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작지만 강한 IT 매체, '현실의 벽'에 굴복하다

'테크분야의 폴리티코' 프로토콜의 몰락

데스크 칼럼입력 :2022/11/17 16:57    수정: 2022/11/17 23:2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테크분야의 폴리티코’를 표방하면서 화려하게 출범했던 프로토콜(Protocol)이 3년을 못 채우고 문을 닫았다. 프로토콜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오늘부터 더 이상 뉴스를 발행하지 않는다. 소스코드를 제외한 모든 뉴스레터 발행도 중단한다”는 공지문을 올렸다.

프로토콜(Protocol) 폐업 소식은 내게도 엄청난 충격이었다. 2020년 2월 첫 선을 보일 때부터 많은 관심을 가졌던 매체였기 때문이다.

프로토콜은 출범할 때부터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명품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창업자인 로버트 알브리튼이 발행인을 맡으면서 ‘테크 분야의 폴리티코’를 표방했기 때문이다. 정치 전문매체로 신선한 바람을 몰고 왔던 폴리티코의 성공 방정식을 IT 저널리즘에 그대로 접목하겠다는 야심부터 신선했다.

작지만 강한 IT매체 프로토콜이 3년 만에 결국 사업을 접었다.

IT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도 참신했다. 프로토콜은 출범 당시 자신들을 이렇게 소개했다.

“테크 분야의 사람, 권력, 정치학에 초점을 맞춘다. 테크, 비즈니스, 공공정책 분야 의사결정권자들에게 사실을 바탕으로 한 편향되지 않은 뉴스와 분석을 제공한다.”

■ 출범 직후 코로나19 팬데믹 덮쳐…모회사 폴리티코 매각도 악재 

이 설명만으로는 모호할 수도 있다. 초대 편집장인 팀 그리브가 2019년 11월 배너티페어와 인터뷰 때 한 얘기를 살펴보면 프로토콜의 편집 방향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브 역시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폴리티코 프로 편집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아이폰11이 출시됐다. 모든 매체가 트리플 카메라에 주목한다. 하지만 우린 다른 관점으로 접근할 것이다. 이를테면 그 기능을 추가하기까지 애플 내에서 어떤 일이 있었나? 회사 내 어떤 경쟁을 통해 지금 모습을 갖게 됐나? 그 과정에서 사내의 어떤 팀이 승리하고, 또 어떤 팀이 패배했나?”

팀 그리브는 “IT 매체가 많지만 대부분 기기 얘기를 다룬다. 테크 분야 사람이나 권력, 정치를 다루는 매체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인력도 만만치 않았다. 폴리티코 출신들이 주축이 된 가운데 와이어드, 기즈모도 등 저명 IT매체 기자들이 함께 했다.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로이터 같은 기존 매체 기자들도 동참했다.

미국 IT 매체 프로토콜의 사무실. (사진=프로토콜)

그런 매체가 3년도 못 채우고 갑작스럽게 폐업했으니, 깜짝 놀라지 않을 도리가 없다.

물론 조짐이 없었던 건 아니다. 공교롭게도 프로토콜 출범 직후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됐다. 갓 출범한 프로토콜에겐 엄청난 불운이었다.

모회사인 폴리티코에도 변화 바람이 불었다. 폴리티코는 2021년 8월 독일 미디어 그룹인 악셀 스프링거에 인수됐다. 매각 대금은 10억 달러. 그 해 예상매출(2억 달러)의 5배에 이르는 좋은 조건이었다.

■ 적자 누적에 사업중단 결론…테크뉴스는 폴리티코가 소화 

프로토콜은 출범 이후 줄곧 독립적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모회사가 악셀 스프링거에 인수된 뒤엔 폴리티코 미디어 그룹에 흡수됐다.

CNN에 따르면 폴리티코를 인수한 악셀 스프링거는 장기 전략 수립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 악셀 프로링거는 폴리티코 미디어 그룹을 2027년까지 두 배 수준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계속되고 글로벌 IT 기업들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프로토콜도 벼랑 끝으로 내몰리게 됐다. 광고 시장이 위축되면서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힘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프로토콜은 올해 매출 목표 달성도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들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 끝에 더 이상 프로토콜을 운영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됐다. 프로토콜을 폐업하는 대신 폴리티코의 IT 뉴스를 강화하는 쪽을 택했다.

결국 ‘테크분야의 폴리티코’란 원대한 꿈은 3년 만에 물거품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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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거대 IT기업들의 불황이란 두 가지 외부 악재에다 모회사 매각이란 돌발 변수까지 겹치긴 했지만, ‘명품 IT 매체의 몰락’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는 않다.

길지 않은 기간 차별화된 IT 뉴스를 선사해줬던 프로토콜의 부재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다가온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