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미국)=권봉석 기자] "우리는 퀄컴에 22개월 전에 합류했고 계속해서 최고의 CPU 기술을 개발해 왔다. 퀄컴이 출시할 오라이온 CPU는 빨라질 것이고 모바일부터 XR, 컴퓨트까지 여러 카테고리 플랫폼으로 확장될 것이며 내년에 출시된다."
퀄컴 연례 기술행사 '2022 스냅드래곤 서밋' 2일차인 17일(하와이 현지시간 16일) 오후 제럴드 윌리엄스 퀄컴 수석 부사장이 기조연설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날 퀄컴은 그동안 스냅드래곤 SoC에 내장하던 크라이오(Kryo) CPU 아키텍처를 지난 해 초 인수한 스타트업, 누비아(Nuvia)가 개발한 IP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 "자체 개발 CPU '오라이온', 모든 제품군으로 확대"
퀄컴은 지난 해 초 구글 출신 엔지니어가 차린 스타트업 '누비아'를 인수한 뒤 이들의 설계 노하우와 반도체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해 새로운 CPU를 설계해 왔다.
지난 해 11월 '스냅드래곤 테크 서밋 2021' 행사에서 퀄컴 ACPC 전략을 담당하던 미구엘 누네스 퀄컴 제품담당 부사장(당시)은 "누비아가 설계한 CPU 코어는 ACPC(올웨이즈 커넥티드 PC) 뿐만 아니라 XR이나 오토모티브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애플과 누비아를 거쳐 퀄컴에 합류한 제럴드 윌리엄스 퀄컴 수석 부사장은 이날 퀄컴이 내년에 출시할 새로운 CPU 아키텍처 이름인 '오라이온'(Oryon)을 공개하고 "이 CPU는 모바일부터 XR, 컴퓨트까지 여러 카테고리 플랫폼으로 확장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 주요 PC 제조사 "오라이온 기반 PC용 칩 기대"
이에 따라 고성능이 필요한 PC용 고성능 칩을 시작으로 스마트폰·태블릿용 스냅드래곤 칩, AR 글래스용 스냅드래곤 칩 등 퀄컴이 생산하는 모든 시스템 반도체의 CPU 아키텍처는 독자 노선을 선택했다.
케다르 콘답 퀄컴 컴퓨트 및 게이밍 부문 본부장(수석부사장)은 "오라이온 CPU 기반 새 칩은 프리미엄 PC 경험의 새 장을 열 것이며 많은 제조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스냅드래곤 기반 윈도 PC의 모멘텀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에 등장한 이신재 삼성전자 MX사업부 상무를 비롯해 레노버, 에이수스, 에이서 등 주요 글로벌 PC 업체들도 오라이온 CPU 기반 퀄컴 PC용 칩에 기대를 드러냈다.
■ 누비아 인수 둘러싼 ARM과 소송은 '불안요소'
오라이온 CPU로 독자 노선을 선언한 퀄컴 앞에 놓인 문제도 있다. 바로 지난 8월부터 시작된 ARM과의 분쟁 문제다.
ARM은 지난 8월 말 퀄컴과 누비아를 라이선스 계약 위반 혐의로 제소하며 "지난 해 1월 퀄컴 피인수 이후 누비아가 개발한 반도체를 퀄컴이 이용하는 것은 라이선스 위반"이라고 주장했다(관련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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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의 주장에 따르면 ARM은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2024년부터 자사 IP를 쓸 수 있는 라이선스 계약을 '장치 제조사' 대상으로만 체결할 예정이며 반도체 회사 대상으로는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퀄컴은 ACPC용 스냅드래곤 칩의 CPU는 자체 개발하지만 나머지 반도체 IP 중 일부, 혹은 상당 부분을 ARM의 반도체 IP를 바탕으로 개발할 것으로 보인다. 누비아를 둘러싸고 ARM과 퀄컴이 진행중인 소송 향방에 따라 퀄컴의 독자 행보도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