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그 "블록체인 대중화, 프라이빗 메인넷이 해답"

[인터뷰] 손인식 대표·니콜라이 파쿨린 CTO

컴퓨팅입력 :2022/10/12 09:28    수정: 2022/10/12 10:28

"대부분의 퍼블릭 메인넷은 소스코드를 오픈하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기업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쓴다. 쉽지 않다. 개별 기업들이 오픈된 소스코드를 분석해야 하고, 툴을 이용하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하는데 대부분 잘 알지 못한다. 어렵게 디앱을 개발하더라도, 흥행에 실패한다. 결과적으로 알트코인만 늘어난 채 끝이 난다."

손인식 헤세그 대표는 프라이빗 메인넷 '닉토넷'을 개발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웹3 시장에 뛰어들고자 하는 기업들이 각각 유망해보이는 메인넷을 택하지만, 대다수가 이런 이유 때문에 제대로 서비스를 해보지도 못한 채 사업 의지를 잃어버리게 된다는 분석이다.

아직 기술이 생소하고, 전문 인력도 흔치 않은 블록체인의 특성을 고려하면 '커스터마이징'을 지원하는 메인넷을 채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수요를 지원하고자, 기존 메인넷보다 트랜잭션 처리, 보안 측면에서 성능을 개선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헤세그의 손인식 대표(왼쪽), 니콜라이 파쿨린 CTO

Q. 메인넷을 개발하게 된 배경은?

손인식 : "이더리움이 한창 주목을 받았을 때, 비싼 가스비, 느린 트랜잭션 처리 속도 같은 한계점도 같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생태계 확장에 장애물이 되는 요인이다. 이더리움 기반 디앱, 디파이를 만들겠다는 기업들이 상용화까지 이르지 못했고, 코인 장사만 하고 끝났다. 이런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레이어1 3세대 플랫폼들이 개발되기 시작한 게 이 즈음이다. 저희도 2019년 메인넷 개발을 시작했다. 당시 니콜라이 CTO가 다른 회사에서 메인넷 개발을 하는 중이었다. 만나서 블록체인 시장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고, 프라이빗 메인넷을 3년이 걸려 개발했다."

Q. 프라이빗 메인넷이 더 경쟁력 있다고 본 이유는?

손인식 : "프라이빗 메인넷은 기업 요구에 따라 커스터마이징을 거친 뒤 메인넷을 제공하게 된다. 퍼블릭 메인넷도 커스터마이징 도구는 제공하지만, 기업들이 이를 활용하기 어려워 한다. 반면 프라이빗 메인넷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생태계를 운영할 수 있고, 퍼블릭 메인넷처럼 메인넷 개발사가 지정한 지침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거버넌스도 별도로 운영 가능하다."

Q. 타 메인넷보다 트랜잭션 처리 속도를 높였다고 했다.

니콜라이 : "실생활에 쓰이는 블록체인을 만들고자 했다. 이더리움을 봤을 때,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하기엔 너무 느린 트랜잭션 처리 속도를 보였다. 신용카드는 글로벌 결제라 하더라도 1초 이하로 처리되는데, 이더리움은 건당 처리 시간이 분 단위였다. 국내에서 이뤄지는 트랜잭션만이라도 1초 미만으로 처리되게 하고, 글로벌 기준으로는 2~3초 미만을 목표치로 잡았다.

다른 퍼블릭 블록체인 다수가 사용하는 합의 알고리즘 중 지분증명(PoS)은 시간을 두고 기다려야 블록이 생성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태생적으로 시간이 좀 걸릴 수밖에 없다. 헤세그는 MIT가 발표한 합의 알고리즘인 '프랙티컬 비잔틴 장애 허용(PBFT)'을 활용했다. PBFT는 가장 수학적으로 합리적이고 표준화된 합의 알고리즘으로 평가된다. 코스모스, 폴카닷, 아발란체 등의 블록체인이 이를 채택하고 있다.

헤세그는 이 PBFT를 개량한 'PBFT+'를 개발해 닉토넷에 도입했다. 트랜잭션이 처리되려면 수십 개 또는 백 개 이상의 노드들이 소통을 거쳐 합의해야 하는데 네트워크의 성능에 따라 그 속도가 좌우된다. PBFT+는 그 네트워크 레이어를 보다 최적화했다. 병렬 형태로 구성돼 있는 명령 처리 방식에서 최대한 직렬 구조를 도입하는 식이다."

손인식 : "솔라나의 경우 트랜잭션 처리 속도 목표치를 3초 미만으로 밝히고 있다. 글로벌 노드 기준 가장 빠른 노드가 3.7초대이고, 평균 20초대다. 아발란체는 가장 빠른 게 7~8초다. 닉토넷은 2초 미만이다."

Q. 보안 측면에서 개선된 부분은?

손인식 : "기본적으로 블록체인은 아무도 믿지 못한다는 기조다. 여러 노드가 합의하는 과정에서 해킹된 노드가 왜곡된 메시지를 보내면, 해당 노드를 네트워크에서 제외시키고, 네트워크는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PoW는 구조 상 어떤 노드가 맞고 틀렸는지 구분하지 못한다. PBFT는 구분이 가능하지만, 잘못된 메시지를 보낸 노드를 네트워크에서 배제할 뿐, 해당 노드에 대한 제재는 없다. PBFT+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노드를 영구적으로 퇴출하게 된다. 리포트 기능을 활용해 왜곡된 메시지가 최초로 발생한 노드를 찾아낸다. 프라이빗 메인넷의 특성상 문제가 된 노드를 찾아내 즉각 배제할 수 있다. 생태계 고안자가 막강한 파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제재가 가능하다."

니콜라이 : "PoW는 노드 메시지 중 상반된 내용을 찾아내면, 그걸 곧 해킹으로 판단하는 방식이다. 프라이빗 메인넷은 어드민 툴이 존재하고, 자체 거버넌스가 있으니 해킹된 노드를 파악하면 지갑을 롤백하거나 해당 노드를 제외 처리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손인식 : "거버넌스에 대한 건데, 대부분의 메인넷 대부분이 스테이킹을 기초로 거버넌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게 민주적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상 독재 형식으로 운영된다. 재단이 토큰을 가장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재단의 토큰 보유량이 과반이 아니고 10% 가량에 그칠지라도, 안건 투표를 하면 100% 물량이 모이지 않기 때문에 재단 주도로 의사결정이 이뤄진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면 재단이 책임도 지지 않는다. 테라-루나 사태만 봐도 알지 않나. 반면 프라이빗 메인넷의 거버넌스는 책임 소재가 명확하다. 탈중앙화를 추구해야지, 탈책임화가 돼선 안 된다."

Q. 닉토넷 공급 논의를 진행 중인 기업이 있나.

손인식 : "메타버스 기업인 넥스터와 공급 계약을 마쳤다. 최근엔 국내 IT 기업과 차세대 메인넷 개발, 탄소 배출권 사업 관련 제안을 받기도 했다. 한 미국 기업과 디파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계약도 맺었다. 공공 영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와 거주민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토큰을 개발하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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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투자 유치 계획은?

손인식 : 실리콘밸리에서는 메인넷 개발사들이 투자를 많이 받지만, 우리나라에선 메인넷 개발사들이 투자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 메인넷에 대한 가치 평가가 어려워서 그렇다. 싱가폴에서 투자 유치를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