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 잘 있냐' 전화에 이태원파출소 경찰 가족 울분

생활입력 :2022/11/04 13:29    수정: 2022/11/04 13:37

온라인이슈팀

"밤새 고생했는데 정작 경찰 때문이라니…."

이태원파출소 경찰 가족이 당시 현장에서 인명 구조에 최선을 다한 경찰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지난 2일 직장인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태원파출소 경찰 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에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대규모 압사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 © News1

글쓴이 A씨는 먼저 사망자와 그 유족에게 조의를 표한 뒤 말문을 열었다. 그는 "여론을 보니 당시 (이태원)파출소 근무자들 책임으로 돌리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말단 직원들 탓으로 돌리고 문책해서 대충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발표하고 치워버리려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제 가족을 포함한 당시 근무 경찰 중 바쁘게 일하지 않은 경찰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며 "다만 인력이 없어서 대응을 충분히 하지 못했을 뿐이다. 기동대에 출동 요청을 계속했지만, 윗선에서 무시당했다. 얼굴도 모르는 사복 경찰까지도 지원 나가라고 했을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A씨는 "밤새 심폐소생술하고 사람 한 명이라도 더 살리려고 고생했으나, 정착 경찰 너희 때문에 사고 난 거라고 하니 얼마나 마음 아픈지 모르겠다"며 "현장에 계셨던 경찰관, 소방관분들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 치료받아야 한다더라. 하지만 제 가족은 PTSD 신경 쓸 겨를도 없다. 당장 징계받지는 않을까, 혹시 이러다 잘리면 어떡하나 걱정에 잠을 못 이룬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직장인들도 다 알지요?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위에서 책임지기 싫어서 말단 꼬리 자르기부터 하는 것 말입니다. 나는 최선을 다해서 윗선 지시대로 일했는데 막상 문제가 생기고 나니 내 탓이라며 나부터 징계받고 잘린다고 생각해봐라. 너무 억울하고 원통해서 글 올린다"고 전했다.

이 글을 본 블라인드 이용자들은 "말단 파출소가 무슨 죄가 있겠냐", "이 사건을 이태원 담당 경찰관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역겹다", "현장에서 고생하신 거 다 안다", "제일 만만한 현장 인력 머리채 잡는다" 등 A씨와 경찰들을 위로했다.

다음날 A씨는 추가글을 통해 "현장 경찰들 고생했다고, 힘내라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먹을 거나 꽃을 파출소에 가져다주시면서 고맙다고 격려해주신다는데 가족인 저로서는 그런 시민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적었다.

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헌화하고 있다. 2022.11.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다만 악성 댓글을 다는 누리꾼들과 파출소를 찾아가 면전에다가 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어떤 사람들은 파출소에 신고 전화해서 '살인자들 잘 있냐'며 업무방해를 한다더라"라면서 "그런 행동들은 단순히 경찰관과 그의 가족들에게 큰 상처일 뿐 아니라, 급한 신고가 들어올 수 있는데 장난 전화로 업무 방해하면 그로 인한 피해는 결국 국민의 몫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끝으로 "파출소 직원들 그 누구도 당일 최선을 다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미 그 누구보다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다"며 "제발 이 사고가 파출소 직원 탓, 경찰 탓이라고 하지 말아달라. 그들도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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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4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은 사고 당일 현장에 출동한 경찰 1371명을 대상으로 긴급심리지원에 나섰다. 사고 현장에서 충격받은 경찰관들에게 PTSD가 생길 수 있어 진행한 것으로, 이태원파출소 경찰관을 포함해 74명에 대한 상담을 완료했다.

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