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부터 병원 보내자, 제발"…이태원 참사 상황실 대화 공개

이태원 참사 당시 구조 현장의 컨트롤 타워가 부재해 혼란이 거듭되던 상황을 보여주는 구조 관계자들의 대화 내용이 8일 공개됐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긴급 재난 상황에서 구조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관계자가 공유하는 모바일 정보망"이라며 이른바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이태원 참사 당시 모바일 상황실 대화 내용. (자료=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2022.11.08

대화방 내용에 따르면 참사 발생 1시간여 후인 지난달 29일 오후 11시10분,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 측은 '해밀턴 호텔 후면 쪽에 다수 사상자 발생' 사실을 알렸다.

소방청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에서는 '경찰에 큰 도로 쪽 응급의료소 공간 확보 요청해야 한다' '동원할 수 있는 가용자원을 최대한 동원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앙응급의료상황팀 직원들은 11시41분 '의료진 조끼를 입은 지원센터 인력을 경찰이 통제해 현장 진입이 안 된다' '이런 식이면 재난의료지원팀(DMAT) 출동 못 시킨다'고 호소했다. 이어 '신속대응반 지원센터 모두 현장 진입을 못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참사 발생 2시간이 지난 지난달 30일 오전 1시39분에는 중앙구급상황관리센터가 중앙상황팀에 '망자와 관련해 남은 30여명이 순천향병원으로 이송하기로 했다는데 수용이 가능한 건가' 물었다.

이에 중앙상황팀 관계자는 '이러지 마시라. 망자 지금 이송하지 마시라. 응급환자 포함 살아있는 환자 40여명 먼저 이송한다'고 답했다.

이후 오전 1시45분에도 서울 구급상황관리센터 직원이 '사망 지연환자 이송병원 선정 요청한다'고 올리자, 중앙상황팀은 '저희가 안 할 거다. 산 사람부터 병원 보냅시다 제발'이라고 이야기했다.

이로부터 3분 뒤인 1시48분 대화방에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진과 함께 '복지부 장관님 나오셔서 현 상황 브리핑 받고 계시다'는 글이 올라왔다.

신 의원은 이날 조 장관이 당시 노란색 민방위복에서 녹색 민방위복으로 갈아입은 사진을 제시하며 "이런 긴급한 상황에서도 점퍼를 바꿔입는 일이 우선이었다"며 "권한을 사용해 살릴 수 있는 사람부터 이송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권한과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이와 관련 "매뉴얼상 현장은 긴급구조통제단장, 소방서장 통제 속에 현장의 응급 의료소장이 지휘하게 돼 있다"며 "시신은 원래 임시 영안소에 안치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해명했다.

신 의원은 "서울 한가운데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해 모든 의료지원을 다 투입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임에도, 의료진조차 진입을 못 한 지옥이 펼쳐졌다. 그곳에 정부가 있었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