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베닝크 ASML CEO "韓서 장비 생산 가능…이재용과 많이 대화"

"화성 동탄 재제조센터부터 시작…2024년 하이NA EUV 장비 첫 출하"

반도체ㆍ디스플레이입력 :2022/11/15 15:54    수정: 2022/11/15 20:34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 장비 기업 네덜란드 ASML이 한국에서 첨단 장비를 생산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경기 화성시에 새로운 사업장을 지어 연구개발(R&D)과 수리부터 시작해 제조까지 한국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다고 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는 15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에서 재제조센터와 트레이닝센터 말고도 반도체 장비 생산 공장을 지을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느 나라에서든 재제조센터로 먼저 시작했다"며 "ASML의 반도체 장비 지식을 그 나라에 5~10년 동안 심으면 제조 기반을 다질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이제 시작점에 있다"며 "한국지사 규모를 10년 안에 2배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ASML은 반도체 업계에서 을의 입장이지만 갑보다 힘이 세다는 뜻에서 ‘슈퍼 을’로 불린다. 7㎚(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미세 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1년에 45대 안팎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6월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있는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가운데)와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사진=삼성전자)

베닝크 CEO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만나면 사업이나 산업 환경을 얘기한다”며 “오래 인연을 쌓은 만큼 친밀해서 개인적인 대화도 한다”고 귀띔했다. 이 회장은 16일 경기 화성시 ASML의 새 사업장 기공식에 찾아와 베닝크 CEO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미국 인텔과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Foundry·파운드리) 업체 대만 TSMC도 ASML의 주요 고객 중 하나다.

이들 반도체 제조회사는 ASML의 차세대 EUV 노광 장비 ‘하이 뉴메리컬 어피처(High-NA) EUV’ 장비를 주목하고 있다. 베닝크 CEO는 “2024년 하이-NA EUV 장비를 처음 출하할 것”이라며 “2026~2027년이면 주요 고객사가 반도체 양산에 적용할 듯하다”고 설명했다. 1대 가격은 3억 유로(약 4천억원)로 예상했다. 판매 중인 EUV 장비 1대 값은 2천억원 가량이다. ASML은 2027~2028년 하이-NA EUV 장비를 1년에 20대 만들 수 있도록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15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화성사업장 조성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유혜진 기자)

ASML은 화성시 동탄2신도시 도시지원시설 용지 1만6천㎡(약 5천평)에 1천500명 수용할 수 있는 반도체 시설을 짓기로 했다. 16일 첫 삽을 뜨고 2024년 12월 입주하는 게 목표다. 한국지사 신사옥과 함께 재제조센터(Local Repair Center), 심자외선(DUV)·EUV 트레이닝센터, 체험관(Experience Center)을 꾸린다. 

베닝크 CEO는 지난해 11월 경기 화성시 ASML 한국지사 본사를 찾아 “2025년까지 동탄에 2천4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날에는 “새로운 화성사업장 지을 땅을 고르는 데 경기도지사가 많이 도와줬다”며 한국 정부에 고마워했다.

ASML 한국지사 본사는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있는 경기 화성시에 있다. 또 다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위치한 경기 평택시와 SK하이닉스 공장을 둔 경기 이천시와 충북 청주시에도 ASML 사무소가 있다. 

베닝크 CEO는 “한국에서 1천400명 이상을 더 채용할 것”이라며 “현재 인원은 2천명”이라고 소개했다.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왼쪽)와 이우경 한국지사장이 15일 서울 삼성동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유혜진 기자)

ASML은 화성 재제조센터에서 쓰는 수리 부품을 한국산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10%인 한국산 비중을 50%까지 높일 계획이다. 베닝크 CEO는 “한국은 협력사를 찾기에 매우 좋은 나라”라며 “한국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할 뿐 아니라 네덜란드 본사에서 한국으로 부품을 조달하는 시간을 아끼고 물류로 인한 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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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닝센터에서는 ASML과 고객사 직원이 EUV 장비에 대해 배울 수 있다. ASML은 대학과도 산학 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해 인재를 육성하기로 했다.

체험관은 지역사회를 위한 곳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과 ASML의 기술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장, 어린이 과학 캠프장, 채용 행사장 등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