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체와 빛을 이용해 인간 뇌를 모방한 뉴로모픽 컴퓨팅을 효율적으로 구현하는 기술이 나왔다.
미국 표준기술연구원(NIST)은 단일 광자 감지기와 초전도성 부품을 가진 회로를 결합, 빛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고효율 뇌 모사 장치를 개발했다.
이 연구 결과는 6일(현지시간) 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Nature Electronics)'에 실렸다.
사람의 뇌는 신경망의 뉴런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의미 있는 '스파이크' 신호만 전달하고, 이들 신호의 강도와 빈도에 따라 신경 사이 연결이 강화되거나 약화되며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뇌의 이같은 작용을 모방한 뉴로모픽 칩이 나오고 있지만, 기존 전자 부품을 쓰다 보니 병목이 생겨 신호를 빠르고 정교하게 전달하는데 한계가 있다.
NIST 연구진은 전류 대신 빛을 이용해 신호를 주고받는 기술에 주목했다. 이들은 2018년 각 인공 뉴런에 초소형 광원과 이를 감지하는 감지기를 달아 빛으로 신호를 전달하는 인공신경망을 개발한 바 있다.
연구진은 앞선 성과를 바탕으로 이번에 초전도성을 갖는 부품을 결합, 회로의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렸다. 이들이 구성한 회로에는 마치 샌드위치처럼 초전도 물질 사이에 얇은 절연체를 끼워 넣은 '조셉슨 접합' 부품이 쓰인다. 조셉슨 접합이란 초전도체 사이에 얇은 부도체를 끼워넣어도 두 초전도체 사이에 전류가 흐르는 특이한 현상을 말한다.
조셉슨 접합을 통과하는 전류가 어떤 기준점을 넣으면 '플럭손(fluxon)'이라는 작은 전압 펄스가 발생한다. 감지기가 광자를 감지하면 조셉슨 접합에 힘을 가하게 되고, 초전도 회로에 전류의 형태로 쌓인다. 외부에서 전압을 가해 회로를 도는 전류의 총량을 조정할 수도 있다. 이는 시냅스에 가중치를 주어 신호의 중요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이같은 방법으로 연구진은 생물의 시냅스와 비슷하게 작동하는 회로를 구성했다. 저장된 전류는 뉴런이 최근 스파이크 신호를 얼마나 많이 생성했는지를 기록하는 단기 메모리 역할을 한다. 이 메모리의 유지 기간은 초전도 회로에서 전기 신호가 사라지는데 걸리는 시간에 따라 결정된다. 이 시간은 나노초에서 밀리초 단위로 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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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빠른 시간에 실시간 대응해야 하는 산업용 시스템에서 긴급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는 엔터테인먼트 위주 채팅 등 다양한 용도에 맞춰 활용할 수 있다. 또 조셉슨 접합 부분에 대한 신호를 조절, 가중치를 다르게 줄 수 있기 때문에 신경망을 목적에 따라 프로그래밍할 수 있게끔 만들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기대했다.
연구진은 향후 이 기능을 보다 큰 단위의 소자와 결합해 규모를 키우는 후속 연구를 진행, 초전도체 광전자 네트워크를 구현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