정교하게 발전시킨 것이다.

오프사이드는 축구 경기에서 가장 민감한 판정이다. 골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판정이 잘못될 경우 승부가 뒤바뀔 수도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SAOT 도입에 많은 공을 들인 것도 이런 사정과 관련이 있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기술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축구 선수의 신체 부위 29곳의 동작을 실시간 추적한다. (사진=FIFA)

■ 카메라 12대가 선수 신체부위 29곳 실시간 추적 촬영

SAOT 개발을 위해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스포츠연구소와 빅토리아대학 트랙 연구소, 취리히 연방공대가 힘을 모았다.

경기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유효성을 검증하는 작업은 MIT 스포츠연구소와 빅토리아대학 트랙 연구소가 맡았다. 취리히연방공대 연구팀은 멀티카메라 추적 시스템의 기술적 유효성을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이 기술을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 경기장 안에 촘촘한 데이터 분석 시스템을 설치했다. 경기장 지붕에는 추적 카메라 12개가 쉴새 없이 돌아간다. 이 카메라는 선수들과 공의 움직임을 실시간 추적한다.

외신들에 따르면 카메라는 선수 신체 부위 29곳을 계속 추적하면서 촬영한다. 촬영 빈도는 초당 50회 수준이다.

아디다스가 만든 월드컵 공인구 ‘알릴라’도 집중 추적 대상이다. 알릴라 안에는 관성측정센서를 활용해 공의 움직임을 초당 500회씩 측정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공인구 알릴라. (사진=FIFA)

AI시스템은 이렇게 수집한 위치 정보를 활용해 공을 찬 선수의 위치를 측정한다. 공을 차는 순간 수비수보다 앞서 있다고 판단되면 VAR 실에 신호를 보낸다. VAR 실에는 ‘공을 차는 지점'과 오프사이드 라인이 함께 표시된다.

신호가 오면 VAR 심판이 직접 확인한다. 확인 결과 오프사이드로 판명되면 곧바로 주심에게 알려준다. 이를 확인한 주심은 기존 판정을 수정하게 된다.

판정이 내려지면 AI 기술이 오프사이드 라인과 선수 위치를 3D 그래픽으로 재현해준다. 이 그림은 경기장 내 화면과 텔레비전을 통해 축구팬들에게 바로 공개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전반 3분 에콰도르의 발렌시아 선수가 카타르 골문을 갈랐던 골은 무효가 됐다.

반자동 오프사이드 시스템(FIFA 중계화면 캡처)

■ "평균 70초 걸렸던 판정시간, 25초 내외로 줄인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SAOT 개발에 공을 들인 또 다른 이유는 ‘판정 시간 출이기’도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피에르 콜리나 FIFA 심판위원장은 “SAOT를 활용하면 평균 70초였던 판정 시간을 25초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때 스포츠는 인간의 운동 능력을 다루는 숭고한 승부란 고집이 강했다. 그 거룩한 승부의 현장에 기술이나 장비가 끼어드는 것을 내켜하지 않았다. 특히 ‘판정도 경기의 일부’라는 고집 때문에 첨단 기술 접목에 소극적이었다.

20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코르 알베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전 카타르와 에콰도르의 경기 전반전에서 에콰도르 선수들의 선제골이 비디오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로 '노 골' 선언되고 있다. 2022.11.2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하지만 이젠 그런 고집보다는 오히려 ‘더 정확하고 공정한 판정’에 무게를 더 많이 두고 있다. FIFA 역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 ‘골라인 판독 기술’을 처음 도입한 데 이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선 VAR을 적용하면서 ‘기술을 활용한 판정’을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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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OT는 축구 경기에서 가장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오프사이드 판정을 보완해준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기술로 평가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첫 경기부터 SAOT가 멋진 판정을 만들어내면서 전 세계 축구팬을 매료시키고 있다.

많고 탈도 많았던 카타르 월드컵이 이 기술 덕분에 축구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대회로 기억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느슨한 축구팬’이자 ‘엉성한 IT 기자’로서 이번 월드컵에선 SAOT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볼 생각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