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대형 공공 SW사업 오류 원인은?

관습화된 불공정 관행과 여전히 낮은 SW산업에 대한 인식

컴퓨팅입력 :2022/11/03 09:22    수정: 2022/11/03 14:12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의 전산 오류가 지속되며 현장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자동화해야 할 대규모 업무를 수기 작성하는 등 공무원의 업무 피로도는 극에 달하고 있으며, 불규칙한 급여와 연금 지급으로 취약계층은 생계의 위협까지 받고 있다.

대규모 공공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 시스템은 한동안 먹통 현상을 겪었으며, 원격수업 역시 접속 불가 연상과 끊김 현상으로 많은 원성이 발생했다.

당시 LG CNS는 두 사업 모두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전문팀을 파견해 무상으로 상황을 해결에 나섰다.

관련 업계에서 반복되는 문제의 원인으로 불공정 관행이 관습화된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및 컨소시엄 구조를 지목했다. 더불어 이 기반에는 SW 산업에 대한 부족한 인식이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Pixabay)

■ 여전히 낮은 SW업계 인식. 불공정 관행 지속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사업은 각 정부 부처에서 사회 복지를 담당하는 노후화된 IT 시스템 5개를 통합 및 전면 개편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전체 사업 예산은 3천496억 원 규모로 3년 동안 구축 사업 예산이 1천970억 원, 5년 간 운영 및 유지보수 사업비가 1천590억 원이다.

LG CNS는 한국정보기술, VTW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해당 사업을 수주했다. 사업 지분율은 LG CNS가 50%, 한국정보기술이 30%, VTW가 20%이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코로나19로 인해 원격 근무 서비스 및 결제 도구 등을 요구하는 잦은 과업 변경이 있었을 것으로 예측했다.

서비스 구축 과정에서 발주사가 입찰제안서(RFP)에 없던 기능이나 서비스 추가를 요청하고 이에 따른 비용이나 일정을 지원하지 않는 과업변경은 대표적인 불공정 관행이다.

지난해 나라장터 사이트에 공개된 20억 원 이상 시스템 구축·유지관리 사업 150개를 조사한 결과 44%인 66건이 유찰됐다.

증가하는 공공 SW사업 유찰 원인으로 낮은 수익률과 불공정 거래 관행의 비중이 크다. 10% 미만의 낮은 수익 마진을 기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잦은 과업 변경은 수익은 고사하고 오히려 적자를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1천억 원이 넘는 대규모 프로젝트도 예외가 아니다. 법무부가 지난해 발주한 1천300억 원 규모의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 사업도 투자 대비 낮은 수익성 문제로 아무 기업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된 바 있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역시 아무도 1단계 사업에 응찰하지 않아 유찰된 사례다.

한 SI업계 임원은 “공공 SW사업은 사업 비용의 상당 부분이 세금인 만큼 금액을 책정하는데 상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안정적인 수익이 있어야 인재에 투자하고 역랑을 확보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한 여유를 확보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업계에서도 제값주기, 불공정거래 방지 등 SW사업 발전을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SW산업에 대한 인식이 낮기 때문인지 십수 년째 개선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개발자 이탈 대응 못하는 업무 구조

전 산업에 걸친 개발자 확보 경쟁도 사업에 악영향을 미쳤다. 급격한 이직으로 발생한 인원공백으로 업무 인수인계나 의사소통, 협업 과정에 차질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시스템 구축사업단은 올해 투입한 343명 인력 중 300명 이상이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더 나은 업무환경과 개인의 성장을 중시하는 개발자의 특성상 컨소시엄 내 중소, 중견기업의 피해가 더욱 두드러졌다.

이 문제는 중소, 중견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공공SW 사업은 공동이행방식으로 자신이 담당하는 부분을 모두 해결했더라도 다른 기업이 해결하지 못하면 책임을 연대해야 한다.

발주처가 공동이행방식을 택하는 이유는 행정적으로 편하기 때문이다. 문제 발생시 책임 소재를 따질 필요 없이 컨소시엄 지분이 많은 대표 사업자와 이야기하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대기업이라도 다른 중소기업의 작업 내용을 확인하거나 소스코드를 볼 수 없어 최종 통합단계 직전까지 현황 파악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 어떻게든 되겠지 안이한 시스템 검수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빠진 기능이나 버그를 찾는 등 종합적인 검토를 위한 감리 단계를 거쳐야 한다 감리에 실패하면 사업은 완료할 수 없으며 요구조건을 충족할 때까지 재개발을 진행해야 한다.

단, 마감 일정은 그대로 유지되며, 재개발로 인해 일정을 넘길 경우 매일 일정량의 벌금이 쌓이게 된다.

정황상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사업은 감리단계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개발사업단은 지난 5월 열린 회의에서 개발 진척이 지연되고 통합테스트 수행률이 미흡하다고 밝힌 바 있다.

관련 업계에선 무리한 상황을 알렸음에도 시스템 개통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 관습화 된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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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IT서비스 기업 대표는 “주목받는 대형 서비스의 경우 어느정도 문제가 있는 것을 알더라도 일단 개통을 하고 추후에 고치거나 수정을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그동안 잘 되겠지 하고 적당히 넘어가던 일들이 이번에 크게 터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기업 입장에서도 이런 불안한 방식에 대해 반대하고 싶지만 언제 또 대형 공공 SW사업에 참여할지 모르니 말처럼 쉽지 않다”며 “공공SW 사업과 SW산업에 대한 전체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