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가뭄도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하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모래에 물을 저장해 두었다 가뭄에 식수로 쓸 수 있게 하는 샌드댐이 국내에 처음 설치됐다. 물이 부족해 가뭄 때 곤란을 겪는 산간 지역 주민의 걱정을 덜어줄 전망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김병석)은 가뭄 때에도 물 공급 소외 지역에 물이 끊기지 않도록 공급할 수 있는 모래저장형댐(샌드댐, Sand Dam)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우리나라의 상수도 보급률은 97.5%에 이르지만, 미보급 지역과 전국 5천 920개 소규모 수도시설 활용 지역은 여전히 가뭄 때 식수 공급이 불안한 지역으로 남아 있다.
주로 산간 계곡 인근에 있는 이런 지역 주민들은 소규모 취수원에 의존하기 때문에 가뭄이 심하면 급수차가 동원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2016년 춘천시 계곡물 결빙과 수원 고갈 때문에 춘천시 물로리 등 9개 마을에 소방서와 춘천시 급수 차량을 지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건설연은 주로 건조 기후 지역에서 쓰이는 샌드댐 기술로 이 문제 해결에 나섰다. 샌드댐이란 계곡이나 하천 바닥의 물이 통하지 않는 기반암 위에 댐을 설치하고, 이렇게 확보된 공간에 모래를 채워 그 사이에 물을 저장하는 구조물이다. 평소엔 건조하다 드물게 홍수가 발생하는 아프리카 등 건조 지역에서 주로 쓰이며, 우리나라에는 이번이 첫 시공이다.
샌드댐은 모래 안에 물이 저장되므로 증발로 손실되는 양이 적으며, 모래층을 통과하기 때문에 수질이 개선된다. 겨울에는 흙 속에 물이 저장되어 얼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건설연 수자원하천연구본부 정일문 박사 연구팀은 춘천시 북산면 물로리 지역에 국내 최초로 바이패스형(Bypass Type) 샌드댐을 시공했다.
바이패스 방식은 하천 옆 바닥이나 변두리의 자갈, 모래층에 함유되어 있는 물인 복류수를 간접 취수하는 방식이다. 빠르게 흐르는 계곡을 직접 막을 경우 댐이 유실되는 등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계곡 하천 옆 소규모 취수원 하부에 샌드댐을 설치하고, 확보된 공간에 모래를 채운 후 그 아래에 모래층을 통과한 물을 공급하는 배관 시설을 설치했다.
샌드댐 건설로 평상시 공급유량은 평균 일 150톤으로 증가했다. 수질 역시 식수로서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한 가뭄이 오더라도 최소 10일 이상 연속적 물 공급이 가능한 근본적 가뭄 대응책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샌드댐 시설은 올해 말 춘천시에 이관될 예정이다.
김병석 원장은 "개발된 샌드댐의 실증으로 여름과 겨울철 극한 가뭄 및 결빙 시에도 깨끗한 수질의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환경부(한국환경산업기술원) 수요대응형 물 공급서비스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상시가뭄지역의 지하수 최적 공급관리를 위한 IoT 기반 인공함양 well network 기술 개발(단장: 김규범 대전대 교수)'의 2세부 과제인 '다단식 Sand 댐 - 취수원 연계 활용고도화 기술 개발(2018~2022, 팀장: 정일문 박사)'과제를 통해 개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