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주파수 할당 취소...의미와 파장은

지지부진했던 28㎓ 활성화에 정부 초강수...신규 사업자 진입 여부 촉각

방송/통신입력 :2022/11/18 17:23    수정: 2022/11/18 17:24

정부가 처음으로 이동통신사에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내렸다. KT와 LG유플러스가 내년 말까지 이용키로 했던 28㎓ 주파수 대역의 이용권리를 박탈한 것이다. 네트워크 투자 조건을 채우지도 못했으며 향후 추가 투자계획도 소극적이란 이유에서다.

28㎓ 주파수 이용권리를 겨우 유지한 SK텔레콤도 내년 5월까지 기존 네트워크 투자를 10배 가량 늘려야 재할당이 가능하고, 이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할당 취소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KT와 LG유플러스가 이용하던 28㎓ 대역 주파수 중 한 곳은 새로운 사업자에 준다는 방침이다. 정책적으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새로운 회사가 28㎓ 주파수를 이용케 하고, 통신 3사 가운데 한 곳은 28㎓ 대역 주파수를 가져가지 못할 것이란 강한 정책적 의지도 내비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주파수 할당 조건 이행점검 결과 28㎓ 대역에서는 기준에 미달한 KT와 LG유플러스에게 할당 취소 처분을, SK텔레콤은 이용 기간 10%을 단축하기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또 28㎓ 대역과 달리 5G 스마트폰 가입자가 쓰고 있는 3.5㎓ 대역의 할당 조건은 잘 지켜지고 있다고 봤다.

사진 = 이미지투데이

■ 이례적인 사상 첫 주파수 할당 취소

정부는 공공 자원인 주파수를 이동통신사에 상업적인 용도로 할당할 때 최소한의 네트워크 구축 조건을 부과한다. 5G 주파수를 처음 공급할 당시 28㎓의 경우에는 5년 동안 이용할 수 있게 하면서 할당 3년 차까지 1만5천국의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런 가운데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주파수 할당 후 이동통신 3사의 3년차 할당조건 이행실적을 점검하고 평가위원회의 평가가 이뤄진 결과, 주파수 할당공고 당시 할당취소에 해당하는 통신사가 2곳이나 나온 것이다.

28㎓ 주파수 대역의 3년 차 망 구축 이행실적을 살펴보면 ▲LG유플러스가 1천868대 ▲SK텔레콤이 1천605대 ▲KT가 1천586대 등이다. 망 구축 의무 조건에서 10.6~12.5%의 수준만 투자가 이뤄진 것이다.

실제 망 구축은 LG유플러스가 가장 많았지만 KT와 함께 할당취소 처분 통신사에 포함된 점이 눈에 띈다. 할당조건 가운데 망 구축 실적 등 계량 평가 60% 외에 향후 투자계획 등을 따지는 40% 비중의 정성평가에서 행정처분의 차이를 빚은 것이다.

평가위원회의 28㎓ 평가 결과 SK텔레콤 30.5점, LG유플러스 28.9점, KT 27.3점 순으로, 30점 미만인 LG유플러스와 KT에는 할당취소 처분이 내려졌고 30점을 겨우 넘은 SK텔레콤은 이용기간 6개월 단축과 재할당 신청 전까지 1만5천국을 구축하라는 조건이 부과됐다.

과거 KT가 800㎒ 대역에서 LTE 주파수를 획득한 뒤 망 구축을 전혀 못 했지만, 할당 취소 처분까지 내려지진 않았다. 당시 협대역 주파수라는 불가피한 투자 환경을 고려해 이용기간 단축 정도에 그쳤다.

반면 28㎓의 경우, 정부는 통신사의 할당 당시 약속과 달리 투자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해 할당 취소 처분까지 이어졌다.

박윤규 차관은 “미국과 일본은 통신 사업자들이 28㎓ 대역 네트워크 구축을 확대하고 있으며, 호주와 인도 등 33개 국가가 주파수 할당이나 관련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28㎓ 칩셋이 탑재된 스마트폰이 50종 이상 출시돼 6천100만대 이상 보급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최소 수량도 망 구축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부의 다양한 지원 노력에도 통신사들의 28㎓ 활성화 의지는 여전히 저조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6G 이동통신에서 밀리미터파 활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해외에 비해 성숙되지 못하는 국내 28㎓ 대역 생태계는 더 이상 이동통신 강국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우려스럽다”고 꼬집었다.


■ 기존 통신사 한 곳은 28㎓ 할당 배제 초강수

주파수 할당취소를 넘어 28㎓ 주파수를 다음에 분배할 때 통신 3사 가운데 한 곳은 배제될 것이란 점이 주목된다.

이날 할당취소 처분 통지 이후 내달 청문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할당취소가 결정되면 정부에 반납된 주파수 대역 가운데 1개 대역은 신규 사업자 진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즉, 28㎓ 주파수를 활용한 시장이 성숙하더라도 주파수 대역이 하나만 남게 되고 할당취소 처분을 받은 KT와 LG유플러스 중 한 곳은 28㎓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한다는 뜻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계 한 전문가는 “십수년 이상 전국망을 구축해온 통신사에 특정 주파수 활용을 배제하겠다는 뜻은 정부가 매우 강력한 28㎓ 활성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 전국망 투자가 국가적으로 매몰비용이 되더라도 미래 네트워크 투자를 더욱 중요하게 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현실적으로 28㎓ 투자가 어렵다는 뜻을 밝혀 온 통신사들도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 다시 투자 경쟁을 고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네트워크 투자 경쟁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배수진을 친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이날 정부의 발표 내용에 따르면 향후 주파수 할당 정책방향을 새롭게 내놓으면서, 국민과의 약속인 할당조건을 이행하지 않는 사업자는 경제적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고려한다는 계획이다.

2018년 5G 주파수 할당공고 조건에 따라 초유의 주파수 할당취소 처분까지 나왔지만, 다음에 할당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면 주파수 이용권리 반납과 함께 이행강제금까지 물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 28㎓ 신규 사업자 등장할까

망 투자 활성화를 위해 신규사업자 진입 추진이란 계획을 내놓은 점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기존 통신시장에서 자리를 지켜온 통신사들도 28㎓ 투자에 어려움을 토로해왔고, 대내외 경제 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에 선뜻 나설 사업자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는 28㎓ 대역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신호제어용 주파수도 함께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앵커주파수로 불리는 신호제어용 주파수는 LTE와 5G를 함께 사용하는 비단독모드(NSA) 환경에서 단말의 접속, 설정, 등록, 과금에 사용되는데 신규사업자의 28㎓ 서비스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즉 통신 3사가 앵커주파수로 쓰고 있는 800㎒, 1.8㎓, 2.1㎓, 2.6㎓ 대역과 같은 주파수 대역을 신규사업자에 28㎓와 함께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하기 유리한 6㎓ 이하 대역의 주파수를 별도로 공급하는 방안까지 고려한 것이다. 시장에서 황금주파수로 불리는 대역도 함께 제공하는 파격적인 카드까지 마련한 셈이다.

아울러 기간통신사업자의 상호접속, 설비제공 등의 지원방안도 함께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사업자가 KT 또는 LG유플러스가 쓰던 주파수를 가지고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만들어내면 알뜰폰 회사와 같이 기존 통신사의 설비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방안까지 고려한 것이다.

주파수 이용단위를 전국 또는 지역 등으로 사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방식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는 새로운 사업자가 꼭 전국망을 구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미국의 경우 지역별로 로컬 통신사가 존재하는데, 일부 지역에서만 직접 구축한 망의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로밍 형태의 서비스가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신규사업자가 등장하면 앵커주파수와 함께 28㎓ 서비스를 제공하고, 상호접속과 설비제공의 정책적 지원을 받는 새로운 형태의 통신사 등장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지역별 주파수 활용 방안에 따라 특화망(이음5G) 사업자에 더욱 강력한 정책 지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재 이음5G는 건물이나 공장 단위로 주파수 공급이 이뤄지고 있는데, 네이버나 LG CNS와 같이 이음5G 자격을 얻은 회사가 서비스 지역을 넓히거나 광대역으로 활용할 수도 있게 된다. 도시 한 곳 전체에서 28㎓ 주파수로 이음5G를 쓰게 하고 다른 도시에서는 다른 회사가 주파수를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가능해진다.

글로벌 저궤도 위성통신 회사가 진입할 수 있는 변수도 있다. 스페이스X나 아마존의 위성통신 서비스가 28㎓ 대역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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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서비스가 국내에서 기간통신사업을 영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해외 사업자가 기간통신사업을 등록할 수 없고 지분 투자만 49%까지 가능한 상황이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위성통신 회사가 한국에 이 주파수를 할당받으려면 한미FTA에 따라 간접투자 100%까지 가능해 한국에 지사를 세우고 지사의 자회사를 통해 서비스에 나서는 방안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