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회장 2주기, 'KH 유산' 재조명...예술품·소아암 환자 지원

미술품 2만3천점 기증…'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 발족

디지털경제입력 :2022/10/25 13:58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서거한지 오늘 2주기가 됐다. 고인이 남긴 'KH(이건희) 유산'은 의료계와 미술계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고 이건희 회장 유족들은 천문학적 규모의 사회환원을 통해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했다고 평가받는다.

유족들은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 故 이 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미술품 2만 3천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고 ▲감염병 극복 지원 ▲소아암 희귀질환 지원 등 의료공헌에도 1조원을 기부하는 3대 기증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사진=삼성전자)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유족들은 유산의 약 60%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사회환원을 실천한 것이다.

이들이 부담해야 할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역대 최고 수준이나, 유족들은 "세금 납부는 국민의 당연한 의무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밝혀 주목받았다.

■ 이건희 컬렉션 '문화·예술품' 2만3천점 기증

유족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을 강조했던 고 이건희 회장의 철학에 따라 국립기관 등에 미술품 2만3천여점을 작년 4월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작년 7월에 진행된 특별전은 지금까지 매회 매진을 기록하며 "이건희 컬렉션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다. 지금까지 72만명의 관람객이 유족들이 기증한 국보급 문화재와 세계적 미술작품을 감상한 것으로 집계된다.

홍라희 전 리움 관장은 작년 7월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을 관람하면서 "소중한 문화유산을 국민들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는 고인의 뜻이 실현돼 기쁘다"며 "많은 국민들이 작품들을 보시면서 코로나로 힘들고 답답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 컬렉션' 전시 모습.(사진=국립현대미술관)

미술계에서는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방대한 작품들을 국가에 기증한 유족들의 결정이 '국민 문화 향유권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미술'이란 단어가 전국화, 보편화됐다는 점에서, 미술계에선 기증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파급효과가 컸다"며 "지금 한국 문화는 단군 이래 '최절정기'에 있다"고 말했다.

황희 전 문체부 장관은 "이건희 컬렉션이 불러일으킨 문화유산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기증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잘 유지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방 미술관의 이건희 회장 컬렉션도 대중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미술관 ▲박수근미술관 ▲이중섭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등에도 이건희 회장 컬렉션을 감상하려는 관람객들이 몰리고 있다.

■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 발족…본격적인 사업 개시

서울대병원은 작년 8월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을 발족했다. 사업단은 공모를 통해 소아암 21건, 희귀질환 12건, 공통연구 21건 등 총 54개의 추진 과제를 선정하고 원활하게 수행 중에 있다. 전국의 환아들이 골고루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공모 방식으로 사업과제를 발굴해 전국 어린이병원의 참여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이건희 회장 유족들이 서울대어린이병원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사업단'에 2021년 4월 기부했다. (사진=서울대학병원)

올해 말부터는 환아 검사와 치료 지원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은 지난 9월부터 전국 9개 주요 병원과 함께 급성림프모구백혈병을 앓고 있는 전국의 소아 환자들을 위해 검사비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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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 책임자인 홍경택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의미 있는 기부금으로 전국 소아청소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아들에게 중요한 검사를 무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한편, 고 이건희 회장은 2020년 10월 25일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 회장은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26년 넘게 그룹을 이끌며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