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처리·당근마켓·못난이 농산품…'짠테크' 전성시대

생활입력 :2022/10/13 13:41    수정: 2022/10/13 13:41

온라인이슈팀

"단 하루 못난이 햇밤고구마 파격가에 팝니다."

13일 오전 한 오픈마켓에 게재된 글이다. 게시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져 순식간에 판매가 마감됐다.

이날 못난이 햇밤고구마는 10㎏에 9000원대에 팔렸다. 시중가보다 절반가량 저렴한 수준이다. 판매자는 상처난 고구마를 판매하고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 전략'이 성공했다.

고물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중고거래부터 정상가보다 저렴한 땡처리·못난이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11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모델들이 울퉁불퉁 '못난이 농산물'을 선보이고 있는 모습. 2022.10.11/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리서치 전문 기업 미디어리얼리서치코리아가 이달 1일부터 5일까지 대한민국 성인남녀 3465명을 대상으로 '못난이 상품 구매 경험 및 소비 의향'에 대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최근 6개월 내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65.9%였다.

고물가로 인한 '짠테크' 열풍이 못난이 농산품 판매 호황의 배경으로 꼽힌다. 고물가 사태가 못난이 농산물 구매수요 증가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묻는 질문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55.5%로 가장 높았다.

못난이 농작물 수요가 커지자 온오프라인 채널에서도 앞다퉈 못난이 농작물을 선보이고 있다. 농협유통은 이달 16일까지 맛과 영양소는 그대로면서 가격은 최대 60% 저렴한 '살 맛 나는 못난이 농산물 모음전' 행사를 진행한다.

대형마트만이 아니다. 재배 과정에서 흠집이 생기거나 색깔이 고르지 못한 농산물을 판매하는 11번가 가성비 브랜드 '어글리러블리' 역시 순항 중이다. 일반 상품 대비 가격이 약 20~30% 저렴해 고객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일~25일 거래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7배 이상 급증했다. 또 지난달 두 차례 진행한 라방의 시청 뷰수만 누적 67만회에 달한다. 식료품만이 아니다. 같은 기간 중소제조사와 협력하는 11번가 단독 브랜드 '올스탠다드' 거래액 역시 226% 늘었다.

아울러 가성비 생필품이나 리퍼브 가전제품에도 지갑이 열리고 있다. 미세한 흠집이 있거나 전시 상품이지만 새 제품과 큰 차이가 없으면서도 가격을 훨씬 저렴해서다.

리퍼브 상품을 전문적으로 할인 판매하는 곳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리퍼브 전문업체 올랜드아울렛이 주관하고 중소벤처기업부가 후원하는 리퍼브 박람회 '함께라는 세상만들기'도 10월 한달간 열린다. 리퍼브 가전·가구·생활용품 등을 최대 70% 저렴하게 판매한다.

짠테크 열풍의 일환으로 식료품이나 생필품 외에도 난방가전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달부터 전기 약 5%, 도시가스 요금이 약 16% 인상 소식이 전해지며 전기·가스 요금을 아낄 수 있는 난방 가전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이다.

온수매트·전기요 등을 포함한 마켓컬리의 방한용품의 6일간(10월6일~11일) 매출은 83% 증가했다. 가스 요금 대폭 인상으로 비교적 전기를 사용하는 방한용품이 난방비가 덜 나올 것이란 판단에서다.

짠테크 소비 트렌드에 중고 거래 플랫폼도 급성장하고 있다. 경기 불황이 지속되는 것은 물론 친환경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필요 없는 상품을 저렴한 값에 내놓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에서 올해 9월까지 이뤄진 나눔은 786만 798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 91만건, 2020년 387만건, 작년 689만건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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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플렉스 문화'가 성행하던 것과 달리 최근 무지출 트렌드와 짠테크가 부상했다"며 "고환율, 고금리 여파로 물가가 빠르게 치솟으면서 소비 패턴이 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1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