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1440원 돌파…물가·금리 끌어올리는 악순환 시작되나

13년 6개월 만…금리 인상기에 러·우 전쟁도 변수

금융입력 :2022/09/28 15:59    수정: 2022/09/28 16:31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정부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2009년과 다르게 미국이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리고 있는 데다 소비자물가 수준도 높기 때문이다. 달러화 강세가 물가에 영향을 주고, 이를 조절하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악순환이 시작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장중 원·달러 환율은 1442.2원까지 오르며 1440원을 넘어섰다. 종가 기준으로만 따져봤을 때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를 넘어선 것은 2009년 3월 13일 1483.5원 이후 13년 6개월 만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1500원까지 상단을 열어둔 상태다. 심리적 지지선인 1450원, 13년 6개월 전 수준인 1480원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도 지배적이다. 미국 달러화가 영국 파운드화,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 등 주요국 통화 가치 대비 초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전일 영국 국채 금리가 42bp 급등했으며 세계은행도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5%에서 2.8%로 대폭 하향 조정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는 분위기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이 같은 원화 가치 하락에 대해 정부는 과도한 쏠림이나 원화 매도 투기 세력이 있을 경우 대응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원화뿐만 아니라 타국 통화 가치도 끌어올리는 '추세'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환율 수준과 비슷한 2009년과 국제적·국내적 경제 상황이 다르다는 점이다. 일단 한국은행이 낸 달러 기준으로 체결한 수입 물가를 지수화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수입물가지수는 96.39~115.14 수준이다. 기준 시점은 2015년이다. 환율 레벨이 2009년과 비슷한 2022년 수입물가지수는 125.56~138.11이다. 달러 수준이 비슷하다고 가정하더라도 수입물가지수가 크게 오른 것이다. 수입물가는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그래픽=지디넷코리아)

또 2009년 당시와 제로금리를 단행했던 미국 통화정책은 날카로운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으로 가고 있다. 2009년 국내 기준금리도 연 2.0%로 유지됐으나 올해 8월 기준금리는 연 2.25%이며 이마저도 더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가격의 변동성이 높아진 점, 이로 인한 유럽연합(EU)국의 인플레이션도 2009년과 다른 점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미국과 한국 간 금리 격차에 따른 결과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원화 가치 하락이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는 중요한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부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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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5.7% 상승, 한국은행 목표 물가상승률 2%를 크게 웃돈 상황이다. 원화 가치 약세로 인한 수입물가 상승은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소비자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금리 인상은 서민에게 고통을 안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환율 수준과 관련된 만큼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들은 "외환당국의 대처가 늦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문 정권 말기와 윤 정권 초기 원화 가치의 하락세를 관망했다는 목소리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수출입이 중요한 나라인만큼 원화 가치 하락 수준이 경기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며 "과도한 원화 매도를 꾸준히 지켜봐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