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위기 징후, '테라' 폭락에서 시작됐다

업계 유동성 위기 심화되자 자매 회사 간 재무 의존도 심화

컴퓨팅입력 :2022/11/18 15:05    수정: 2022/11/18 19:48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파산 후폭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스테이블코인 '테라' 폭락 사태를 계기로 FTX 자매 회사 알라메다리서치의 재정적 위기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록체인 전문 매체 디크립트에 따르면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업체 난센은 17일(미국시간)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FTX토큰(FTT)이 알라메다리서치에서 FTX로 상당량 유출된 사실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FTX, FTT 물량 80% 보유…유동성 위기 '시한폭탄'

지난 2일 코인데스크에 따르면 알라메다리서치의 대차대조표에는 50억 달러 이상인 자산 상당량이 FTT로 돼 있는 등 유동성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점을 우려한 FTT 보유자들이 자금을 인출하는 '뱅크런'이 FTX에서 발생하면서 파산까지 이르게 됐다는 것이다.

알라메다리서치가 이처럼 취약한 자산 구조를 갖게 된 배경을 파악하려면 FTX 설립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결과 난센은 2017년 설립된 알라메다리서치 소유의 지갑이 FTX가 설립된 2019년 5월 이전부터도 FTX 소유 지갑과 상호작용해왔다고 분석했다.

FTX 공식홈페이지.

당시 지갑 간 거래량 자체는 16만 달러 이하로 크지 않았다. 그러나 양사 소유 지갑이 명확히 분리되지 않고 운영돼왔으며, 알라메다리서치가 FTX 설립에 크게 관여했다는 정황이란 설명이다.

FTX가 FTT 공급량의 50%만 보유한다는 주장도 거짓으로, 실제로는 80% 가량을 관리하고 있던 것으로 봤다. 회사의 FTT 보유량이 과다한 탓에, 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를 대량 처분해 조달하려 할 경우 FTT의 시세 하락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사실상 손댈 수 없는 자산이었던 것이다.

■알라메다리서치, 테라 폭락 여파에 FTX에 손 벌려

지난해 9월 알라메다리서치는 가상자산 금융 서비스 기업 제네시스로부터 FTT를 대출받았다. 자금이 필요해져도, 자산의 상당량인 FTT는 처분이 어렵기 때문에 택한 조치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 테라가 폭락했다. 알라메다리서치에게 대출을 제공한 제네시스도 당시 폭락으로 연쇄 피해를 입었다. 폭락 여파로 가상자산 헤지펀드인 3AC가 파산에 이르게 되면서 대출해준 자금 23억6천만 달러를 회수하지 못했다.

난센은 제네시스가 자금 손실을 겪게 됨에 따라 그 동안 제공한 대출금을 회수하려 했고, 알라메다리서치도 그 대상 중 하나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유동 자산이 더욱 부족해진 알라메다리서치가 FTX에서 자금을 대출했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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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루나

테라 폭락이 나타난 당시 FTX, 알라메다리서치 최고경영자였던 샘 뱅크먼 프리드는 FTT와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후드의 주식 처분, 이용자 예치금 등을 모아 40억 달러를 알라메다리서치의 손실을 보전한 것으로 최근 밝혀졌다. FTX가 알라메다리서치 지원에 나선 것엔 이런 배경이 있다는 것이다.

이후 6, 7월에 걸쳐 알라메다리서치에서 FTX로 40억 달러 규모의 FTT가 유입됐는데, 이는 지원금 40억 달러에 대한 담보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