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왜 하필 지금 앱가격을 기습 인상했을까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소송 직전 가격인상 의구심

데스크 칼럼입력 :2022/09/20 23:38    수정: 2022/09/21 08:4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왜 하필 지금 앱스토어 거래 가격을 올렸을까?

애플이 오는 10월5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부터 앱 거래 가격을 인상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의문이다. 시점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은 때문이다.

앱 거래 가격 인상 조치는 다운로드와 인앱결제에 모두 적용된다. 대상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칠레, 이집트, 말레이시아, 파키스탄, 폴란드, 스웨덴, 베트남 등이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포로투갈, 스페인 등 유로화 사용 국가도 인상 대상이다.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주요 국가 대부분이 영향을 받는 셈이다.

사진=씨넷

■ 구글과 달리 애플은 가격책정표에 맞추도록 강요 

애플의 앱스토어 가격책정 방식은 조금 특이하다. 개발자들에게 전권을 주고 있는 구글과 달리 앱 가격표를 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앱스토어에 앱을 올리는 개발자들은 애플이 정해놓은 가격 티어(tier) 표에 맞춰야 한다. 1티어는 0.99달러다. 티어 하나가 올라갈 때마다 1달러씩 상향된다.

애플은 또 달러화와 개별국가 화폐 환산비율도 직접 정한다. 따라서 미국 이외 국가의 앱스토어 가격은 환율이 아니라 애플 가격표에 따라 결정된다.

이번에 애플이 상향 조정한 것은 바로 이 가격표다. 이번 조치로 한국 앱스토어에서는 1천200원이던 1티어(0.99달러) 가격이 1천500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또 2티어는 3000원(기존 2500원), 3티어는 4400원(기존 3900원), 4티어는 6000원(기존 4900원)으로 인상된다. 

이번 조치로 한국 앱 거래 가격은 20~25% 가량 오르게 된다. 일본은 30~35%, 유로존 국가들에선 8~10%가 인상된다. 만만찮은 인상률이다.

팀 스위니 에픽 CEO와 팀 쿡 애플 CEO

애플은 왜 앱 가격을 올리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짐작은 해볼 수 있다. 최근 달러화 강세로 인한 환율 인상분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개발자들 입장에선 환율 때문에 적잖은 기회비용을 지불했을 터이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자연스러운 조치처럼 보인다. 

그런데 지금 애플은 에픽게임즈와의 앱스토어 소송 항소심을 앞두고 있다. 소송은 21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제9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열린다.

문제는 이번 항소심의 핵심 쟁점이 앱스토어 독점 문제란 점이다.

지난 해 열린 1심 소송에서 애플은 핵심 쟁점 10개 중 9개에서 승리했다. 특히 앱스토어 비즈니스가 독점금지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받아내면서 사실상 에픽에 완승했다.

당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의 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쟁점이 된 앱스토어가 디지털 모바일게임 시장의 일부라고 판단했다. 이 기준에 따라 애플의 점유율이 57%에 불과해 독점상황이라고 보기 힘들다고 판결했다.

1심 판결이 나온 직후 적지 않은 비판이 쏟아졌다. 로저스 판사가 미국 셔먼법을 비롯한 미국 독점금지법을 잘못 적용했다는 것이다. 미국 법무부조차 애플이 iOS 앱 마켓 시장에서 독점적 통제권을 갖고 있다는 법정조언자 의견을 제출할 정도였다.

■ 가격 인상 적용 보름 뒤부터 앱스토어 항소심 소송

시장 독점 여부를 판단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는 가격 책정 방식이다. 애플과 에픽의 앱스토어 소송 당시에도 애플의 앱 가격 책정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로저스 판사는 판결문 각주를 통해 “(앱스토어) 가격 티어 정책은 모든 국가에 같은 가격을 적용하도록 요구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는 플로리언 뮐러는 “로저스 판사가 잘못 이해했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앱스토어 가격 정책 문제는 인앱결제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됐다. 애플은 환율 변환은 인앱결제 제도의 혜택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로저스 판사는 “애플이 왜 각 상황에 맞게 좀 더 유연하게 하지 않고 있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공방에도 불구하고 1심 재판부는 애플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이본느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

이런 자신감 때문일까? 아니면 사실을 갖고 다투는 1심과 달리 항소심은 법 적용 오류만 집중 심리한다는 점 때문일까?

애플은 앱스토어 독점 여부를 가릴 항소심 재판을 보름 앞두고 앱 가격을 전격 인상했다. 그것도 한국,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선 20% 이상 높은 인상률을 적용했다.

이번 조치를 보면서 이런 엉뚱한 질문을 던져봤다.

애플은 당장 앱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강한 압박을 받은 걸까? 어차피 미국 앱스토어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재판과는 관련 없는 문제라고 자신한 걸까? 미국 개발자들의 이익을 보호해주는 것이니, 독점 이슈와는 상관없다고 판단한 것일까? 그도 아니면, 내가 미국의 재판 제도를 잘 몰라 괜히 과민 반응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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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질문에도 여전히 의문은 해소되지 않는다.

애플은 왜 독점기업이 아니면 쉽게 결단하기 힘든 가격 인상 조치를 하필이면 (반독점 소송 항소심) 재판 직전에 단행한 걸까?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