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물가 안정과 미국과 내외금리 차를 줄이기 위해 기준금리를 0.50%p(50bp) 올리는 '빅스텝'을 사상 처음으로 두 번 단행했다. 이번 인상 결정으로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3.0%로 2012년 9월 이후 10년 1개월 만에 3%대가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 긴축 기조를 우리나라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금리 인상에 대한 전문가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첫 '더블 빅스텝'…10개월 만에 175bp 금리 올라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종전보다 0.50%p 올리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 금통위에서 첫 빅스텝을 단행한 이후 3개월 만에 다시 빅스텝을 밟은 것이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올해 1월 연 1.25%였던 기준금리는 연 3.00%로 오르며 10개월 만에 175bp 인상된 것이다.
이날 이창용 총재는 "미국 연준의 금리가 상당폭 높아지고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인해 물가 추가 상승 압력과 외환 부문의 리스크가 증대되고 있는 만큼 정책 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빅스텝 이유를 설명했다.
9월 소비자물가는 5.6%로 전월(5.7%) 대비 0.1%p 줄어들었으나 전년 동기 대비 0.3% 증가했다. 근원 인플레이션율은 4.1%,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4.2%다. 이 총재는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환율 상승의 영향 등이 추가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상당 기간 5~6%대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국내 경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이 예상돼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정책 여건 불확실성이 크고 금통위원 간 다행한 견해가 있어 미 연준 11월 FOMC 회의와 에너지 움직임 등 대외여건 변화 등을 점검해 인상 폭과 그 이후의 인상 경로를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빅스텝은 금통위원 중 신성환 위원과 주상용 위원은 25bp 인상을 주장했다.
"외환·자본 시장 안정화에 인상 필요…75bp 올려야"
시장에선 이번 금통위서 빅스텝을 예측해왔다.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세 차례 밟으면서, 내외금리 차가 0.75%p까지 벌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남은 미국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두 차례인데 이 때도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하면 우리나라와 기준금리 차가 더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상명대학교 서지용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높은 데다가 미국이 75bp 인상을 단행하면서 빅스텝 결정을 한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국이 남은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정책금리 상단이 4%를 넘어가 우리나라와 금리 격차가 1%p 이상 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서 교수는 "무역과 자본수지를 보면 원화 강세 요인이 없고 국채 10년물과 코스피 지수 간 상관 관계가 마이너스라는 점에서 원화 약세와 주가 하락은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라면서 "기준금리를 빨리 올리는게 답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연세대학교 양준모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안정과 자본 시장 안정을 위해선 75bp 인상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금리 공격적 인상 경기 둔화 우려 있어"
그렇지만 공격적인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서강대학교 김영익 경제대학원 교수는 "물가는 낮아질 것이고 수출은 10월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관측된다"며 "소비와 투자가 줄고 있는 상황서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할 경우 실물 경제 침체가 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금리를 올리면 6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와 투자에 영향을 준다"며 "경기가 나빠지고 있는 징후가 나타나는데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 침체가 올 수 있다"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미국과 한국 간 금리 차로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미국이 우리나라 채권을 많이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며 "유럽과 아시아계 자금이 우리나라 채권의 80%를 갖고 있는데 자본 유출의 문제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밖에 일각에서는 금리로 인상으로 대출 빚 부담이 늘고, 처분 가능 소득이 줄어 소비가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이 가팔라지고 있는 만큼, 금융시장에 줄 충격도 클 것"이라며 "충격에 대비해 안전벨트를 단단히 맬 필요가 있을거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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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제로금리 수준이었던 2020년 3월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출 금리는 연 2.91%였지만 올해 8월 대출 금리는 연 4.52%로 1.61%p 올랐다.
이 때문에 금리만으로 물가상승률을 억제하는 것에 대한 반대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지용 교수는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금융위원회나 기획재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정책 대안을 내놔야 한다"며 "통화정책의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 주요국에서 유동성을 줄이는 정책도 함께 하는 이유"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