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시스템LSI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 사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내년 초 출시될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3'에 차세대 엑시노스 대신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전량 탑재될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사업부는 올해 갤럭시용 자체 AP 개발에 착수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전체 모바일 AP 시장에서 엑시노스의 점유율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퀄컴 "갤럭시S23에 스냅드래곤 전세계 물량 탑재"…삼성 "확정된 내용 없다"
7일(현지시간) 퀄컴 아카시 팔키왈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올해 4분기(7~9월) 실적을 발표하는 설명회에서 "갤럭시S22에 퀄컴의 AP 적용 비율이 75%였으나, 갤럭시S23에서는 '글로벌 쉐어(global share)'로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100%라고 콕 집어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글로벌 전체 출하물량으로 해석될 수 있다.
퀄컴이 고객사의 스마트폰이 출시되기 전에 AP 탑재 비율을 먼저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통상적으로 부품 업계에서는 고객사의 제품 개발 진행 사항에 대해 언급하는 일은 금기시되어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퀄컴이 선을 넘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갤럭시S23 출시까지 약 2~3개월을 앞두고 있으며, 구체적인 스펙이 확정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측은 "현재 모바일(MX) 사업부에서 AP 탑재율을 확정하지 않았으며, 시스템LSI에서는 차세대 엑시노스를 차질 없이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퀄컴이 이 같은 발언을 한 배경이 주목된다. 퀄컴은 이달 15일 테크서밋을 통해 '스냅드래곤8 2세대'를 공개할 예정이다. 해당 칩은 갤럭시S23에 탑재가 유력하다. 퀄컵 입장에서는 이번 발언을 통해 '스냅드래곤8 2세대'에 대한 주목도와 관심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갤럭시S 시리즈는 출시 지역에 따라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와 퀄컴 스냅드래곤을 교차 탑재해 왔다. 국내와 유럽, 남미 국가에 출시되는 모델에는 엑시노스를 탑재했고, 북미, 중국, 인도 등 통신 모뎀 인증 규제가 강한 국가에는 스냅드래곤을 탑재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올해 초 출시된 갤럭시S22는 '국내향 제품에 엑시노스가 탑재된다'는 공식이 깨졌다. 한국 출시용 제품에도 스냅드래곤8 1세대 AP가 탑재됐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갤럭시S22에는 '스냅드래곤8 1세대'가 75% 가량 적용됐고, '엑시노스 2200'는 유럽 지역 등에 일부 탑재됐다.
당시 엑시노스 탑재율이 줄어든 것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뒤따랐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21 시리즈가 발열 이슈를 겪으면서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스냅드래곤을 선호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를 반영해 갤럭시S22 시리즈는 국내 소비자를 잡기 위해 스냅드래곤을 탑재했다는 관측이다. 그동안 엑시노스는 퀄컴 스냅드래곤의 제품 대비 전력소모가 높고,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이 뒤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만약 내년 갤럭시S23에 엑시노스가 제외된다면 이를 개발하는 시스템LSI 사업부의 모바일 사업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내수용 갤럭시S 시리즈에 스냅드래곤을 100% 탑재한 것은 처음은 아니다. 2020년 출시된 갤럭시S20와 갤럭시노트20 시리즈는 5G 모뎀 수율 문제와 성능상 문제 등으로 인해 엑시노스990 대신 전량 스냅드래곤865가 탑재된 적이 있었다.
삼성전자는 대표적인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23 판매율을 높이는 것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글로벌 소비 시장 침체로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삼성전자는 고가용 갤럭시S 시리즈 판매율을 높여야 높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에서 GOS(게임최적화서비스) 사태를 겪은 만큼, 갤럭시S23의 칩셋 성능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시장 점유율 축소된 엑시노스…중저가 시장 재포지셔닝 필요
스마트폰 AP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점유율은 주춤하는 추세다.
엑시노스는 지난 2011년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에 성공한 칩셋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14%대를 기록하면서 처음으로 애플을 앞지르고 3위에 오른 바 있다. 그러다 2020년 2분기부터 감소세를 보이다가 작년 4분기 4%까지 떨어지면서 제품 경쟁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나마 올해 갤럭시A 시리즈에 들어가는 엑시노스1080의 호조로 지난 2분기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6%로 소폭 성장했다.
중저가 시장에서도 점유율 하락폭이 크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중저가(100-299달러) 스마트폰 시장에서 엑시노스 점유율은 2020년 17%에서 지난해 7%로 떨어졌고, 미드레인지급(33~499달러) 시장에서는 2020년 13%에서 작년 6%로 감소했다. 이는 지난해 삼성전자가 중저가 폰 갤럭시A, F, M 일부 모델을 제조사개발생산(ODM)를 통해 설계를 맡기면서다. 삼성의 아웃소싱 업체는 엑시노스 대신 퀄컴, 미디어텍, 유니SOC 칩 사용을 늘렸다.
반면 중저가용 AP를 공급하던 대만의 미디어텍은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미디어텍은 스마트폰 AP 점유율에서 2020년 3분기 처음으로 퀄컴을 앞지르고 1위로 올라섰으며, 이후 지금까지 1위를 지키고 있다. 2분기 기준으로 미디어텍 39%, 퀄컴 29% 점유율을 차지한다.
앞으로 엑시노스 입지가 좁혀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삼성전자 MX사업부는 올해 갤럭시 스마트폰 전용 AP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이는 애플처럼 자체 개발한 AP를 사용한다는 계획으로 보인다.
지난 8월 뉴욕에서 진행된 '갤럭시 언팩' 직후 기자 간담회에서 노태문 MX사업부장 사장은 '갤럭시 전용 AP' 개발에 대한 질문에 "여러 파트너사들과 논의하고 검토하고 있다"며 "자체 AP 개발은 고려해야 할 상황이 많은 만큼 시간이 굉장히 걸리기 때문에 관련 팀들과 파트너사들이 열심히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구체화되는 시점이 되면 시장에 공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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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플래그십을 고집하기보다는 중저가 스마트폰용 AP로 재포지셔닝하고, 타사 기기 공급 확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디어텍이 중저가 시장을 우선 공략해 성장한 후 최근 프리미엄 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듯이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피재걸 삼성전자 DS 부문 시스템LSI 부사장은 지난 7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엑시노스 위기설에 대해 "현재 엑시노스 시스템온칩(SoC) 사업 모델을 재정비 중이고,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