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가 나무 줄기를 두드리는 행위는 꾀꼬리의 노래에 해당하는 것일까?
꾀꼬리나 찌르레기 등 고운 목소리로 노래하는 명금류 새들의 지저귐은 인간의 언어와 비슷한 것으로 여겨진다. 짝짓기 등 의사소통에 쓰이고, 복잡한 근육의 움직임이 필요하며 어릴 때 부모에게 배워야 한다는 점 등에서 언어와 유사하다.
인간의 언어와 명금류의 지저귐을 관장하는 뇌 영역에선 공통의 유전자가 발견된다. 지저귐을 학습하지 않는 새들에게선 이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브라운대학 웨스트포레스트대학 연구진이 딱따구리의 뇌에서도 명금류의 지저귐 학습과 관련된 유전자와 뇌 부위를 발견했다. 다만, 이 부위는 딱따구리가 부리로 나무를 두드릴 때 활성화됐다.
이 연구 결과는 20일(현지시간) 학술지 'PLOS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실렸다.
연구진은 플라밍고, 오리, 펭귄, 딱따구리 등 명금류가 아닌 조류의 뇌를 조사하다 생각지 못한 결과를 얻었다. 명금류의 지저귐이나 사람의 언어에 관여하는 파르발부민(PV, Parvalbumin) 유전자를 발현하는 뇌 영역이 딱따구리에도 있었던 것이다.
이들 뇌 영역의 숫자나 위치 등은 학습을 통해 지저귀는 법을 배우는 명금류의 전뇌와 비슷했다. 연구진이 야생의 딱따구리를 조사한 결과, 딱따구리가 부리로 나무를 두드리는 행위가 뇌의 관련 영역을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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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리로 나무를 쪼는 딱따구리의 행동은 명금류의 노래와 비슷한 점이 있다. 영역을 지키는데 쓰이고, 빠르고 정교한 움직임이 필요하다. 이같은 발견은 딱따구리의 나무 쪼기가 명금류의 지저귐과 같이 후전적으로 학습된 행동일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노래를 부르지 않는 딱따구리의 소통 수단이 명금류의 지저귐과 신경구조나 기능 측면에서 유사하다는 의미다. 매튜 푹스재거 브라운대학 교수는 "딱따구리 뇌에는 부리로 나무를 두드리는 행동에 특화된 영역이 있고, 이는 명금류 뇌에서 지저귐 학습을 담당하는 영역과 매우 닮았다"라며 "이같은 유사성은 각기 다른 동물의 뇌가 새롭지만 서로 비슷한 방식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이해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