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I 익스프레스는 SSD나 그래픽카드 이외에 많은 곳에서 다양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깨닫지 못하지만 스마트폰은 물론 와이파이, 저장장치의 데이터 전송을 위해 쓰이는 기술이죠. 향후 자동차 분야로도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리처드 솔로몬(Richard Solomon) PCI-SIG 부사장은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PCI 익스프레스 기술의 다양한 쓰임새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PCI-SIG는 PCI 익스프레스 규격을 주관하는 업계 표준화 단체로 AMD, ARM, 인텔, 엔비디아, 퀄컴, 델EMC 등 의장사를 포함해 현재 전세계 900여 개의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결성 30주년을 맞은 올해 처음으로 국내에서 개발자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 "업계 요구보다 한 발 앞서는 게 목표"
현재 일반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규격은 그래픽카드, SSD 등에 널리 쓰이는 PCI 익스프레스 4.0이다. PCI 익스프레스 5.0 규격은 지난 해 서버를 시작으로 적용돼 인텔과 AMD가 4분기부터 본격 출시하는 새 프로세서를 기점으로 본격 보급될 전망이다.
반면 PCI-SIG는 3년 간격으로 지속적으로 새 규격을 확정하면서 매번 전송 속도를 2배씩 높이고 있다.
올 초에는 1레인당 8GB/s, 16레인 활용시 최대 128GB/s를 전송하는 PCI 익스프레스 6.0 규격을 확정했고 지난 6월에는 최신 규격인 PCI 익스프레스 7.0 개발에 들어간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리처드 솔로몬 부사장은 "우리 목표는 업계가 원하는 것보다 앞서 더 빠른 전송속도를 제안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PCI 익스프레스 3.0과 4.0 규격 사이 기술적 변화가 많아 예상보다 더 시간이 걸렸던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PCI 익스프레스 5.0 규격에서는 이 간극을 따라 잡았고 6.0/7.0 규격은 예정대로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 "PCI-SIG, 자율주행 등 자동차 산업에도 관심 많아"
리처드 솔로몬 부사장은 "스위스 제네바의 CERN(유럽 입자물리연구소)이 운영하는 LHC(대형 강입자 충돌기)는 원자의 충돌 시간을 0.0001초 단위로 조정하기 위해 PCI 익스프레스 기술을 적용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몇 년 전 PCI-SIG가 미국에서 개최한 활용 사례 컨퍼런스에 스위스 대학원생들이 참여해 이 사례를 발표하자 현장의 모든 엔지니어들이 흥미로워 했다"고 덧붙였다. CERN은 PCI 익스프레스 기술을 여전히 LHC에 활용중이며 2018년과 2021년에도 관련 논문을 공개하기도 했다.
리처드 솔로몬 부사장은 "PCI-SIG는 자동차 산업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에도 자율주행 등 기술 구현을 위해 슈퍼컴퓨터가 탑재되기 때문이다. 센서 역시 넉넉한 대역폭이 필요하며 라이다와 카메라 등 데이터 전송에도 PCI 익스프레스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자동차 내 모든 인터페이스가 PCI 익스프레스를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표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완성차 업체들도 인지하고 있고 이런 움직임도 있다"며 "자동차 회사와 협력을 위해 워킹그룹을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 첫 행사지만 반응 좋아...내년에도 개최 가능성 높아"
올해 결성 30주년을 맞은 PCI-SIG가 서울에서 개발자 컨퍼런스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리처드 솔로몬 부사장은 "아시아는 전자 업계와 설계 업체들이 많은 곳이며 매년 일본 도쿄와 대만 타이페이에서 행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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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러나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지침 등 문제로 타이페이 대신 다른 후보지를 찾다가 한국을 선택했다. 오늘 시연 부스나 컨퍼런스 참석자 규모를 볼때 엔지니어 참여도도 높았다"고 설명했다.
리처드 솔로몬 부사장은 "컨퍼런스 개최지는 매년 회원사 요청에 따라 결정된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참석율이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내년에는 도쿄와 타이페이 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다시 컨퍼런스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