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길 간다던 권영수 LG엔솔號 1년...'외연확장'

취임후 임직원 소통, 정공법 택해 얽힌 실타래 풀어내...IRA·공급망 다변화는 숙제

디지털경제입력 :2022/10/30 11:30    수정: 2022/11/02 17:02

"주눅들 필요 없다.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

내달 1일 권영수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에 취임한 지 1년을 맞는다. 취임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널럴모터스(GM) 배터리 화재로 인한 경영악화, SK와의 지난한 소송 분쟁 등 기업 안팎으로 수많은 구설에 시달리던 터였다. 권 부회장 역시 이를 염두한 듯 "동이 트기 전에 가장 어둡다고 하듯 길게 보면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직원들을 독려했다. 전쟁터와 같은 배터리 시장에서 수장으로서 장수들의 힘을 북돋아준 것이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권 부회장이 LG에너지솔루션 사령탑으로 낙점된 배경엔 지난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으로 근무한 전적이 주효했다. 권 부회장은 아우디, 다임러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LG화학의 전지 부문 체급을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약 7년 만에 전지로 복귀한 권 부회장. 그의 취임 1년 동안 LG에너지솔루션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 취임 직후 GM 배터리 화재 진화에 총력…歐·美 벗어나 외연 확장

권 부회장이 취임 직후 직면한 문제는 GM의 전기차 화재로 인한 경영 악화였다. 특히 LG화학과의 분사 후 배터리 화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기업공개(IPO) 역시 요원한 상황이었다. 끊이지 않는 배터리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권 부회장은 정공법을 택했다.

그는 GM 전기차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모듈을 전면 쇄신하고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배터리 셀 및 모듈 라인의 공정 개선을 추진하고 동시에 원통형 배터리 개발에 총력을 쏟았다. 이의 일환으로 LG엔솔은 앞서 지난 6월 오창 2공장에 5천800억원을 투자해 총 9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신규 폼팩터(4680) 설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 상반기 배터리 기술개발(R&D)에 3천784억원을 투입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GM 사옥 전경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보면 37.9% 이상 확대된 수치다. 에너지 용량과 출력을 크게 늘린 원통형 배터리로 승부수를 뛰운 것이다. 이 과정에서 GM과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와의 추가 공장 증설도 순풍을 탔다. 권 부회장 취임 이전 얼티엄셀즈는 미주내 1·2 공장 건립까지 합의를 마쳤다. 권 부회장은 GM과의 물밑 교섭으로 얼티엄셀즈의 3공장 증설 합의도 단박에 이끌어내게 된다.

한편 권 부회장은 미국과 유럽 중심의 완성차 업계 동맹에서 벗어나 일본 완성차 업계와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경영의 묘도 발휘했다. 앞서 지난 8월 일본의 혼다와 총 5조1천억원(44억 달러)을 투자해 미국에 40GWh 규모 배터리 공장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낭보는 또 전해졌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도요타와 미국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는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잇따라 날아들었다.

당초 LG에너지솔루션은 GM, 스텔란티스와 배터리 합작 공장을 추진 중이었다. SK온, 삼성SDI 역시 각각 포드와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는 등 K-배터리 업계는 유럽 혹은 미주에 국한돼 외연을 넓혀야 하다는 지적도 나오던 터였다. LG에너지솔루션이 파나소닉이라는 강력한 경쟁자를 제치고 일본 완성차 업계를 포섭할 수 있던 배경엔 권 부회장의 분투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1·2분기 저조했지만 3분기 실적 반등…올해 22조 매출 목표 상향  

지난해 11월 권 부회장 취임 당시 LG에너지솔루션의 주주와 이해관계자의 요구는 명확했다. 악화된 실적을 개선하라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매출액 4조4천394억원, 영업이익 757억원을 각각 기록하며 3년만에 흑자전환 했다.

그러나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2분기 부진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올 초 발발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분쟁에 따른 부품 수급난,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 원재료 가격 상승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 것이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4.1% 감소한 2천589억원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 5각 생산체제

2분기 역시 영업이익 1천956억원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에 비해 24.4% 하회했다.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판가에 연동한 3분기는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 26일 3분기 실적 발표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매출 7조6천482억원, 영업이익 5천219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4조274억원) 대비 89.9%, 전분기(5조706억원) 대비 50.8% 증가하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권 부회장은 올해 총 매출 목표를 19조원에서 22조원으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이번 3분기 실적 발표에서 25조원으로 또 다시 매출 목표를 올려잡았다. 권 부회장이 공언한 매출 목표를 달성을 위해서는 4분기 실적 역시 호조세를 기록해야 한다. 미국 금융당국의 강달러 기조로 인한 환율차익, 원자재 가격 상승분 판가 반영 등 4분기 역시 긍정적 분위기기가 예상된다. 다만 올 하반기부터 가동을 시작한 얼티엄셀즈 제1공장의 수율 안정화가 관건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 벌어지는 CATL과의 격차…IRA 공급망 다변화는 숙제

CATL 등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도 권 부회장의 숙제다. 

권 부회장은 지난 1월 IPO 기자간담회 당시 “LG에너지솔루션 수주잔고(260조원)가 중국 CATL 수주잔고보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2만2천800여 개의 특허 개수, 유럽·미국 등 다양한 글로벌 생산기지 등을 바탕으로 미래를 내다볼 때 CATL의 시장 점유율을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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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CATL과의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1월~8월 연간 누적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에서 39.4GWh를 기록하며 CATL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LG에너지솔루션은 CATL과 약 13GWh 차이를 보였지만 올해 72GWh 수준으로 차이는 큰 폭으로 벌어졌다. 점유율 역시 점유율은 지난해 8월 18.1%에서 올해 8월 11%로 떨어졌다.

CATL 본사 전경

CATL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미주 시장 공략이 필수적이다. 이와 맞닿아 있는 것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이다. 중국 시장에 국한된 배터리 원자재 소재를 다변화하는 것이 권 부회장의 급선무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광물업체와 협약을 맺고 황산코발트·수산화리튬 등을 공급받기로 했다. 또 호주 시라(Syrah)사와 천연 흑연 공급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2025년부터 양산하는 천연흑연 2천톤(t) 공급을 시작으로 양산협력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