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에 가전 수요가 부진하자 국내 기업도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가전 기업들은 기존 수출 수준을 유지하는 것도 버거워하는 분위기다. 원·달러 환율이 연일 치솟자 증가하는 비용 부담에도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무역 수지가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관세청은 최근 가전제품 수출액도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9월 1일부터 20일까지 가전제품 수출액은 3억 9천만 달러(약 5천 62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5% 감소했다.
관세청은 추석 명절에 조업 일수가 줄어든 탓이라고 설명했지만, 가전제품 수출액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감율은 상반기에 30~60%대 증가를 보이다가 하반기에 감소세가 뚜렷해졌다. 지난 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증감율이 105.4%로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지난 6월 증감율은 2.0%로 올해 들어 처음 한 자릿수를 보이더니, 7월에는 -2.0%로 돌아섰다.
경기 악화가 지속하자 가전 기업들의 올해 4분기 전망도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경기전망지수(BSI)'를 보면, IT 가전 기업의 4분기 경기전망치(BSI)는 74에 머물렀다. BSI는 100 이하면 해당 분기 경기 전망이 직전 분기보다 어려운 것을 나타낸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가전 기업의 비용 부담도 증가했다. 비싼 달러를 주고 원재료를 수입해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전날 18.4원 급등해 1,439.9원에 마감한 환율은 여전히 1,430원을 웃돌고 있다.
원재료 구입 비용은 이미 지난 상반기부터 증가세를 보인 터라 하반기에는 '강달러' 압재가 겹친 상황이다. 국내 주요 가전 기업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삼성전자의 상반기 원재료 매입 비용은 58조 5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4.6% 증가했다. LG전자의 원재료 값은 20조 6천 590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8% 늘었다. 특히 생활가전(H&E) 주요 재료인 철강 평균 가격은 20.3% 상승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가전 부문 3분기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 3분기 실적 부진을 예상하며 "하이엔드 위주로 TV를 판매하는 LG전자에게는 선진국(미국, 유럽) 시장이 중요한데,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선진 시장에서 TV 수요가 더 빠르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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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는 "TV 패널 가격 하락에 따른 원가 개선은 강달러 영향으로 상쇄돼 HE(생활가전) 사업부의 부진한 영업이익률(0.5%)은 3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전 기업에서도 수출 둔화가 느껴진다는 반응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가전 기업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전 수요가 늘어났던 때에 비하면 확실히 수출도 어려워졌다"며 "뚜렷한 해외 판로 개척 성공 사례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모든 기업이 그렇듯이 해외 수출 확장을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최근 경기 악화로 기존 수출 수준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해야 할 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