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의료 정착 위해서는 더 많은 인간적인 요소 도입과 디지털 격차 해소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딜로이트 그룹은 딜로이트 헬스 솔루션센터(Deloitte Center for Health Solutions)가 미국에서 660명의 의사와 4천545명의 의료서비스 이용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두 가지 서베이를 분석‧발표한 ‘의료와 디지털 기술의 융합, 가상 의료(Virtual Health)의 잠재력과 현주소’ 보고서 국문본을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의료는 의료 서비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고 환자들에게 개선된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며, 가상의료 서비스와 이와 관련된 디지털 의료기기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가상의료(Virtual Health)는 디지털 기술이 융합된 종합 의료서비스로 기존 의료 서비스가 환자의 치료에만 초점을 맞춘 대응적‧사후적 관리에 국한된 것이라면, 가상의료는 의료와 디지털기술의 융합으로 장소 제약 없이 실현되는 원격진료와 치료 그리고 의료인들의 교육과 수련 지원을 포함한다. 또 개개인의 지속적인 질병 예방과 건강관리 그리고 환자들의 특성과 생애 주기에 따라 조정된 맞춤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상의료 서비스 수혜자는 병‧의원을 직접 방문하지 않더라도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적절한 진료와 처방 그리고 수술 일정과 필요성 등과 같은 치료 계획을 알 수 있으며, 필요시 모니터링 서비스(약물 효과, 수면시 심장 상태 등)를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의료진 입장에서는 가상의료 솔루션 활용으로 타 전공의들과의 협진과 의료기술 습득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번 딜로이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상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환자들의 97%가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 경험에 만족한다고 응답했고, 이들 중 73%는 서비스 접근성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가상의료를 도입하는 의료진은 개인마다 현저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특히 일부 의사들은 임상 환경에서 가상의료 솔루션 활용에 따른 진료 효과에 대해 확신을 갖지 않으며, 진료에 있어 환자와의 정서적 교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딜로이트 헬스솔루션센터는 본 보고서를 통해 가상의료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와 의사들의 가상의료 도입 수준 간 차이를 줄이기 위해 의료기관이 개선해야할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 가상진료 이용자 27% “의료진과 소통이 적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가상진료 경험에 만족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다시 가상진료를 받을 가능성도 낮았다. 가상진료 경험자 중 30%가 “대면으로 만나는 주치의만큼 진료의 질이 좋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응답했고, 27%는 가상진료를 다시는 받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의료진과의 소통이 적었다”는 점을 들었다.
조사에 참여한 의료진도 가상진료가 대면진료에 비해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하다는 것에 동의하며, 37%가 대면진료의 가장 큰 장점으로 의사소통의 용이성을 선택했다. 또 의사들은 대면으로 진료할 때 진료 동선과 운영(26%), 임상진단(26%) 측면에서도 가상진료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응답했다.
반면 비임상적인 부분에서는 가상진료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반응이 더 많았다. 의사들의 22%가 가상진료에서 비임상적 혜택이 있다고 응답한 반면, 임상 부문에서 대면 방식을 선호한 의사는 1% 미만에 머물렀다.
이에 보고서는 가상 진료가 정착하기 위해서 더 많은 인간적인 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의료기관이 의사가 가상진료 시 필요한 기술적, 임상적,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습득할 수 있도록 폭넓은 교육과 훈련을 제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워크플로우 설계 시 의료진과 환자를 비롯한 모든 원내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가상진료 편의성과 활용성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원격 영상진료 비율 68%까지 크게 증가…환자 상태보고 등 가상진료 도입 비율은 침체
의사 대상 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기간 동안 헤드셋, 화상캠, 화상 커뮤니케이션 툴 등을 사용한 원격 영상진료 사례는 급증했으나, 그 외 앱을 통한 환자 상태 보고, 환자 원격 모니터링 등 다른 유형의 가상진료 방식 도입 비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 영상진료를 활용하는 의사 비율은 2018년 14%에서 2020년에는 19%로 소폭 늘었으나 2022년에는 무려 68%까지 증가했다. 그 외 의사 간 비대면 협진 유형도 2020년 22%에서 23%로 소폭 증가했으나, 이 두 가지 유형을 제외하면 2022년 의사들의 도입율이 증가한 가상진료 유형은 없었다.
딜로이트는 모든 종류의 가상의료 방식이 일관적으로 도입되기 위해 의료기관이 수행해야 하는 과제로 단기적으로 투자수익(ROI)를 기대할 수 있는 진료과와 사례를 파악하고, 가상의료 구축 시에 진료관리 프로그램 설계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 가상 의료, 디지털 격차 해소도 당면 과제
가상 의료에서의 디지털 격차 해소도 당면 과제 중 하나로 등장했다. 안정적인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 중에서는 약 절반에 달하는 46%가량이 지난 12개월 동안 가상 진료를 받은 반면, 부실하고 불안정한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 중에서는 31%가 가상 진료를 받았다.
디지털 격차는 소득과 연관성이 높았다. 미국에서 연간 소득이 미화 10만 불 이상인 가구 중 68%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었지만, 미화 5만 불 미만의 가구는 46%로 소득이 낮을수록 안정적인 인터넷에 접근하는 비율도 더 낮아졌다.
디지털 격차를 좁히기 위해 의료기관들은 지역 정부, 공공시설 제공업체, 쇼핑센터, 학교, 쉼터, 도서관, 약국 등 지역 사회 내 사업체와 협력해 무료 와이파이 및 디지털 기기를 제공함으로써 가상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상 의료가 전통적인 의료 제공 방식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진료 방법을 제공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상 의료는 진료 품질과 연속성을 개선하고 불편함을 줄이며 건강 형평성을 해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의사 대상 교육 및 지원 ▲기존 의료 모델 재고 ▲모든 환자들이 가상 의료 접근성 보장 ▲의사 및 환자에 대한 이해 및 신중한 접근 ▲가상 의료 프로세스 구현 시 의사 및 환자 의견 중시 ▲모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외부 규제 및 정책 고려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심현보 한국 딜로이트 그룹 헬스케어 산업 리더는 “가상의료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의료기관에 따라 가상의료 서비스 도입에는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가상의료 서비스 도입 전에 이에 대한 원인 파악과 해결책 마련이 더욱 우선시되어야 하는 과제”라며 “의료진과 의료서비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본 서베이 결과가 의료기관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전략과 방향성에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