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뿐 아니라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세계 주요 24개 언어를 인식할 수 있는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음성인식을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AI) 비서, AI 튜터 등 다양한 AI 서비스 확산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3일 ETRI에 따르면 세계 주요 24개 언어를 음성으로 인식, 문자로 변환할 수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Conversational AI)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구글(Google) 등 글로벌 업체와 비교해 한국어에서는 우위, 타 언어에서는 대등한 수준이라고 ETRI는 밝혔다.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학습데이터가 필요해 다국어 확장과 음성인식 성능 확보가 쉽지 않았다. 이에 ETRI 연구진은 ▲자기 지도학습 ▲의사 레이블 적용 ▲대용량 다국어 사전 학습 모델 ▲음성 데이터의 오디오 데이터 생성(TTS) 증강 기술 등을 통해 언어 확장의 어려움을 해결했다. 또, 기존에 흔히 활용하던 종단형(End-to-End) 음성인식 기술 단점을 개선해 활용성을 높였다. 느린 응답속도 문제는 스트리밍 추론 기술을 개발, 실시간 처리가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아울러, 의료와 법률, 과학기술 등 특정한 도메인에 대한 음성인식 특화가 쉽도록 하이브리드 종단형 인식 기술도 개발해 적용했다. ETRI는 지난 2020년 종단형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한 후, 30여 개의 국내외 기업에 음성인식 기술을 이전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 ▲회의록 작성 ▲자막 통역 ▲키오스크 ▲의료와 교육 ▲AI 컨택센터 등 다양한 AI 서비스에 ETRI의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 중이다.
연구진은 이번 다국어 확대와 응답 속도 지연 해결을 적용한 음성인식 기술 사용 범위를 확대, 사업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올해 안으로 지원 언어를 30여 개로 확대하고 국내외 전시 참여와 기업체 설명회를 통해 동남아와 남미, 아랍권 등을 대상으로 사업화도 적극 추진한다.
ETRI 복합지능연구실 김상훈 책임연구원은 "국내기술로 글로벌 선도업체와 대등한 수준의 음성인식 기술을 개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면서 "이번 기술이 우리나라 인공지능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기술자주권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기술이 지난 20여년 간 음성인식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공식 자동통역 서비스에 핵심 기술을 제공한 바 있다.
현재 ETRI에서는 공공인공지능 오픈 API·DATA 서비스 포털인 'aiopen'을 통해 11개 언어의 음성인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이번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24개 언어로 음성인식 서비스를 확대해 중소·벤처기업, 학교, 개인 개발자 등 다양한 사용자들에게 다국어 음성인식 관련 사업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번 기술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율성장형 복합인공지능 원천기술연구'사업 일환으로 개발되었다. 지난 사업 기간동안 연구진은 국내외 논문 17편, 특허 43건, 기술이전 20건과 19억원의 기술료 수입을 거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