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멘토가 말하는 개발자…"호기심 갖고 학습하는 습관 가져라"

한기용 그렙 미국 CTO "실리콘밸리, 韓보다 수직적이나 자유로운 토론 문화 구축"

인터넷입력 :2022/11/07 16:10

여전히 ‘개발자 모시기’ 경쟁이 정보기술(IT) 업계 내 치열하다. 그래서인지 대학생이나 직장인, 그리고 초등학생까지 일찌감치 코딩 공부에 나서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코딩 교육 플랫폼 프로그래머스 운영사 그렙도 이런 기류에 발맞춰, 근래 예비 개발자들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개발 인재 양성을 최우선순위로 둔 그렙 기조에 딱 들어맞는 개발자가 최근 이 회사에 합류했다. 한기용 그렙 미국지사 최고기술책임자(CTO)다. 개발자들 사이에서 한기용 CTO는 유명인사다. 그는 유수 IT 기업 개발자들에겐 멘토, 학생들에겐 선생님이다. 삼성전자를 거쳐, 빅테크 야후(Yahoo)에서 7년간 일했다. 실리콘밸리부터 국내 스타트업, 대기업 등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지난 달 27일 서울 강남구 그렙 본사에서 만난 한 CTO의 '개발자 나이'는 올해로 27세. 1995년 삼성전자에서 첫 발을 뗀 그는 30년 가까이 개발자로 살아왔다. 그는 3주간 한국에 머무르며, 네이버와 몰로코 등 회사를 대상으로 강연을 펼쳤다고. 다음 날 미국 출국을 앞둔 한 CTO와 그간 경력과 개발자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한기용 그렙 미국 지사 최고기술책임자.

[다음은 한기용 그렙 미국지사 CTO와 일문일답]

Q. 삼성전자 퇴사 후 돌연 미국행 비행기를 탔는데.

"5년간 삼성전자에서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를 맡았다. 회사가 싫어서 떠난 건 아니다. (웃음) 도전하고 싶었다. 색다른 환경에 대한 호기심이 지배적이었다. 선택지는 넥슨과 대학동기가 창업한 스타트업 두 개.

미국에서의 삶, 또 그곳에서 일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했다. 영어를 못해 두려웠지만, 일단 부딪혔다."

Q. 2004년 야후로 적을 옮겼다. 실리콘밸리는 어떤 곳인가.

"당시 일했던 동료들은 대개 창업하거나, 메타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굵직한 회사로 소속을 옮겼다. 유능한 친구들이 한데 모였다. 실리콘밸리에선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자유로운 토론과 의견 공유를 반복한다. 

조직문화는 외려 한국보다 수직적인데 말이다. ‘궁금한 건 반드시 묻고 답을 얻자’는 기저가 깔려있다. 질문이 없는 한국 개발자들과는 다른 성향인 것 같다. 그렇게 4년 동안 정말 재밌게 일했다."

Q. 남은 3년은 어땠나.

"멈춰있다는 느낌이 계속됐고, 자신감이 ‘0’에 가까웠던 상태였다. 좋은 이직 기회도 있었는데, 거절했다. 내 성장을 견인한 게 스스로 역량을 길러서가 아니라 타인 덕분이라는 판단이 서기도 했다. 

‘과연 내가 저 친구들과 경쟁할 수 있을까’ 항상 자문했다. 이때 경험을 발판삼아 개발자들에게 ‘가면 증후군’에 빠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한기용 그렙 미국 지사 최고기술책임자.

Q. 가면 증후군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달라.

"본인이 노력해 얻은 성공이 순전히 운으로 얻어졌다고 간주해 불안해하는 심리다. 명문대학교 학생들과 대기업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연한 적이 있는데, 예상외로 개인 성과나 공(功)이 타인에게서 왔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자신감 갖고 주도적으로 성취감을 가져라."

Q. 개발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학습, 소통 능력이다. 학습이라고 해서 두꺼운 책 사서 공부하라는 게 아니다. A라는 기술로 B 솔루션을 만들어낼지, 아니면 특정 이용자에게 C라는 결과를 가져다줄지 등에 대해 골몰하라. 어떤 기술을 인지하고 있는지 여부보다, 호기심을 갖고 학습하는 습관을 갖길 바란다.

네트워킹에도 무게를 둬야 한다. 선배, 후배, 그리고 동료들로부터 배울 건 배우고, 버릴 건 버려라. 진정성 있는 목소리들, 분주한 행동들이 나중엔 자산이 될 것이다. 예비 창업가들에게도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혼자선 어렵다. 의지할 수 있는 동반자가 있어야 한다. 또 있다. 틈틈이 독서하고, 글도 많이 써보길 바란다."

Q. ‘대 이직(移職) 시대’를 어떻게 보고 있나.

"평생 한 직장을 다니던 과거엔, ‘커리어 래더(ladder)’란 말이 있었다. 사다리 타듯 한 방향으로 올라간다는 뜻인데, 결국 (직급을 올리기 위해) 조바심이 생기거나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요즘 실리콘밸리에선 커리어를 ‘정글짐’이라고 부른다. 옆으로도 가고, 밑에 빠지고 위아래 종잡을 수 없는 구조란 얘기다.

이직이 상처로 남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여러 시도를 해보는 건 새로운 기회의 시작점일 수 있다. 규모 있는 회사에서 스타트업으로 가거나, 반대로 스타트업에서 두각을 나타내 큰 기업으로 가는 경우 등 다양한 사례가 있겠다."

Q. 목표 실현을 위해 스타트업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대개 대기업에서 신생 기업으로 이직할 때 급여가 깎인 데 대해 '연봉을 버린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돈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을 장착할 수 있다. 회사가 크건 작건 본인이 성장할 수 있는 곳인지 따져봐야 한다. 성장 가능성이 없는 회사는, 보통 정치적으로 변한다. 숱하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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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개발자 수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까.

"어려운 질문이다. 확실한 건 줄진 않을 것으로 본다. 기술 고도화에 따라 개발 방향과 형태는 지금 모습과는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IT 분야가 더 많은 산업군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점, 또 개발자 대체 수단이 없다는 점 등을 미뤄볼 때 당분간 이런 형세가 계속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